아동이 느끼는 행복 기준은 '안전'
아동이 느끼는 행복 기준은 '안전'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06.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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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사회에서 아동 행복감↑···지역별 편차 커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소회의실에서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국내 16개 시도의 아동 행복도를 비교 분석한 '2013 한국 아동 삶의 질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소회의실에서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국내 16개 시도의 아동 행복도를 비교 분석한 '2013 한국 아동 삶의 질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안전은 중요한 부분이었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에서 안전이 중요하다고 느낄 때 아이들은 더욱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또한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에서 더 행복해했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사회복지연구소는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3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종합지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동의 삶의 질 종합지수’는 아동이 느끼는 삶의 질을 다각도로 측정하고 수치화하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지수다. 종합지수는 연구팀이 전국 16개 시·도 초·중학생 7337명과 부모 7337명을 대상으로 건강, 주관적 행복감, 관계, 물질적 상황, 위험과 안전, 교육, 주거환경, 바람직한 인성 등 8개 영역, 46개 항목을 조사해 산출했다.

 

조사 결과, 아동이 느끼는 행복의 정도는 지역별로 차이가 심했다. 아동의 삶의 질 종합지수를 보면 대전은 111.59점으로 16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충남은 92.75점으로 최하위로 1위인 대전과는 18.84점이나 차이를 보였다.

 

대구(110.18점), 부산(105.46점), 서울(14.54점)처럼 대도시는 아동의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제주, 전남, 전북 등 도 단위 지역은 하위권이었다.

 

이 같은 지역별 격차는 재정이 풍부한 대도시일수록 아동에 대한 복지 지출을 할 여력이 크고, 이러한 사회적 투자가 아동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2013년 기준)에 따르면 대전은 58.3%, 대구 52.8%, 부산 57.4%, 서울 90.2%인 반면, 충남은 35.5%, 제주 28.5%, 전남 21.4%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복지예산(2013년) 비중을 봐도 대전, 대구, 부산, 서울 모두 30% 이상인 반면, 충남, 제주, 전남 모두 10%대에 머물렀다.

 

각 지자체가 사회복지에 투자하는 예산 비중(일반회계 대비)도 아동 삶의 질 순위가 높은 대도시 지역이 도 단위 지역보다 컸다. 도시 규모별 아동 삶의 질 격차를 보면 대도시(0.63)가 중소도시(0.29)나 농어촌(0.92)에 비해 아동 삶의 질 종합지수가 높았다.

 

특히 아동들은 가정·학교·지역사회 등 일상적 공간에서 안전하다고 느낄수록 주관적 행복감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들은 ‘주관적 행복감’ 영역에서 ‘나는 집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항목에 ‘완전히 찬성’할 경우, ‘찬성하지 않은’ 아동보다 전반적으로 행복해하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아동의 경우, ‘나는 집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낀다’에 ‘완전히 찬성’하는 아동은 전반적 행복감이 8.03점이었지만, ‘찬성하지 않은’ 아동은 2.79점 낮은 5.24점에 머물렀다.

 

이는 학교나, 지역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는 따돌림 경험 빈도에 따라 아동들의 행복감은 큰 차이를 보였다. ‘한 달 동안 4번 이상(4.08점)’ 따돌림을 당한 아동은 ‘전혀(7.49점)’ 당하지 않은 아동보다 행복감이 3.41점이나 낮았다.

 

또한 ‘학교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항목에서도 ‘완전히 찬성’하는 아동은 ‘찬성하지 않는 아동보다 주관적 행복감이 3.92점이나 높았으며, 이는 동네(지역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아동들이 위험과 안전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에 참가한 43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점집단인터뷰(FGI) 결과를 보면, 아동들은 동네에서 위험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어두운 골목, 오래되고 낡은 집, 무서운 형, 누나, 아저씨, 돌아다니는 개 등을 꼽았다. 가정, 학교, 동네는 아동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사회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 학교, 동네에 존재하는 위험요인들은 아동의 삶 전체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아동들은 지역에 대한 긍정적 인식 요인으로 놀이터와 잘 아는 주민, 편의시설 등을 꼽았고, 부정적 인식 요인으로 놀 공간 부족, 술 마시고 싸우는 어른, 담배 피우는 상급생 등을 언급했다.

 

특히 놀이터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이라고 인식하는 아동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지만, 놀이터가 위험하고 나쁜 어른들이 나타날 수 있는 곳이라고 인식하는 아동들은 만족도가 낮았다. 이 같은 내용들은 아동에게 안전한 공간이 확보되어 있느냐가 아동의 지역사회 인식에서 핵심적인 부분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를 만드는 작은 변화가 아이들의 행복을 좌지우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아동들의 행복은 무엇보다 가족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아동들은 ‘가족과 같이 요리하고 밥상 차릴 때’, ‘(가족이) 같이 모여서 이야기 나눌 때’, ‘산책할 때’, ‘가족이랑 놀러갈 때’ 등 부모와 함께 이야기 하고 함께 놀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행복한 순간으로 꼽았다. 이는 노동시장의 관행, 맞벌이 가족 증가 등으로 점점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모자란 상황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아동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부분이다.

 

결국 안전한 지역사회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른 복지예산 비중은 아동의 행복한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인 셈. 가정, 학교, 동네에서 안전한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이봉주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의 삶의 질은 사회의 질과 분리될 수 없다. 행복한 사회는 아동만 행복한 사회가 아닌 가족과 이웃주민 그리고 함께 사는 지역 시민이 모두 행복한 사회다. 사회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아동 삶의 질 지표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산출해 아동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 간 격차를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로 치부할 경우 아동의 삶의 질 격차는 더욱 더 심각해질 것이다. 아동복지 예산의 중앙정부 환원 등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모든 아이는 똑같이 소중하다는 인식 하에 우리나라 아이들의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측정해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 어른들과 국가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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