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 다양한 시선들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 다양한 시선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5.01.15 1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동학대 막기 위한 대책, 다각도로 검토해야"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매일같이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대한민국이 정말 싫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서 정말 미안하다.”

 

“어린이집 교사 자질이 없는 사람은 제발 부탁합니다. 제발 다른 일 하세요. 우리 아이들 눈에 피눈물 흐르게 하지 마세요.”

 

“어린이집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죠. 방치한 원장, 지자체, 국가의 문제입니다. 제대로 문제 해결부터 하고 아이 낳으라고 하세요.”

 

인천 어린이집 원생 폭행 사건을 접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해당 보육교사의 신상정보까지 공개됐다. 온라인과 SNS 상에는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끊임없이 터지는 어린이집 아동 학대 문제에 더 이상 아이를 어린이집을 믿고 맡길 수 없다고 부모들이 하소연을 하고 있다.

 

아이를 보호해야 할 보육교사의 폭행과 학대, 어떻기에 우리가 이 지경이 됐을까? 어떻게 해야 이처럼 반복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을까? 각계 전문가들에게 이번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 “아동에 대한 교육 제도화 필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홍창표 홍보협력팀 팀장은 “대부분의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을 소유물로 생각하며, 훈육이나 체벌이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홍 팀장은 “이런 인식은 가정뿐 아니라 보육교사에게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2013년 학대행위자와 피해 아동과의 관계’ 자료에 따르면 학대행위자 대부분인 80%(5454명)가 ‘부모’로 나타났다. 부모 이외 보육교사,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은 20%(1342명)를 차지했다.


홍 팀장은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선 우리 국민들의 인식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릴 적부터 부모교육을 받거나 결혼을 앞두고 출산을 앞둔 사람을 대상으로 아동에 대한 교육을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팀장에 따르면 외국의 선진국 같은 경우 초등학생들이 일주일 간 아이를 돌보는 교육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교육이 전무함은 물론, 성인들의 경우에도 이런 교육을 받고 공부하려는 사람은 부족하다.

 

홍 팀장은 “아동학대 행위자와 상담을 해보면 이런 교육을 받거나 무지한 사람들이 많다. 아동학대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동의 인격을 존중하고 이런 것들을 알려주는 교육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의 가해 보육교사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해당된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는 아동이 학대를 받을 경우 신고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 아동학대법이 적용돼 처벌된다면 가중처벌된다”며 “어린이집 원장이나 동료교사들이 이런 상황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고 방치했다면 행정처분을 받고 폐쇄조치까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아동학대 예방의 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 팀장은 “물론 CCTV가 설치되면 아동학대 발생 이후 조사하는 기관들은 편하게 조사할 수 있다. 그러나 CCTV가 설치돼도 없는 곳에서 학대가 발생할 가능성도 생긴다”며 “아동학대 문제가 사건화돼 조사가 이뤄질 때 CCTV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대책 이외에도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개선 등 다양한 시각에서 전반적인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 어린이집 교사 양아무개(33, 여) 씨가 A(4, 여) 양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 ⓒ연합뉴스TV 캡쳐화면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 어린이집 교사 양아무개(33, 여) 씨가 A(4, 여) 양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 ⓒ연합뉴스TV 캡쳐화면


◇ “말도 안 되는 사건···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전국적으로 필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이하 한어총) 정광진 회장은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 대해 “말이 안 되는 사건”이라고 입을 열었다. 정광진 회장은 전국의 4만 2000여개의 어린이집을 이끌고 있는 어린이집의 수장이다.

 

정 회장은 “작년에도 일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해 한어총 자체적으로 ‘아동학대·안전사고 제로 캠페인’을 실시했었다. 부산지역, 울산지역, 서울 일부 지역에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특별 교육을 6시간 이상 진행했다”며 “그러나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실시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어총은 ‘아동학대 안전사고 제로 캠페인’을 진행하며 아동학대·안전사고 예방 특별교육을 실시해왔다. 특별교육의 세부교육내용 중에는 ‘아동권리 및 아동학대의 이해’를 비롯해 ‘어린이집 안전사고의 원인과 예방’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 활동’ 등이 포함됐다.


정 회장은 “보건복지부와 의논해 함께 특별 교육 등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회장은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면 1차적으로 어린이집의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보육교사의 자질을 알면서도 어린이집 자체적으로 피해를 입을까봐 교사를 신고하지 못하는 원장들도 있을 수 있다. 애초 보육교사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 원장이 적극적으로 보육교사를 신고할 수 있다면 보육교사에 대한 관리를 정확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교사의 폭행은 어른들의 실수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해줘야”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이자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허그맘 대표원장인 박동혁 심리학자는 “피해를 받은 아이들에게 교사의 폭행은 어른들의 실수고,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심리학자는 “CCTV 속 아이들의 행동을 보면, 오랫동안 같은 방식으로 (폭력적으로) 다뤄지다 보니까 이미 익숙해졌다. 어린이집은 부모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곳이다. 그곳에서 가장 강한 권위를 가진 게 교사인데, 그런 강압적인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즉, 아무도 자신들을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반응은 무릎을 꿇거나 가만히 있거나 교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다.

 

이는 인질이 납치나 강도를 당했을 때 폐쇄된 공간에서 범인과 장기간 함께 지내며 범인을 지지하고 협력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스톡홀름 신드롬’과 비슷하다.


박 심리학자는 “스톡홀름 신드롬처럼 아이들이 무기력해졌고 그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이 순응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교사의 행동에 동조한다”며 “그 교사가 폭행하기도 했지만, 잘해주기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교사의 일관성 없는 행동들을 보며 아이들은 저 교사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끌려갔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 심리학자는 “아이들은 교사가 무서워서, 이해할 수 없어서, 대응할 수 없어서 드러내지 못한 감정들을 갖고 있다. 이런 감정들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그 당시 감정이나 생각을 토로하도록 해주고 공감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만 아이들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심리학자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들이 계속 터지기 때문에 교사 본인도 눈여겨 봤을 것이고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행을 했다는 건 그 교사에게 분명 직무 스트레스나 인격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 않았나 싶다”며 “절대 허용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원인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 보도자료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