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맞벌이 부부의 어린이집 보내기
일하는 맞벌이 부부의 어린이집 보내기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03.11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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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들어가기 싫어 우는 아이를 뒤로하고...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지지난주 금요일은 나은공주의 어린이집 마지막날이었습니다. 아직 다섯살이기에 좀 더 다닐 수 있지만 "나도 유치원에 가고 싶어"라는 말에 고민 끝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린이집에 처음 보냈을 때 울며불며 안 떨어지려고 하던 나은공주를 달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지났네요. 어느새 이만큼 컸나 싶습니다.


집사람과 1년씩 번갈아가며 육아 휴직을 하다 저의 휴직이 끝날 즈음 직장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육아 휴직때 아빠와 함께 워낙 여기저기 재미난 곳을 많이 다녔기에 처음에는 또 새로운 놀이터에 왔나 보다 하던 나은공주. 하지만 낯선 공간에서 낯선 아이들 사이에 자기만 놔두고 간다는 사실을 알자 울며 불며 아빠 바지를 잡고 매달렸습니다. 여지껏 단 한번도 엄마, 아빠 품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데다 막 두돌이 되면서 한창 낯가림할 때이기도 했기에 억지로 떼어놓느라 엄청 애를 먹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럭저럭 체념한 분위기인데 나은공주만 유독 떼를 쓰고 안 떨어지는 것이 그동안 제가 너무 품에 안고 키웠나 싶기도 하고 당장 복직이 코앞이라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정말 마음 독하게 먹고 원장 선생님에게 맡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습니다. 밖에 나와서도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리니 안쓰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아빠 나갈 때까지 그렇게 울더니 아빠 안 보이니까 잘 노네요"랍니다.

 

하지만 엄마를 보더니 바로 달려오면서 하루 종일 참았던 눈물을 서럽게 쏟아냅니다. ⓒ권성욱
하지만 엄마를 보더니 바로 달려오면서 하루 종일 참았던 눈물을 서럽게 쏟아냅니다. ⓒ권성욱


그렇게 마음 아프게 떼어내기를 일주일. 처음에는 어린이집에 안들어가려고 그렇게 떼쓰고 울더니만 2주가 지나니 이제는 스스로 빠이빠이하고 "다녀오세요" 인사까지 꾸벅합니다. 그리고 친구들하고 노는 것이 재미있었던지 집에 와서도 "친구 좋아" 타령입니다. 형제가 없는 나은공주는 그동안 혼자서만 놀던 것이 무척 외로웠던 모양입니다.


복직한 첫날은 그야말로 전쟁이었습니다. 마침 집사람은 2박3일 출장을 간 덕분에 아빠 자서 밥 먹이고 양치와 세수를 시켜야 합니다. 게다가 코감기에 걸려 콧물이 찔찔해서 약을 먹여야 하는데 죽어도 안 먹겠다고 버티네요. 억지로 약을 먹이고 옷 입혀서 나가려고 하니 어딘가에서 익숙한 냄새가 납니다. 그 사이 한방 터뜨렸네요. 아직 시간이 있어서 급히 기저귀를 벗기고 엉덩이를 씻겼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바지가 마음에 안 든다고 입지 않겠다고 난리입니다. 재빨리 방으로 뛰어가 바지 두개를 가져와 "이거 입을래? 저거 입을래?" 하니 하나를 고릅니다. 이번에는 인형 친구랑 같이 가겠답니다. 딱 한 놈만 데리고 차에 태웠습니다. 복직 첫날의 출근 전쟁은 지금도 잊을 수 없네요.


어린이집 보낸지 한달이 지나니 같은 반 아이들과 모두 친구가 되었습니다. 바다반 칠공주파 결성. ⓒ권성욱
어린이집 보낸지 한달이 지나니 같은 반 아이들과 모두 친구가 되었습니다. 바다반 칠공주파 결성. ⓒ권성욱
 

그런데 복직 쳣주 일요일, 하루종일 잘 놀다가 갑자기 저녁부터 열이 나고 아프기 시작합니다. 안그래도 어린이집에서 수족구가 유행한다더니 친구들한테서 옮았나 봅니다. 아이 맡길 곳 없는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걱정이 아이 아픈 일입니다. 특히 장염이나 수족구, 구내염처럼 전염성이 있는 병은 일단 걸리면 최소 1주일인데다 다른 아이들에게 옮길 수 있기에 어린이집에도 못 보냅니다. 그렇다고 직장에 애기 아프다고 1주일씩 병가를 낼 수도 없고 어디에다 맡길 곳도 없습니다. 낯가림 때문에 베이비 시터도 안됩니다. 정말 그때만큼 난감할 때도 없었습니다. 정부에서는 가정의 육아 부담을 줄이겠다며 육아 휴직을 확대한다지만, 정말로 시급한 것은 아이 아플 때 눈치 보지 않고 병가를 쓸 수 있는 분위기부터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집사람과 번갈아가며 2일씩 연가를 내어 아이를 하루종일 간호했습니다. 처음에는 먹는 것마다 토하는데다 밤에는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가기를 반복했습니다. 해열제도 소용없기에 옷을 다 벗기고 밤새도록 물수건으로 닦아내며 열을 내렸습니다. 엄마, 아빠의 지극 정성 덕분인지 목요일이 되니 의사 선생님이 다 나았답니다. 안그래도 직장에 하루 더 연가를 내야한다고 어떻게 말을 하나, 걱정하던 참이었습니다. 어린이집에 입학하면 일년은 온갖 병을 달고 산다던데 생각해보면 첫해에 3번 아팠고 작년에는 2번 아팠네요. 아예 안 아플 수야 없지만 크게 아프지 않고 아파도 2, 3일이면 나아준 것이 한없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직장 어린이집이라 점심 때 종종 들려서 우리 딸래미 뭐하고 있나 봅니다. 밥 다 먹고 양치하고 있거나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아빠를 보더니 "아빠~~"하고 반갑게 달려옵니다. 옆의 친구들까지 우르르 몰려와 안아달라고 난리입니다. 한 아이가 "아빠"라고 하니 나은공주는 단호하게 "아니야! 내 아빠야"라고 합니다. 퇴근길에 데리러 가면 하루 종일 친구들과 놀고서도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지 "아빠, 조금만 더 있다가 가요."랍니다. 그렇게 10분을 더 놉니다. 기다리다 못한 아빠가 "그만 가자"라고 하면 그제서야 "우리 내일 봐~"하면서도 헤어질 때까지 친구들과 손잡고 나옵니다.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제일 친한 예서와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그 옆에서 아빠 두 사람은 하릴 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권성욱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제일 친한 예서와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그 옆에서 아빠 두 사람은 하릴 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권성욱
 
나은공주도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일요일날 야외에 가족 나들이를 다녀오면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라서 나는 너무 행복해!" 이제 4살밖에 안된 아이가 이런 말을 다하나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아직 엄마 품에 있어야 할 시기에 어쩔 수 없이 떨어지면서 마지못해 체념하는 것이죠. 그래도 어린이집 안 가겠다며 떼 한번 쓰지 않았습니다. 항상 맑고 긍정적인 성격이다보니 어느 사이 어린이집 공인 최고의 애교녀가 되어서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온갖 웃음을 던져주는 소녀가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율동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권성욱
친구들과 율동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권성욱
 
지난 2년 동안 어린이집에서 만든 수많은 행복한 추억들. 나은공주가 그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즐겁고 행복했던 느낌만은 분명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엄마, 아빠와 헤어져 어린이집에 가야 했지만 졸업하는 순간까지 별 탈 없이 다녀준 것이 한없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정의 절반이 맞벌이 부부라고 합니다. 직장 여건상 변변히 육아 휴직조차 쓰지 못하는데다 양가 부모님이 멀리 계시거나 연로하시어 아이를 맡길 형편이 안되는 가정이 많습니다. 부득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합니다. 때로는 주변 동료들의 작은 배려가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그걸 헤쳐나가야 할 사람은 결국 엄마, 아빠입니다. 육아는 결코 한사람만의 몫이 아니며 두 사람이 합심하여 도와가야 합니다. 그 과정은 힘들고 때로는 자신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정말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친구들이 다같이 마지막 인사를 하러 나왔습니다. 조그만 베이비들끼리
친구들이 다같이 마지막 인사를 하러 나왔습니다. 조그만 베이비들끼리 "우리집에 꼭 놀러와" "알았쪄" 서로 뽀뽀하고 껴안는 것이 그동안 나은공주의 인간관계가 나쁘지 않았나 봅니다. ⓒ권성욱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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