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나선 앵그리맘 "숨어있지 말아야"
거리 나선 앵그리맘 "숨어있지 말아야"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8.12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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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발생 118일째…엄마들 '거리로 거리로'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세월로 참사 희생자 가족 단식 30일째를 맞은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네거리에서 이미정(왼쪽 피켓을 든 이) 씨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시민들의 요구사항이 적인 팻말을 들고 부모, 교사, 시민들과 함께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세월로 참사 희생자 가족 단식 30일째를 맞은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네거리에서 이미정(왼쪽 피켓을 든 이) 씨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시민들의 요구사항이 적인 팻말을 들고 부모, 교사, 시민들과 함께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12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앞 횡단보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분주히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사이로 무언가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엄마 둘이 나타났다. 이들이 들고 온 피켓에는 '꽃 같은 아이들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합시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횡단보도 양쪽에 자리를 잡고 아무런 말없이 피켓을 들고 그 자리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18일째, 여전히 변함없는 실종자 숫자와 진실을 알고자 하는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귀 닫은 정치권의 행보는 세상일에 다소 무관심했던 30~40대 여성들을 ‘앵그리맘’(분노한 엄마)으로 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번 일이 ‘내 아이의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평범한 엄마들을 행동하게 만든 것이다.

 

이날 1인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경기도 광주에서 올라온 이미정(47) 씨는 “뉴스를 보면 답답하기도 했지만 저분들(피해자 가족)이 단식하면서 애쓰는 데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오게 됐다”고 말문을 떼었다. 이 씨는 중학생 2학년, 3학년과 스무 살이 넘은 자녀를 슬하에 두고 있다.

 

이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 내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없는, 보호해주지 않는 나라라는 것에 실망했다”면서 “진상규명이 잘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정치권이 보여준 행동을 보면 답이 안 보인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개과천선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세월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실 더 많은 국민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내 안위를 위해 숨어있지 말고요. 작은 불씨는 끌 수 있지만 큰불은 쉽게 끌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해요.”

  

세월로 참사 희생자 가족 단식 30일째를 맞은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네거리에서 정인숙 씨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시민들의 요구사항이 적인 팻말을 들고 부모, 교사, 시민들과 함께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세월로 참사 희생자 가족 단식 30일째를 맞은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네거리에서 정인숙 씨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시민들의 요구사항이 적인 팻말을 들고 부모, 교사, 시민들과 함께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 씨의 건너편에 선 정인숙(38·경기도 의정부) 씨 역시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다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을 넘어 거리로 나온 장본인이다. 현재 초등학생 2학년과 여섯 살배기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정 씨는 “저분들이 단식한다고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다. 지금 저분들은 남아 있는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행동하고 계신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 씨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해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 씨는 “여당에서 수사권 주는 문제는 재협상을 100번 해도 양보할 수가 없다는 말을 했는데,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수사권을 줘서 제대로 된 사람이 이 문제를 수사해야 하고, 세월호 참사를 만든 이들이 누구고 어떤 잘못을 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돈이 생명보다 앞서는 세상, 평범한 사고가 참사로 되는 세상, 참사 이후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세상, 참사가 또 다른 참사를 부르는 세상에서 더는 아이 키우기 두렵다'는 1인시위 엄마들의 메시지에 과연 정부와 사회는 귀 기울이고 있을까?

 

메아리 없는 시위는 벌써 석 달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19일부터 현재까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통해 1인 시위에 나선 이들은 총 95명에 이른다. 평범한 주부부터 대학생, 회사원, 교사, 시민활동가 등 각자 직업은 다르지만 이들이 정부에 바라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로 ‘마지막 1명까지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라’, ‘한 점의 의혹 없이 진상을 밝혀내라’,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보장하라’, ‘학생 행복을 위협하는 교육정책을 전면 개혁하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정을 운영하라’는 등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이날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 유가족 농성장을 찾아 1일 단식에 동참한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서로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고 철저히 피해자 가족과 유가족 입장을 반영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 대표는 “잘못한 사람이 사과하고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나서는 것을 원할 뿐”이라며 “이같은 요구사항이 이뤄질 때까지 앞으로도 1인 시위, 1일 단식 등을 하며 피해자 가족 곁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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