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성내천로 어린이안전교육관 내 추모광장. 15년 전 ‘씨랜드 참사’로 딸을 잃은 한 아빠는 추모비에 놓인 딸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사진 속 아이는 별 모양으로 만들어진 종이 모자를 쓴 채 미소 짓고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 아이에 대한 그리움은 15년이 지나도 변함없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딸의 사진을 가슴에 꼭 품은 아빠는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은 30일 어린이안전교육관 내 추모광장에서 ‘씨랜드 화재 희생 어린이 15주년 추모식’을 개최하고, 끔찍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염원했다.
‘씨랜드 참사’는 1999년 6월 30일 오전 1시 30분 경기도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에 위치한 씨랜드 청소년 수련시설에서 불이나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해 교사 등 총 23명이 사망한 사고다. 발화장소인 301호실에서 인솔교사도 없이 잠을 자던 소망유치원생 18명은 잠긴 문을 열지 못한 채 모두 목숨을 잃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고석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채인석 경기도 화성시장을 비롯한 유가족 등이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의 사진이 놓인 추모비에 헌화할 때는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에 소리 내 오열하기도 했다.
시인 박경란 씨는 씨랜드 참사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을 그리며 추모시 ‘아이야 너는 어디에’에서 “아이야/오늘도 이 엄마는/너를 안았던 가슴이 너무 허전해/너를 부르며 피를 토한다/보고 싶은 아이야/귀여운 우리 아가야”라며 부모들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씨랜드 참사 유가족모임의 대표인 고석 어린이안전재단 대표는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용서는 하지만 결코 잊지 않겠다”며 “무심한 어른들, 욕심 많은 어른들이 파놓은 웅덩이에 희생되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만 현실은 세월호 참사와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등으로 너무나 참담한 인재로 우리 소중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대표는 “유족이 가장 힘든 건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안전에 대한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어린이안전교육관을 통한 어린이 안전 교육뿐만 아니라 어른, 인솔교사에 대한 교육까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우리 사회에는 씨랜드 참사 이후에도 안전사고가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비용절감과 수익창출에 몰두하는 사이에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 대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는 것을 멈춰 서게 해야 한다”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힘쓰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씨랜드 참사를 계기로 송파구 마천동에 어린이안전교육관을 건립했으며, 유족들은 보상비를 모아 2000년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을 설립해, 어린이안전사고예방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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