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전자 "도로 나가기 너무 무서워요"
여성운전자 "도로 나가기 너무 무서워요"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6.1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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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속도 지켜도 '빵빵', 얼굴 확인하고선 '빵빵'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전면허 소지자(2013년 9월 기준) 중 여성은 1155만여 명으로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2870만 명)의 40%에 달하고 있다. 이는 운전이 더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성운전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바로 여성은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지고 운전이 미숙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끼어들거나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엑셀레이터를 밟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일부 ‘김 여사’의 행동은 이러한 편견을 더욱 굳어지게 만든다. 


이로 인해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나가는 것은 여성에게 꽤나 큰 용기를 필요케 한다. 특히 오랫동안 운전을 하지 않은 장롱면허자라면 기능 조작부터 교통 법규까지 알아둬야 할 것이 많고, 이러한 편견과도 싸워야 하기에 용기를 내기란 더더욱 어렵다.


동부화재(대표이사 사장 김정남)와 베이비뉴스(대표이사 최규삼)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호텔에서 개최한 ‘초보운전 교통안전클래스’에서는 장롱면허를 가진 여성운전자 300여 명이 참석, 교통안전 상식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교통안전클래스는 여성운전자 1000만 시대를 맞아 여성운전자의 고충을 해소하고 건전한 교통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여성운전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이들이 운전을 하면서 겪은 실제 도로 위 수난사를 들어봤다.

 

동부화재와 함께하는 여성초보운전자 교통안전클래스가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예비 엄마와 육아맘들이 교통안전 운전상식과 우리 아이의 안전을 위한 카시트 장착법 등 강연을 청강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동부화재와 함께하는 여성초보운전자 교통안전클래스가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예비 엄마와 육아맘들이 교통안전 운전상식과 우리 아이의 안전을 위한 카시트 장착법 등 강연을 청강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보험처리 못할 줄 알고 보상금 요구 


5살과 8살 자녀를 둔 최미경(37·서울 관악구) 씨는 처음으로 자동차를 끌고 나간 날 발생한 교통사고 이후 운전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지난 2002년 당시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최 씨는 조심조심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가다 그만 앞차를 뒤에서 박고 말았다. 순간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당황해서 발에 힘이 풀려버리고 만 것이다. 


다행히 앞차 운전자는 경미한 수준의 부상만 입은 상태였다. 안심한 최 씨와 달리 최 씨가 여성임을 확인한 운전자는 그때부터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다. 최 씨는 “사고 대응법에 대한건 잘 몰라서 모든 건 보험 처리한다고 했는데도 큰 소리로 윽박지르고 따로 보상금을 내놓으라며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그 이후 최 씨는 운전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말았다. 운전대만 잡으면 당시 상황이 떠올라 가슴이 두근거리고, 혹여 운전하다가 같이 탄 아이들까지 다칠까 봐 두렵기만 하다고. 


최 씨는 “그때 자동차보험을 들어놓지 않았더라면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라며 “여성운전자도 주의해서 방어운전 해야 하지만 도로 위에서 (여성운전자를) 만나면 경적부터 누르고 무시하는 행동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규정 속도 지켰더니 오히려 뒤에서 빵빵


김수진(36·서울 노원구) 씨의 사연은 더욱 황당하다. 2003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김 씨는 도로운전이 무서워 지난 8년간 면허증을 묵혀두다가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운전대를 잡은 케이스다. 


장롱면허 기간이 길었던 탓에 운전은 되도록 방어운전을 하는 편이라는 김 씨. 배운 대로 시선은 차량 앞에만 두지 않고 멀리 보고, 앞차나 좌우 차량과의 간격도 신경 쓰며 운전을 했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 만난 일부 남성운전자는 김 씨의 운전실력을 비웃기 일쑤였다. 김 씨는 “규정 속도를 지켜 달려도 오히려 뒤에서 빵빵대고 깜빡이도 켜지 않고 갑자기 앞에서 끼어들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운전자들이 앞으로 추월해서 사이드 미러로 김 씨의 얼굴을 확인하고선 앞에서 느림보 주행을 하고 차선변경도 못 하게 방해할 때면 화가 치솟을 때가 많다고. 


김 씨는 “상대 운전자가 이렇게 행동하면 무조건 비상깜빡이를 켜고 정차해서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다”면서 “세상이 무서우니 괜히 따졌다가 안 좋은 일이 생길까봐 따지거나 화내는 건 거의 해본 적이 없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 여성인거 확인하고 다짜고짜 욕설 퍼부어 


여성운전자에게 필요한 건 운전실력도 배포도 아닌 인내였다. 운전 5년차인 박수현(32·경기도 남양주시) 씨는 남편이 인정한 베테랑 드라이버다. 남편보다 기어나 핸들조작이 탁월하고 센스가 있어 시부모님을 모시고 여행갈 때도 으레 박 씨가 운전대를 잡곤 한다. 


하지만 이런 박 씨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아직도 다른 차량 앞으로 끼어들 때는 어려운 점이 있어요. 깜빡이를 미리 켜고 진입하려 하면 끼워주기 싫다는 듯 오히려 속도를 높여 위협하는 남성운전자를 때문이죠.”


더욱 황당한 것은 다짜고짜 와선 욕설을 퍼붓는 운전자다. “여자가 무슨 운전이냐”, “솥뚜껑이나 닦아라”, “X년” 등 욕을 하거나 앞에서 담뱃재를 터는 운전자를 만난 경험도 있었다. 


이밖에도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면 박 씨의 뒤차만 ‘빵빵!’ 경적이 울린다. 남성이 운전하는 옆 차로에선 아무 일도 없었지만 유독 박 씨의 뒤차들은 1초도 못 참겠다는 듯 역정을 내기 일쑤였다. 


박 씨는 “운전할 때 남녀차별을 많이 느낀다. 남편이 운전할 때는 별다른 일이 없는데 내가 운전할 때는 유독 경적소리가 자주 들린다”며 “운전자가 덩치 큰 남자였으면 아무 말 못 할 거면서 여자한테만 이중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한심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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