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가 부모에게 하고 싶었던 말
보육교사가 부모에게 하고 싶었던 말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10.28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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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아름다운 소통, 즐거운 어린이집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공동기획] '아름다운 소통, 즐거운 어린이집' 대한민국 어린이집 미소(美疏) 캠페인


스마트알림장 키즈노트(대표이사 최장욱 김준용)와 베이비뉴스는 아이와 엄마, 선생님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소통, 즐거운 어린이집'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대한민국 어린이집 미소(美疏) 캠페인'(http://miso.ibabynews.com)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믿고 소통할 방안을 찾기 위한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28일부터 일부 민간어린이집들이 보육료 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연가 투쟁에 들어갔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인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상황이 왜 여기까지 온 것일까.


갈등의 시작은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터진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아동학대 대책으로 보육교사들의 근무 현장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령을 만들었다. 보육교사들은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내년도 예산안에 보육료 인상 계획은 빠졌다. 결국 보육교사들이 연가 투쟁이라는 강수를 사용한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육교사와 부모의 신뢰가 위태로워졌다. 보육 현장에서 갈등이 터져 나오는데, 정작 보육의 당사자인 부모와 보육교사가 서로 대화할 기회는 없었던 탓이다. 보육교사와 정부의 갈등과는 별개로 부모와 교사가 신뢰를 공고히 할 필요성이 지적됐다.


그래서 보육교사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나푸르니반포어린이집 보육교사 김연정 씨와 다솔어린이집 보육교사 이주연 씨가 어린이집 업무를 마치고 26일 저녁 서울 서초구에 있는 베이비뉴스 사무실을 찾았다. 김연정 씨는 11년째, 이주연 씨는 8년째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는 중견 보육교사다. 이들이 현재 일하고 있는 어린이집은 모두 국공립어린이집이다.


다음은 두 사람과 나눈 좌담 전문이다.


◇ 아이도 CCTV에 찍히는 것 싫을 수 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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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 올해 초 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 때문에 보육 현장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불안해하는 부모가 많은가.


김연정 : 아동학대 문제는 예전에도 있었다. 몇 년 전에 한창 아동학대 문제가 불거졌을 때 교사들끼리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마 어머니 대부분이 아이들에게 선생님에게 학대를 당한 적이 있는지 물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반 이상이 “엄마가 선생님이 때리느냐고 물었다”고 답했다.


아이들이 등·하원할 때 어머님들이 교실 앞까지 올 수 있고 CCTV까지 있는데도 신뢰를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상했다. 열심히 아이를 보고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사기가 떨어졌다. 시간이 흘러서 다시 기운을 낼 때쯤이면 다시 아동학대 문제가 터진다. 몇몇 교사들 때문에 보육교사 전체가 의심받아서 힘들다.


이주연 : 보육교사에 관한 안 좋은 이야기가 이슈화됐지만, 그런 사람은 정말 일부분, 먼지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보육교사의 사기는 많이 떨어졌다. 현장에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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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 정부는 아동학대 대책으로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CCTV가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는지?


김연정 : CCTV가 개선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육 현장이 개선되려면 보육교사들이 전문가적인 소양을 더 갖추고, 부모님들도 관점과 생각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CCTV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 화면으로만 상황을 보면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렌즈에 비치면 같은 행동도 과하게 보이거나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이 왜 벌어졌는지 알려면 한 달 치 영상을 봐야 한다. 아동의 발달 상황이나 교육 내용에 따른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CCTV로 내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내 습관까지 다 드러났다. 보는 게 수치스러웠다. 우리는 당연히 모든 모습이 노출돼야 하는 사람인 건가 속상하기도 하다. 사실 아이에게도 CCTV에 찍혀도 괜찮은지 물어봐야 한다. 아이도 찍히는 게 싫을 수 있다.


이주연 : 열심히 일하는 선생님들은 CCTV를 신경 쓰지 않는다. 없는 것처럼 생각한다. CCTV는 정말로 아이들이 다치거나 사고가 났을 때 쓰이는 도구라고 여긴다. CCTV 말고 선생님들은 관찰카메라를 이용해 교육하는 모습을 스스로 찍고 보려는 노력도 한다. 교사들에게 요구만 할 게 아니라 듣고 개선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원아수첩만 잘 활용해도 소통 OK


김연정 : 부모님들이 아이를 믿고 맡겨주면 위로가 된다. 교사 입장에서 무언가 하나를 해도, ‘이걸 부모님들이 있는 그대로, 진심을 받아줄까?’하고 걱정이 된다. 교사들이 부모님께 이야기하는 건 아이들을 생각해서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말조차도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주연 : 부모님과의 관계가 가장 어렵다. 부모님이 오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원만하게 어떻게 말할까, 단어 선택까지 고민을 많이 한다.


초임 때 만 1세 반을 맡았다. 당시 어린이집이 수리 중이어서 옆에 있는 주택을 빌려서 운영했다. 그때 한 남자 아이가 배변 훈련을 해야 하는데, 교육 환경이 갑자기 바뀐 터라 훈련을 계속하기에 상황이 적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께도 배변 훈련을 천천히 진행하자고 말씀을 드렸다.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온 뒤에, 다시 어머니께 배변 훈련을 차근차근하면 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다음날 어머니로부터 “배변 훈련을 언제까지 미뤄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장문의 편지가 왔다. “아이를 방치했다, 방임했다”는 표현이 있어 가슴 아팠다. 다행히 상황을 파악하신 원장님이 어머니와 대화해서 오해를 풀어주셨다. 부모님과 기본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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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 부모와 교사 간에 기본적인 신뢰가 없다면 갈등이 생겼을 때 문제가 커질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준의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


김연정 : 국공립어린이집은 등·하원 시간에 그날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자주 이야기한다. 그런데 차량으로 등·하원하거나 출입이 제한된 어린이집에서는 직접 대화할 수 없으니 오해가 생긴다. 어머니들의 추측과 상상이 부풀려진다. 요즘에는 조부모님이나 아이돌보미들이 등·하원을 챙기면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제3자의 말로 이야기를 듣게 되는 탓이다. 부모님들도 바빠서 직접 소통하기도 어렵다. 통화가 제때 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때도 있다.


이주연 : 교사들이 매일 열심히 적는 원아수첩을 잘 활용하면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된다. 부모님들이 집에서 원아수첩을 확인하고, 다시 전달사항을 적어주면 된다. 가령 ‘어린이집에 오기 전에 옷을 입다가 엄마랑 실랑이해서 기분이 안 좋아요’라고 전해주면 어린이집에서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가정에서 어머니들이 원아수첩을 챙겨주지 않는 때가 많다.


가정과 어린이집의 보육이 연계돼야 효과가 좋다. 어머니가 집에서 어떻게 아이를 챙기느냐에 따라 발달 속도가 다르다. 영아는 가정에서 아이가 무엇을 먹고, 어떤 놀이를 좋아하며, 무얼 선호하는지 등을 세세하게 적어주면 훨씬 좋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가 감정이 상해서 어린이집에 오면 살짝 귀띔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김연정 : 어머니 중에 원아수첩을 육아수첩처럼 활용하길 원하는 분들도 계신다. 실제로 그렇게 활용하시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집에서 본인이랑 아이가 어떻게 있었는지, 배변, 수유, 수면 시간 등을 적는 거다. 그걸 보면 선생님들은 ‘오늘 아이에게 밥을 더 줘야겠다’, ‘오늘은 일찍 재워야겠구나’ 하는 식으로 살피고 한 번 더 기다려보게 된다. 원아수첩이 곧 아이들을 위한 중요한 소통의 장인 것이다.


아이가 긍정적으로 성장하려면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자는 지원자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과적으로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집에서 지도하는 내용을 교사에게 알려주고, 어떤 걸 바라는지 전해주면 아이가 더 발달할 수 있다. 어머니가 어린이집 현장을 찾고 궁금한 걸 물어주면, 그 아이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한 번 더 돌아보게 되고 공부해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줄 수 있게 된다.


부모님들끼리만 소통하면 잘못된 정보가 모여서 다른 결론이 나온다. 묻고 싶은 내용은 직접 교사에게 물어보는 게 현명하다.


이주연 : 우리는 항상 열려있으니 언제든지 필요한 거 있으면 편하게 생각하고 물으면 된다. 추측하지 말고 물어봐 주면 좋겠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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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의 참여, 언제든지 환영


베이비뉴스 : 부모들이 어린이집의 현장을 다 알 수는 없어서 생기는 오해도 있을 듯하다.


김연정 : 교사가 종일 높은 말투로 말하기 어렵다. 높은 톤이 아이들에게 좋은 톤이 아니기도 하다. 조금 낮은 톤으로 이야기하는 게 안정적이다. 높은 소리로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들뜨고 흥분한다. 안정된 톤이 보육에는 좋고, 아이들도 그런 톤을 좋아한다. 그런데 어머니들은 목소리 톤이 낮으면 무뚝뚝하다고 여긴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과장된 표현을 하며 아이를 반기고 환하게 웃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중성적이고 씩씩한 선생님이 더 인기가 많다. 보육 현장에는 흔히 생각하는 어린이집 교사 이미지와는 다른 여러 선생님이 있다.


이주연 : 교사들도 다양한 사람의 집단이다. 그런데 보육교사에 관한 고정관념이 있어서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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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정 : 영아는 아이마다 요구사항이 다 다르고, 개별적으로 챙겨야 할 사항이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유아가 되면, 특징적인 사항이 줄어들고 아이들의 일과도 무난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꼭 전달해야 할 것만 수첩에 쓰면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자주 쓰지 않는다고 여기는 분이 계셨다. 아이가 잘 크고 있어서 특별히 쓸 게 없는 건데……. 사실 만나서 이야기하면 자세하게 전달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할 때 아쉽다.


어머니들께서 원아수첩을 매일 챙기기 어렵다면 하루 정도만 수업에 참여해 주면 좋겠다. 어린이집은 부모님들이 필요하다. 작은 부분이라도 참여해주고 관심을 보여주길 기다리고 있다.


이주연 : 1년에 몇 번 상담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머니들이 보조선생님 역할을 맡아 같이 하루를 보내면 확실히 보육현장을 이해하게 된다. 두 달 전에 현장학습 도우미로 어머니 두 분이 같이 왔다 가셨다. 어머니들이 보육현장의 어려움을 많이 알게 되고 주위 부모님들에게도 이야기해주신다. 우리는 부모님들의 참여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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