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돈에 대해 가르쳐야 할 때
아이에게 돈에 대해 가르쳐야 할 때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5.07.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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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지갑에서 500원을 몰래 가져온 아이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사람들은 누구나 돈을 좋아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어린 아이들이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대략 네다섯 살까지는 돈을 ‘화려한 종이’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탕이나 과자 같은 경우는 그 맛을 보게 되면 욕심을 내지만, 돈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흘러야 한다. 중성자극이라 할 수 있는 돈과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탕이나 과자, 장난감 같은 선호자극의 관련성을 학습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런 경험이 없는데 아이를 불러다 앉혀 놓고, 돈에 대해서 설명해도 아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아이에게 돈을 가르쳐야 할까? 이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가 다섯 살 때 우리 부부는 외출할 일이 있어서 아이를 본가에 잠시 맡겼다. 다섯 시간 정도 아이는 할머니랑 함께 지냈고, 우리 부부는 저녁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아이를 씻기려고 옷을 벗게 했는데 옷에서 500원짜리 동전 하나가 나왔다.

 

“이게 뭐야? 왜 돈이 주머니에 있어?”

 

나는 적지 않게 당황해서 아이를 쳐다보며 조금은 무섭게 물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내 표정을 보고 약간 긴장만 했을 뿐,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할머니 지갑에서 가져왔어요.”

 

“할머니가 주신거야, 네가 그냥 꺼내 온거야?”

 

“내가 그냥 가져왔어요.”

 

“왜 가져왔어?”

 

“돈이 갖고 싶어요.”

 

아빠가 왜 언성이 높아지는지 이유도 모르고, 그저 묻는 대로 솔직하게 대답하는 아이의 천진난만함에 기가 차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때다 싶어서 아이를 앉혀놓고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돈이 왜 갖고 싶었어?”

 

“할머니랑 같이 가게에 갔는데, 할머니가 돈 내고 우유 사왔어요. 나도 우유 먹고 싶어서요.”

 

“그랬구나. 그런데 아들아 네 것이 아니면 가져와서는 안 돼. 돈이든 물건이든 말이야. 어린이 집에서 친구가 네 물건 가져가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슬퍼요.”

 

“맞아. 그래서 다른 사람 물건은 가져오면 안되는 거야. 알았지?”

 

“네.”

 

“아빠, 그런데 나도 돈 주면 안되요?”

 

“이미 너한테는 돈이 있어. 아빠하고 엄마가 네 돈을 지금 관리하고 있거든.”

 

나는 얼른 일어나서 노트북을 가져왔다. 그리고 아이의 생활비를 사용내역을 기록한 엑셀 파일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던 아이의 생활비 일부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엄마아빠가 네 생활비를 어떻게 썼는지를 적은 것이고, 또 이것은 네 돈이야. 아직은 네가 어려서 엄마 아빠가 이렇게 네 돈을 관리해 주고 있어.”

 

“와 신난다! 나도 돈 있네.”

 

“그럼 돈 있지. 그러니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엄마나 아빠한테 말해서 네 돈으로 사 먹자. 절대 다른 사람 돈 가져오면 안 돼. 알았지? 다음에도 돈 가져오면 아빠가 아주 많이 혼내줄 거야!”

 

“네!”

 

소유의 개념이 불분명한 아이들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어떤 부모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물론 이를 빌미로 아이들을 지나치게 꾸중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서도 안 된다. 이런 행동들이 쌓여서 도벽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소유의 개념을 가르칠 기회인 동시에, 돈을 가르칠 기회인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자녀교육은 부모가 아이의 성장과 경험을 따라가면 된다. 질문이 있어야 답이 있고, 요구가 있어야 만족이 있는 법이다. 돈을 그저 화려한 종이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종이로 보기 시작했을 때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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