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에 칼 갈던 노인, 마음 바꾼 이유
위층에 칼 갈던 노인, 마음 바꾼 이유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11.10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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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층간소음지원센터 운영으로 민원 95% 해결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공동기획] 층간소음 down 이웃행복 up


층간소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문제는 대부분의 층간소음이 아이들이 뛰거나 걷는 데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아이들과 이웃이 함께 행복하려면 부모가 층간소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 베이비뉴스는 국토교통부와 알집매트 후원으로 '층간소음 down 이웃행복 Up' 층간소음 줄이기 연중캠페인을 진행한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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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80대 A 씨는 수개월 동안 신발장에 식칼을 두고 살았다. 바로 층간소음 때문. 그는 위층에서 소음이 날 때마다 쫓아 올라가 때로 “죽여버리겠다”는 식의 폭언까지 쏟아내며 항의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낀 A 씨 아들은 “저희 아버지가 사고 치실 것 같다”며 광명시에 도움을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 A 씨의 민원은 지난해 늦여름 광명시 층간소음지원센터로 전달됐다.


민원을 접수한 층간소음지원센터 직원들은 현장을 찾아 A 씨와 위층의 이야기를 각각 들었다. 두 가정의 사연을 들으니 갈등의 진짜 원인은 소음이 아니라 ‘말’에 있었다. 3년 전 위층에서 집들이하던 날, A 씨가 조용히 해달라고 올라갔다가 집들이에 온 손님에게 심한 욕설을 들은 것. 그 뒤로 A 씨는 소음이 들릴 때마다 올라가 항의했고, 소음이 개선되지 않자 A 씨는 천장을 두들기거나 올라가서 위협적인 행동까지 했다.


이후 센터의 도움을 받아 두 가정은 몇 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먼저 위층은 A 씨에게 과거의 일을 사과하고 저녁 10시 이후에는 소음을 줄이고, 소음이 많이 생기는 날에는 미리 양해를 구하기로 했다. A 씨 가정은 직접 찾아가서 항의하거나 천장을 두들기는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층간소음지원센터는 아파트 구조의 특성상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A 씨를 비롯한 아파트 주민 전체에게 안내했다.


◇ 광명시 아파트 단지 98% 층간소음조정위원회 구성


ⓒ광명시층간소음지원센터
ⓒ광명시층간소음지원센터


자칫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어질 뻔한 층간소음 갈등은 이렇게 해결됐다. 광명시가 층간소음지원센터를 2013년 7월 설치한 이후, 센터가 올해 8월까지 해결한 민원은 전체 민원 606건의 95%에 달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층간소음지원센터를 따로 마련한 것은 광명시가 최초다. 광명시는 주택안전과 공동주택지원팀 내에 층간소음지원센터를 마련하고 직원을 2명 고용해 층간소음 민원을 처리한다. 센터에 2013년 7월부터 2014년까지 투입된 예산은 5390만 원으로, 주택안전과 홍보비의 10배에 이르는 규모가 투입되고 있다.


센터를 설치한 뒤에는 아파트 단지별로 보도자료와 홍보자료를 배포해 주민들이 층간소음조정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독려했다. 그 결과 현재 광명시 아파트 단지의 98%가 층간소음조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층간소음조정위원회는 1년에 한 번 센터에서 층간소음 관리 교육을 받는다. 교육 참여율은 70~80%에 이른다.


층간소음지원센터에서 안내하는 층간소음 해결의 기본은 ‘주민 자체 해결’이다. 관리사무소와 층간소음조정위원회가 주도해 층간소음 당사자 간의 합의를 끌어내라는 것. 하지만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층간소음지원센터가 나선다.


층간소음지원센터는 일단 전화로 민원을 접수하면 무조건 현장을 찾아가 아래층과 위층의 이야기를 각각 듣는다. 이 과정에서 위층이 소음을 실감하지 못하면 같이 아래층에 내려와서 소리를 듣게 하고, 아래층이 위층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래층 주민에게 위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서로 이해하도록 돕기 때문인지, 보통 현장방문 1회 만에 조정이 성립된다. 이마저도 어려우면 2~3회까지 현장을 찾는다. 층간소음지원센터 박명숙 주무관은 최고 4번까지 현장을 방문한 적도 있다.


센터 직원이 현장 방문을 할 때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을 대동한다. 아파트 단지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현장을 봐야 한다는 취지다. 관리사무소에서 10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박명숙 주무관은 "관리사무소가 층간소음 해결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규약에 따라서 주민 간의 갈등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도 센터가 처음 생겼던 2013년에 비하면 관리사무소의 태도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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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지원센터에서는 교육도 진행한다.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층간소음 예방교육을 시행하는데, 지난해 층간소음 예방 홍보 애니메이션 ‘우리 윗집에 킹콩이?’를 제작해 시 내 230개 유치원에 배포했다. 유치원은 센터가 제공한 자료를 활용해 1년에 2회 층간소음 예방 교육을 시행했다.


교육이 끝나면 교사들은 센터에 교육 내용에 관한 평가와 개선책 또는 새로운 교육 방식을 제안한다. 올해는 동영상 상영 시간이 너무 짧다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인형을 제작해 배포했다. 교육 대상은 초등학교로 확대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규모가 큰 아파트 단지나 민원이 많이 나오는 곳에서 층간소음조정위원회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매달 1번 진행한다.


◇ 층간소음의 진짜 원인은 감정


층간소음지원센터가 문을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근무하는 박명숙 주무관은 층간소음 해결의 열쇠를 마음에서 찾았다. 갈등 현장을 찾으면 실제로 소음이 다툼의 원인이라기보다 감정이 문제라는 것. 그래서 박 주무관은 민원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준다.


“층간소음 갈등에 접근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민원인의 심리 상태예요. 지금 심리 상태가 어떤지 마음을 파고들어야 하죠. 소음은 부차적이에요. 감정을 풀어야 해결이 가능해요.”


박 주무관도 이런 사실을 처음부터 안 건 아니다. 2013년 상담을 처음 할 때만 해도 매트 설치나 실내화 착용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현장 경험이 쌓일수록 층간소음의 실체가 보였다.


“요즘에는 살기가 팍팍하잖아요. 아무래도 다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층간소음에 민감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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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층간소음에 취약한 주택 구조도 문제다. 바닥과 천장, 벽을 이웃과 함께 쓰는 건물 구조 아래에서, 소음은 바닥과 벽, 심지어 배관까지 따라서 움직인다. 전문가들이 공동주택에서 소음을 아예 없애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광명시 층간소음지원센터도 층간소음을 푸는 과정은 ‘소음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명숙 주무관은 "인식이 전환되면 층간소음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층간소음이 왜 문제이고, 어떤 피해가 생기는지 주민들이 알기만 해도 갈등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결국 아래층에 사람이 산다는 걸 유념하고 예의를 지키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박 주무관은 "어린 아이들을 밖에서 뛰어놀게 하고, 집에서는 조용히 있도록 교육하면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강형원 광명시 주택안전과 공동주택지원팀 팀장은 층간소음 사업에 국가가 나서길 기대했다. 광명시가 비교적 많은 예산을 층간소음 사업에 지원하는 편이긴 하지만, 역부족이라고. 현재 층간소음지원센터의 근무자는 모두 비정규직이다. 업무의 특성상 새벽이나 주말에도 근무해야 하고 민원인의 폭언 등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지만, 이들을 보호‧지원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


강 팀장은 “층간소음은 개인 민원이라 중요시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데, 층간소음지원센터는 그런 태도로 일하지 않아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앞으로도 잘할 자신이 있다”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층간소음지원센터가 별도의 기관으로 거듭나고, 더 많은 민원을 관리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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