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지친 어머니들께 보내는 편지
육아에 지친 어머니들께 보내는 편지
  • 칼럼니스트 서안정
  • 승인 2014.09.04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연재] 아이는 놀면서 세상을 배운다 

 

도자기 박물관에 간 세 아이들의 모습. ⓒ서안정
도자기 박물관에 간 세 아이들의 모습. ⓒ서안정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듯이>

                                                  이 어 령


콩나물시루에 물을 줍니다.

물은 그냥 모두 흘러내립니다.

퍼부으면 퍼부은 대로

그 자리에서 물은 모두 아래로 빠져 버립니다.

아무리 물을 주어도

콩나물시루는 밑 빠진 독처럼

물 한 방울 고이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콩나물은 어느새 저렇게 자랐습니다.

물이 모두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

콩나물은 보이지 않는 사이에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물이 그냥 흘러 버린다고

헛수고를 한 것은 아닙니다.


(중략)

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모두 다 흘러 버린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물을 주면,

콩나물처럼 무럭무럭 자라요.

보이지 않는 사이에 우리 아이가.


세 아이를 키우며, 힘이 들 때마다 위 시를 찾아 읽으며 위로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지면서 나 혼자 격한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했었다. ‘그래, 이렇게 끝없이 주고 또 주는 것 같지만, 그러는 사이에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있을 거야.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 그렇게 혼자 다짐을 했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한 아이에게 어떤 문제, 일종의 애정결핍이 생겨 겨우겨우 수습을 하고나면 그 다음엔 또 다른 아이가 기다리고 있다. 그 아이를 좀 더 보듬어 주고, 좀 더 대화하고, 눈 마주치며 웃어주고 나면 이번에는 하나 더 남아 있는 아이에게서 문제행동이 보였다. ‘엄마, 나도 좀 바라봐주세요.’하는 몸짓들! 아이들은 세 번 중에 한 번 꼴로 찾아오는 많지 않은 시간과 행동이었을지 몰라도, 내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쳇바퀴를 굴리는 느낌, 정말 지쳐 나가떨어질 것만 같았다. 
 

쿠키에 초콜릿으로 데코레이션을 하기 위해 초콜릿을 녹이고 있는 아이의 모습. ⓒ서안정
쿠키에 초콜릿으로 데코레이션을 하기 위해 초콜릿을 녹이고 있는 아이의 모습. ⓒ서안정

 

새로운 방법으로 쿠키를 구워보려고 연수에게 초콜릿을 중탕 시켜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녹아버리는 초콜릿을 보면서, 연수는 이런 처음 경험이 너무 즐겁고(연수는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아주 좋아했다), 두 동생은 자신에게 그 기회가 오지 않을까봐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나는 불 앞에서 서로 싸우다가 다치기라도 할까봐 가슴을 졸였다.

  

집에서 과학실험놀이를 하다가, 식용유를 계량할 차례가 되었는데, 늦게 하다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계량시간이 없어질까봐 서로 실랑이 끝에 같이 계량을 하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 ⓒ서안정
집에서 과학실험놀이를 하다가, 식용유를 계량할 차례가 되었는데, 늦게 하다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계량시간이 없어질까봐 서로 실랑이 끝에 같이 계량을 하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 ⓒ서안정

 

과학실험을 하는데, 이건 요리보다 절차가 훨씬 더 간략해서 자칫 자기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 때도 많았다. 해서 적당량을 계량컵에 따라야 하는 순간이 오면 서로 자기가 하겠다고 언성을 높이다가 결국 둘이서 함께 붙잡고 계량을 하곤 했다. 저러다 저 식용유, 방바닥으로 쏟아 버리면 어쩌나, 지켜보는 나는 심장이 두 근 반, 세근 반이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할 때 트리 꼭대기에 별을 다는 일이나, 주차장 게임처럼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장난감을 누군가가 먼저 하고 있을 때, 셋이서 공평하게 나눌 수 없는 딱 한 번의 기회뿐인 일들을 할 때면 그야말로 그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다보니 기회를 박탈당한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기회를 차지한 아이조차 얼굴표정이 좋지 않았던 적 또한 무수히 많았다.


자기는 언니처럼 인라인이 잘 안 타진다고 울고 있던 막내…. 그냥 보면 각자 그 나이에서는 나름 잘하는 능력이나 재능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형제, 자매들을 보며 상대적으로 나는 못한다는 자격지심에 빠질 때면, 지켜보는 내 마음도 무척 아팠다. 그런 건 설득으로도 통하지 않으니 말이다.


정말 매일매일 이 아이와 부대끼고, 저 아이와 눈 마주치고, 요 아이를 살피다보면, 어떤 날은 넋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시간들을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듯이 지내와 보니, 셋이서 둥글둥글 서로 양보도 하고, 도와도 주며 잘 자라고 있다.


엄마, 아빠의 생일을 위해 그동안 모아둔 저금통을 깨어서 선물을 하는 아이들, 언니나 동생이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데 엄마가 사주지 않으면 자기들 돈을 깨어서라도 상대에게 바라는 것 없이 선물을 쥐어주는 예쁜 마음을 가진 아이들, 밝고 맑은 아이들! 그래서 힘듦보다 행복함이 더 많은 나의 생활….


이어령 씨의 저 시를 읽을 때마다 나는 힘이 솟는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도 같다는 것을, 당신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서안정은 「세 아이 영재로 키운 초간단 놀이육아」, 「리더십을 키워주는 공주박물관」, 「리더십을 키워주는 우리공주박물관」을 쓴 작가이자 주부이다. 똑똑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열망에 천 권이 넘는 육아서를 읽었고, 그것을 적용하는 동안 무수한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얻었다. 현재 그 깨달음들을 나누고자 전국의 도서관 등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웨딩뉴스 기사제보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