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양육자 '조부모'와 갈등이 생겼을 때
공동양육자 '조부모'와 갈등이 생겼을 때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4.06.3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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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양육원칙 설명드리고 도와달라고 요청해야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현대 사회에서 자녀를 키우는 것은 단지 부부만이 아니다. 조부모를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조부모까지 자녀 양육에 참여하는 것은 산업혁명 이전의 농경사회에서는 일반적 현상이었다. 당시는 노동력이 재산이었던 터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가족이 대부분이었다.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은 물론 결혼한 자녀들도 멀리 떠나보내지 않았다.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가족 시스템에서 부부는 너무나 당연하게, 그리고 조부모를 비롯해 삼촌과 고모까지도 공동 작업자이자 공동 양육자로 생활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공장 중심의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부부중심의 핵가족이 출현했다. 지금 인류는 또 다시 격변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산업화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상당수의 기업이나 가정은 산업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빠들은 여전히 양육에 참여할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이처럼 산업화 사회와 정보화 사회의 과도기에서 겪는 자녀 양육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 많은 부부들은 차선책으로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다. 아예 신접살림을 친가나 처가 근처에 차리는 신혼부부도 많고, 자녀를 출산하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부부들도 많다. 이를 두고 학자들은 정보화 사회에서 대가족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자녀 양육에서 부모님의 도움을 얻을 때 이상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처가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살면서, 장모님이 딸을 위해서 외손자녀를 돌보는 것이 아닐까. 많은 가정에서 아직까지는 남편보다는 아내가 주로 양육을 담당하기 때문에 시댁보다는 처가가 낫다. 아이 양육을 두고 조부모와 부모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의견 차이를 보다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마다 사정이 있는 법. 처가가 아니라 본가 근처에 살 수도 있다. 바로 우리 부부가 그렇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의 직장과 본가가 가까운 편이라 본가 근처에 산다. 그래서 종종 급한 일이 있으면 부모님에게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한다. 언제나 부모님은 흔쾌히 응해 주신다. 부모님은 첫 손자인 큰 아이를 너무 예뻐하신다.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과하다는 것이 문제다. 아이가 요구하는 것을 웬만하면 들어주셔서 우리 부부의 양육 원칙이 무너질 때가 종종 있다.

 

일례로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이지 않았다. 몸에 좋지 않은 첨가물이 들어가 있는 것은 물론 열량이 높아 밥맛을 잃게 하고, 달지 않은 음식은 거부하게 만든다. 그런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다보면 주머니에서 사탕이나 초콜릿을 꺼내서 주시는 노인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우리 부부는 난감하다. 아이들이 예쁘다고 주시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예의 때문에 아이들에게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로는 어른들 기분 상하지 않으시도록 거절도 해보고, 때로는 공손하게 받게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을 당하면 어찌해야 할지 몰라 적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우리 부부는 잠시 외출을 했다. 일을 마친 후 부모님 댁에 들려서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왔는데,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 사탕 먹었다.”

 

“사탕? 어디서 먹었어? 누가 주셨는데?”

 

“할머니가….”

 

우리 부부는 당황스러웠다. 우리 부모님마저 그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마주보고 앉아서 아이들의 양육 원칙을 함께 의논한 적은 없지만, 우리가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실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는 단지 본가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처가를 가도 겪는 일이었다. 먹는 것이나 TV시청, 그리고 취침시간에 이르기까지 양가만 가면 우리 부부의 양육 원칙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아내나 나나 매우 엄격한 부모님 아래서 성장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시는 분들은 아니셨다.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우리 부부는 당연히 양가 부모님들이 손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대하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진한 착각이었다. 분명 예전에는 호랑이처럼 엄하셨던 부모님이셨는데 이제는 호랑이 손자 앞에서 토끼처럼 유순한 조부모일 뿐이셨다!

 

지금 조부모님들 중에는 예전 자녀를 키울 때 먹고 사는 일로 바빠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그런 아쉬움을 손자를 통해 해결하시려는 분들도 적지 않다. 부모 못지않게 아이를 사랑해 주시지만, 부모와 달리 아이를 엄하게 대하지 못하신다. 당신들이 엄하게 키워보니 별거 없더라는 생각 때문이실 수도 있고, 아니면 엄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셔도 너무 예뻐서 못하실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부모와 조부모의 입장 차이는 확실하다. 심한 경우 아예 손자를 혼내지 못하게 엄포를 놓거나 엄마나 아빠에게 혼난 손자를 위로하신다고 손자 앞에서 부모의 권위를 깎아내리기도 하신다.

 

이처럼 양육방식에서 조부모와의 차이로 마음 고생하는 부모들이 많다. 만약 처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내가 나서서 해결하면 손쉽다. 아내가 장모님에게 이러쿵저러쿵해도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처럼 본가의 도움을 받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아이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면 분란만 일어난다. 바로 이 때 남편이 나서야 한다.

 

가장 좋다면 양가 부모님들을 만나 부부의 양육원칙을 설명드리고 도와주십사 요청하는 것이 좋다. 본가에 가서는 처가 어른들도, 처가에 가서는 본가 어른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씀드리면 쉽게 거절하지는 못하신다. 이 때 부부의 양육원칙을 그냥 통보하지 말고, 왜 그 원칙이 아이에게 중요한지 말씀드려야 한다. 손자를 잘 키워보겠다는 자식들의 말에 어느 조부모가 반대하겠는가? 물론 한 번 말씀드린다고 부모님들이 바로 따르지는 않으실 수 있다. 기억을 못하실 수도, 그저 습관적으로 행동하실 수도 있다. 이 때 부부는 쉽게 낙담하거나 불평하지 말고, 다시 간곡하게 부탁을 드려야 한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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