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으로 '딸 바보'된 부부의 이야기
입양으로 '딸 바보'된 부부의 이야기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12.04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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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도 출산처럼 축하받는 사회되길 꿈꿔요"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김민성(37·가명) 씨는 일명 ‘딸 바보’다. 딸 승주(1·가명)가 생기면서 김 씨의 귀가 시간은 밤 12시에서 8시로 당겨졌다. 출장 갔다 돌아오는 길엔 양손 가득 승주 선물 보따리다. 인형, 머리핀, 가방, 캐릭터 젓가락까지 딸 선물 사는 재미에 푹 빠졌다.

 

딸 가진 부모라면, 특히 아빠라면 김 씨처럼 딸 재롱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풀 것이다. 돌을 막 지난 승주는 동요에 맞춰 춤도 잘 추고 노래도 곧잘 흥얼거린다. 아빠를 보며 방긋방긋 웃는 딸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겠는가.

 

그런 남편을 보는 이미선(39.가명) 씨는 서운하지 않을까?

 

“신랑이 무뚝뚝한 편이라 결혼하고 저한테 선물 한 번 제대로 안 해줬는데, 딸 것만 잔뜩 사와요. 가끔 ‘내 것도, 내 것은 없어?’ 하면서 장난치는데 없어요.(웃음) 그래도 우리 딸 때문에 집이 화기애애해졌잖아요.(웃음)”

 

생후 15개월된 김승주(가명) 양이 귤을 아빠 김민성(37·가명)씨 입에 넣어주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생후 15개월된 김승주(가명) 양이 귤을 아빠 김민성(37·가명)씨 입에 넣어주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 씨 부부네는 요즘 딸 애교에 흠뻑 빠져 살고 있다. 승주는 이 씨 부부에게 더욱 특별한 딸이다. 승주를 처음 만난 곳은 서울시아동복지센터. 서울시아동복지센터는 상담과 보호·치료, 국내입양 등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승주는 서울시아동복지센터에 머물다 이 씨 부부의 딸로 입양됐다.

 

이 씨는 처음 승주를 만났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센터를 방문했는데 신랑이 저를 툭툭 치더니 ‘침대에 애기가 있다’며 보라고 하더라고요. 자는 모습이 정말 예뻤는데, 보자마자 ‘우리 애기다’고 그랬어요. 운명적인 느낌이랄까요? 보자마자 그 느낌이 왔어요.”

 

승주는 부부를 꼭 빼닮았다. 특히 아빠와 웃는 모습도, 눈 밑 애교 살까지 판박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한 아이를 입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씨 부부는 결혼을 하고 나서 10년 가까이 불임치료를 받아왔다. 치료를 시작하면서 부부끼리 약속했던 게 ‘치료가 안 되면 꼭 입양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 씨는 “친정엄마가 제일 먼저 입양 이야기를 꺼내셨다. 딸이 아이 때문에 고생하는 게 안쓰러우니까, 그 마음으로 입양을 권유해주신 것 같다”고 회상했다.


입양 절차가 간단하지만은 않다. 제출해야 할 서류도 많고 입양 기간도 꽤 걸린다. 그렇다보니 아이를 빨리 가정의 품으로 데려오고 싶은, 그 기다림의 시간이 제일 힘든 부분이다.

 

이 씨도 그랬다. 이 씨는 입양 확정이 되지 않았을 때 2박 3일간 가정위탁으로 아이와 함께 지냈다. 밤새 아이와 씨름하다 다시 센터로 보내던 날, 이 씨는 센터 앞에서 펑펑 울었다. 아이가 눈에 밟혀서, 보고 싶어서 말이다. 부부는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을 지낸 뒤 올해 여름 입양 허가를 받아, 승주를 가족으로, 자식으로, 먼 훗날 평생의 친구로 맞이하게 됐다.

 

부부에게 승주가 온 이후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부부는 훨씬 행복한 가정이 된 것 같다고 행복해했다. 사진은 승주의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나와 있는 '키재기 표'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부부에게 승주가 온 이후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부부는 훨씬 행복한 가정이 된 것 같다고 행복해했다. 사진은 승주의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나와 있는 '키재기 표'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승주가 온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집안부터 변했다. 깔끔했던 집안은 아이 장난감으로 가득하고 벽 곳곳에는 아이 사진이 걸렸다. 요리에 전병이던 엄마는 아이 궁합에 맞는 음식 리스트를 뽑고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승주의 할머니, 외할머니는 매일 같이 승주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달라는 독촉 전화를 한다고.

 

부부는 “아이 키우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둘이 늙었을 때보다 훨씬 행복한 가정이 된 것 같다”면서도 “입양은 현실이다. 입양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상적인 것만 생각하지 말고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 수 있다는 각오도 충분히 해야 더 행복한 가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승주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건강하고 웃는 아이로 잘 자랐으면 할 뿐이다. 물론 언젠가는 입양했다는 사실로 아이도, 부부도 힘든 고비가 있을 것이다. 입양 가족을 낯설게 보는 편견과 시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축하받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이에게 혹시 상처 되는 말을 할까봐 그게 가장 걱정됩니다. 입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대견하다’, ‘큰 일 한다’는 시선보다, 입양도 출산처럼 ‘축하한다’는 인식으로요. 또 하나의 가정이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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