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출우돌 육아일기
얼마 전 베이비뉴스에 [딸이 좋아요? 아들이 좋아요? - “전 딸 낳아서 해외여행 갈래요”]란 제목으로 글을 썼더랬다. 내가 다니고 있는 병원은 32주가 넘어서야 성별을 알려주기 때문에 나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 ‘둘째라서 덜 궁금하겠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난 첫째 때보다 더 궁금했었다. 결국, 18주에 다른 산부인과로 원정(?)을 갔다.
32주까지 기다리기엔 내 인내심은 너무 부족했다. 남편과 첫째 딸을 대동하고 초음파실에 들어갔다. 성별을 물어보려고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의사선생님께서 내 마음을 아셨는지 “뭐 낳고 싶어요?” 물어보셨다. 마음속으로 “올레~~~”를 외쳤다.
다음은 의사선생님과 나눈 이야기다.
의사선생님: “뭐 낳고 싶어요?”
나: “저는 딸이 낳고 싶어요. 자매로 키우고 싶어서요.”
의사선생님: (남편을 바라보시며) “남편 분은요?”
남편: “저도 딸이 좋아요.”
의사선생님: “옷 다시 안사도 되겠어요.”
남편과 나: (순간 멍~하다가 미소)
의사선생님: “딸 갖고 싶다더니 반응이 왜 이래요? 남편분이 집에 갈 때 소주 마시고 들어가자고 하면 거짓말 한 거예요.”
남편과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 병원 문을 나왔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우리 부부가 그렇게 원하던 대로 자매라고 하는데, 남편이 나오자마자 한마디 한다.
“노후 걱정은 덜었다. 얘들아. 시집 갈 돈도 다 벌어서 가야한다!!”
성별을 알기 전 남편과 나는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아들 낳으면 나중에 장가갈 때 집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돈 열심히 벌어야겠다고.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던 터라 남편은 병원을 나서자마자 이야기한다. 우리가 그렇게 바라던 딸이라는데, 자매 있는 집은 결혼해서도 평생 친구처럼 지내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도 바래왔는데 왠지 남편은 서운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자꾸 물어본다.
“여보, 나중에 목욕탕 함께 갈 아들이 없어서 서운하지 않아?”
남편은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서운하지 않다고 딸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나중에 남편이 외롭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엄마에게 꼭 딸이 있어야 하듯이 아빠에겐 든든한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었던 터라 왠지 남편이 안쓰러워 보인다. 우리의 가족계획은 자녀 둘로 끝낼 예정이다. 원래는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고 결혼 전부터 계획 했지만 하나를 낳고 보니 하나는 너무 외로울 거 같아서 둘째를 마지막으로 가족계획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둘째도 딸이라서 우리 부부는 너무 행복한데….
주변 사람들에게 둘째도 딸이라고 얘기하면 한마디씩 한다.
“하나 더 낳아야겠네?”
“괜찮아, 괜찮아.”(뭐가 괜찮다는 건지.)
요즘 시대에도 남아선호사상은 존재 하나 보다. 특히나 우리와 같은 또래인 30대 초반 남자들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 것을 보면 자꾸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괜히 심통도 난다. 내가 뭔가를 해야 할 일을 못한 것 같은 기분? 부모에게는 아들 하나 딸 하나가 키우는 재미를 다 느껴 볼 수 있어서 좋지만 자녀들에게는 동성이 좋다는 이야기에 100%공감하는 나에게 세상 사람들은 자꾸만 자격지심을 불어넣어준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남아선호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도록 열 아들 부럽지 않게 두 딸을 키울 것이다. 남편이 외롭지 않도록 나는 더 많이 사랑하며, 위하며 살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 “우리 부부에게 아들 하나 더 낳아야 한다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마세요. 우리는 딸 둘을 원했고 그 바람대로 이뤄져서 너무너무 행복해요.”
지안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첫아이가 아들이여서 둘째는 은근 딸을 바랬답니다.
울 신랑은 아들을 바랬구요. 딸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나.ㅎㅎ
지금은 형제로 자라는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