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우리집 아이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우리집 아이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4.07.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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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감정 표현을 잘하는데, 밖에서는...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부모상담 주간이 있었다. 한 주를 정해서 돌아가면서 아이들 부모와 선생님이 상담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한껏 기대를 가지고 부모 상담을 맞이하였다. (안타깝게도 나는 가지 못하고 아내만 갔다.) 산하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수첩을 통해서 주고받기는 하지만 선생님과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적이 없어서 많이 궁금해했다.

 

선생님은 주로 산하의 칭찬을 하셨다. 3월에 산하는 낯선 이들에 경계하는 눈치를 가지면서 선생님 품에서 떨어질줄 모르는 소극적이었던 아이었는데 5월부터 돌변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적응도 마치고, 자신감도 부쩍 생겨서 그런지 산하는 장난꾸러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산하가 내성적인 아이인지 알았는데 반대로 외향적인 아이라는 말씀. 그러면서 선생님은 산하가 집에서 잘 케어가 되는 것 같다는 칭찬까지.

 

그런데 선생님의 다음 말씀은 약간 우리 부부에게 고민을 던져주었다. 선생님의 말씀은 "산하는 약간 독특한 아이 같아요. 감정기복이 없어서 좋은데,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아요. 머리를 쾅 부딪혔는데 아프다라는 말도 잘 하지 않고요"라고 하셨다.

 

선생님의 이 말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우리 부부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산하는 집에서는 희노애락이 분명하다.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은 정확히 표현한다. 장난감이든, 무언가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도 내고, 어떨 때는 분노도 표출한다. 기분이 좋을 때는 무척 좋아한다. 조금만 아프면 어리광 부리면서 약발라서 밴드를 붙여 달라고 한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니….

 

그래서 나는 몇 가지 장면을 통해서 추측을 해보았다.

 

첫 번째 장면. 산하는 예전부터 아이들이 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떤 아이가 울면서 자기 것을 달라고 하면 처음에는 안주다가 우는 소리가 나면 즉시 줘버린다. 집에 산하 또래의 아이들이 놀러오면 산하의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그럼 너무 양보를 잘해서 예전에는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곧잘 잘 뺐기지 않는다. 그런데 그 아이가 울면서 자기 장난감을 달라고 하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것을 준다. 그리고 나에게 달려와 친구가 자기 것을 가져갔다고 한다.

 

두 번째 장면. 산하는 말귀를 잘 알아든는 편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 보통은 잘 들어주는 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산하에게 잠깐 혼자 놀것을 요구하면 산하는 들어준다. 그리고 내가 청소를 마칠 때가 되면 나를 불러서 같이 놀자고 한다. 항상 그런것은 아니지만 산하는 나의 어려움을 보통 잘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편이다.

 

세 번째 장면. 나의 성격과 관련된 부분인데, 나는 감정기복이 많은 편이 아니다. 화가 나도 잘 표현하지 않고 머리속에서 계산하는 편이다. 이성의 영역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산하가 나의 그런 면을 닮은 게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어린이집에서는 산하말고도 더 어린 친구들이 많다. 아이들이 있으면 놀다가 울고 다치는 일이 다반사 일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은 산하에게 이런저런 양해를 구했을 것 같다. 산하는 선생님이 바쁘니까 자기가 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많이 아프지 않으면 그냥 넘어갔다가 집에 와서 여기 다쳤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다. 산하는 집에서 가끔 '나무 선생님은 바쁘니까'라는 말을 하곤한다.

 

내가 어린이집에 가면 산하가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산하 밥 혼자 먹었어요"이다. 너무 훌륭한 말이지만, 이면을 보면 다른 친구들은 선생님이 먹여주는데, 자기는 안먹여 준다는 말이다. 그래서 집에 오면 산하는 절대 혼자서 밥을 먹지 않는다. (단 너무 배고플 때 빼고) 산하는 상대적으로 어린이집에서 어른스럽고 집에 오면 지극히 보통의 3살 아이로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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