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보다 아기 낳기 좋은 환경을!
부자 감세보다 아기 낳기 좋은 환경을!
  • 칼럼니스트 정옥예
  • 승인 2011.09.26 13:55
  • 댓글 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번 외출 다녀오면 허리부터 발끝까지 욱신욱신

[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나는 둘째를 임신 중이다. 22주. 둘째라 그런지 배는 더욱 빨리 나오고 첫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밑이 빠질 것만 같은 증상도 경험 중이다. 입덧도 심하고, 배도 많이 나오고….

 

거의 첫째아이와 집안에 칩거 중이다. 가끔 외출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도 한숨이 먼저 나온다. 우리 집은 2호선 라인에서 마을버스를 타야한다. 외출을 할 때는 아기가 깨있으니 어찌 어찌 유모차를 접어서 아기를 잠깐 안고 마을 버스를 탄다. 다행히 2호선 집 근처 전철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하지만 내가 자주 가는 1호선 라인으로 가려면 한숨부터 나온다. 아기띠로 안고 다닐 때는 전혀 상관이 없었지만 둘째를 임신해서 아기띠를 사용할 수 없는 몸이 되버려 외출 할 때 유모차는 필수다. 아기가 아직 22개월이라 그런지 조금 걷다가도 금새 안아달라고 하기 때문에 유모차를 꼭 가지고 다녀야한다.

 

1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 퇴근 시간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그 곳. 그나마 2호선 올라가는 곳엔 에스컬레이터가 짧게나마 설치돼 있다. 하지만 1호선으로 갈아타러 가는 그 긴긴 계단에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전무하다. 처음에는 혹시나 싶어서 전철 끝에서 끝까지 가봤지만 그 어디에도 유모차를 가진 엄마를 위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전철에서 내려 유모차에서 잠든 아기. 깨워서 유모차를 접어 어깨에 메고 내려가야할까, 아니면 주위 분들에게 도움을 청할까, 잠시 생각을 한다. 그 두 가지 방법 모두 불가능할 때가 퇴근시간이다. 1호선 신도림역에서 내리자마자 엄청난 인파에 숨이 턱 막힌다. 사람들이 거의 밀려서 2호선 방향으로 내려간다. 누군가에게 부탁하기도, 내가 아기를 안고 내려가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람들이 조금 줄어들길 기다린다. 뒤이어 또 전철이 온다. 그렇게 몇 번을 기다린 끝에 계단을 겨우 내려갈 수 있다. 1호선 계단을 내려온 다음에 2호선으로 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찾지만 올라오는 방향에만 에스컬레이터가 있을 뿐 내려가는 방향에는 그마저 없다.

 

다시 한 번 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나마 지금은 만삭이 아니라 괜찮지만 만삭 때는 외출은 꿈도 못꿀듯 싶다. 우여곡절 끝에 지하철을 갈아 탄다.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석은 이미 꽉 차 있다. 그 중에는 40~50대 젊은노인분들께서 앉아 계신다. 대개는 양보해주시지만 못 본 척 앉아 계시는 분들도 많다. 개그콘서트 애정남이 생각난다. 임산부와 노인분 중 누가 우선일까? 임신 5개월 이상이면 임산부가 우선이라고 순위를 정해줬던 것이 생각나서 잠시 웃는다. 하지만 정말 힘들 었을 때는 임신 초기였다. 입덧 때문에 앞사람 머리만 봐도 구역질이 나올 거 같아서 얼굴은 하얘지고, 식은땀은 줄줄 나고. 첫애 때는 만삭 때까지 회사를 다녀서 아침 출근 길 중간에 내려서 화장실을 찾아 뛰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마을버스에서 잠이 들어버린 첫째 딸. ⓒ정옥예
마을버스에서 잠이 들어버린 첫째 딸. ⓒ정옥예

 

육아카페를 보면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봉변을 당한 임산부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대개 그곳에 글을 올리는 분들은 마음이 여리신 분들이 많으신지. 한마디도 못하고 얼굴만 빨개져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 글을 보면서 내가 저런 일을 당하면 꼭 내 권리를 주장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다행히 그동안 나는 한 번도 그런 봉변을 당한 적은 없다. 몇정거장 되지는 않지만 이미 지하철을 갈아타는데 온힘을 쏟아 부운 나는 서서 오는 나에게 몇정거장은 길기만 하다.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아기를 깨울 수밖에 없다. 유모차를 그대로 들고 작은 마을버스를 탈 수는 없는 일. 그렇게 한번 외출을 하고 오면 안아픈 곳이 없다. 허리부터 발끝까지 욱신욱신 거린다.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일을 해낸 기분이다.

 

아기 낳기 좋은 세상? 광고만 하지 말고 그 돈으로 아기 데리고 외출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부터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국민들 세금으로 호화청사 짓고, 부자들 위한 감세, 이런 정책만 펼치는 나라를 보고 있자면 한숨만 나온다. 하지만, 나는 힘없는 임산부일 뿐이라 더더욱 서글퍼진다.

 

도대체 국회의원들은 아기를 낳아보고 길러본 적은 있는지, 돈이 많아서 나라 정책은 별로 상관이 없는지…. 왜 정말 아기 가진 집에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너무 허술해서 줄줄 새는 정책만 골라서 만들어내는지 참 궁금해진다.

 

지안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yesm**** 2011-10-11 13:04:00
아이랑 장거리는 넘 힘들어요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아기띠 거추장 스러워서
안 하고 다니는 데
아이가 안아달라든지 잠이 들어 버리면
안고 버스를 타야 됩니다.
그럼 잘 안 일어나 주셔서 어

0igr**** 2011-10-02 11:27:00
마자요~
아이 데리고 외출한번 하려면 정말 진이 다 빠져요.
그래도 가끔 양보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아닌경우가 더 많구요..;;
시설

baby**** 2011-09-28 21:30:00
저도 겪어봐서 알지요.......
저도 임신하고 지하철 탔는데 진짜 자리양보해 주는 사람도 없고...배는 땡겨 아프구......ㅡ.ㅜ 그 고통은 임산부만이 알꺼예요....... 애 유모차 태우고 지하철 한번 탔다가 다시는~ 애데리고 지하철 안탔었다는.........ㅋㅋㅋ 아이 출산정책만 공들이지 말고 출산후에 대한 정책도 같이 겸해야

b**** 2011-09-28 15:39:00
공감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자신있게 외출했다가 계단이 있어서 난감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 아니시져? 이러면서 방관하는 역무원도 계셨어요.

sim**** 2011-09-27 09:12:00
동감
동감해요~~전 지하철은 많이 타진 않지만...아주 가끔~탈때도 느꼈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