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나다고요? 엄마는 선각자니까요!"
"유별나다고요? 엄마는 선각자니까요!"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11.18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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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독성물질 잡는 해독 엄마가 되는 법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먹으면 안 돼.”


엄마의 이 한마디에 아이의 식생활이 달라진다. 아무리 복잡하고 청결한 제조 과정을 거친 음식이라 할지라도 엄마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음식은 아이 입으로 들어갈 수 없다. ‘엄마는 아이의 마지막 검역소’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바꿔 말하면 엄마가 검역소 역할을 소홀히 하면 아이를 지킬 최후의 보루가 무너진다는 이야기다.


베이비뉴스 편집국이 집필하고 출판사 나무발전소가 펴낸 ‘독성물질 잡는 해독 엄마(이하 해독 엄마)’는 엄마들이 아이의 검역소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길라잡이다. 먹을거리와 육아용품, 실내 환경까지 독성물질이 숨어 있는 지점을 짚어냈다.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소행주)’에는 검역소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은 엄마 8명이 모여 ‘독성물질 잡는 해독 엄마’ 간담회를 열었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나누고 해독 엄마가 되려면 어떤 일들을 하면 좋을지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간담회에는 나무발전소 김명숙 대표와 환경정의연대에서 10년째 강사로 활동하는 남희정 오색오미밥상 대표, 정진이 국학자료원 새미 대표와 번역가로 일하는 안진이 씨, 두레생협 육아사랑방에서 공동육아를 하는 함혜경‧이어진‧조영실‧박선언 씨가 참석했다.


여덟 명의 엄마는 간담회 장소부터 식당까지 자리를 옮겨가면서 4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책을 읽고 생긴 의문과 고민을 터놓고 나누면서 공감과 위로를 얻고, 생활에 필요한 지혜를 나눴다. 간담회 내용을 대화 형식으로 정리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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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봐도 충격적인 화학물질의 위험성


김명숙 : ‘해독 엄마’는 공부를 많이 하게 되는 책이에요. 그래서 책을 읽고 엄마들과 함께 우리 아이의 몸에 쌓이는 화학물질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해독엄마가 될 수 있는지 나누고 싶어 간담회를 마련했습니다.


이어진 : 두레생협에서 활동하면서 관련 내용을 배운 터라 책 내용이 새롭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배운 대로, 혹은 아는 대로 생활하느냐 하면…그렇지는 않거든요. 화학물질을 줄이는 삶의 방식이 좋다는 생각은 들지만, 실제 삶은 다르게 사는 것 같아요. 엄마가 됐다고 해서 예전의 가치관이나 생활습관이 한 번에 바뀌지는 않으니까요. 몸이 편안한 습관을 넘어서기는 어려워요. 책을 읽으면서 ‘이런 부분을 내가 잊고 있었구나.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걸 많이 놓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혜경 : 지금 4살인 큰딸을 낳았을 때만 해도 자연 분만, 모유 수유, 천기저귀 사용을 아이를 위한 선물이라고 여기고 다 했어요. 감사하게도 그 세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둘째 딸을 임신하고 나서부터는 꾀가 생기더라고요. 천기저귀를 쓰면 아무래도 힘이 들죠. 집에서 냄새도 나고요. 그러다가 주변에서 “이런 구시대적인 거 쓰면서 힘들어 하냐?” 하는 말을 듣고 일회용기저귀를 쓰기 시작했어요. 밖에 나올 때는 일회용기저귀를 써요.


‘해독 엄마’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다 잡는 계기가 됐어요. 제가 지금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다시 살피게 됐고요.


박선언 : 책에서 일회용기저귀의 문제점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어요. 천기저귀를 쓰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나면서 너무 괴로웠어요. 일회용기저귀 하나가 썩는 데 100~500년이 걸린다고 하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했더니 “아이를 셋이나 키우는데 무얼 그걸 고민하느냐”고 하더라고요. 저는 고민이 큰데 말이죠. 도움을 받아서 천기저귀를 사용해보고 싶은 맘이 커요.


물티슈 내용도 놀라웠어요. 물티슈는 첫째 키울 때부터 필수품이었거든요. 하루에도 물티슈로 휴대전화를 몇 번 닦고……. 책 보고는 놀라서 덜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마음이 너무 무거워요.


남희정 : 저는 식생활교육을 하고 있으니 먹을거리 이야기를 좀 할게요. 먹을거리를 통해 몸에 들어온 유해물질은 3대를 가요. 40대 엄마와 7세 아이를 비교했더니 살충제인 DDT 성분이 7세 아이의 몸에 더 많았어요. 아이에게는 할머니 때부터 축적된 것이 전달됐기 때문이죠.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조금 불편하게 살더라도 유해물질을 줄이려는 마음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진이 : 답답한 건 이렇게 위험한 물질이 곳곳에 있다는 걸 대다수 엄마들은 잘 알지 못한다는 거예요. 이런 모임 많으면 좋겠지만, 저는 일하는 엄마라 다른 엄마를 만나기도 어렵고, 누가 제 아이 또래를 둔 엄마인지도 몰라요. 애써 찾지 않으면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죠. 여기에 오신 열성적인 엄마들도 있지만, 저 같은 엄마들이 더 많아요.


그래서 저는 건강한 식습관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국가적으로 하면 좋겠어요. 어떤 음식이 좋고 나쁜지만 가르쳐도 좋겠어요. 하다못해 담배가 해롭다는 공익광고도 하는데 먹을거리에 관한 공익광고가 없는 사실에 분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 묻고 따져서 음식 문맹을 벗어나자


안진이 : 아이가 어릴 때는 먹을거리에 신경 썼는데, 어린이집에 보내니까 주스‧초콜릿‧사탕 다 받아와요. 아이도 이런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니까 통제가 되지 않기 시작하더라고요.


조영실 :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일 때 조심하는 편이에요. 공동육아를 하는데, 이곳에서는 친환경 음식을 줘요. 온 가족이 식습관을 건강하게 지키려 노력하죠. 사람들은 저보고 아이들을 유별나게 키운다고 해요. 그런데 아이들을 위한 건 양보를 못 하겠어요. 이렇게 유별나게 챙긴 덕분에 아이들의 건강이 조금 지켜져요. 하지만 집 밖에서는 이런 원칙이 허물어지죠.


김명숙 : 우리는 음식 문맹이라고 하잖아요. 내가 먹는 게 어디서 오는지 모르고 먹으니까요. 그래도 이런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자꾸 물어보고 연대해야 해요. 우리가 작은 활동을 펼치면서 끊임없이 사회에 요청하면 바뀌어요.


남희정 : 유럽이나 일본은 식생활교육이 의무예요. 아이들이 텃밭을 가꾸고 텃밭에서 나는 걸 먹는 활동이 일상이 됐죠. 식생활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식생활이 중요하다는 걸 사회가 인식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이에요. 아니, 오히려 자본의 논리에 따르는 먹을거리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죠. 정부도 우리를 지켜주지는 못해요. 다국적기업이 지배하니까요. 다국적기업을 이기는 건 소비자뿐이에요.


환경정의연대에서 활동하면서 음식물에 들어가는 색소가 나쁘다고 사회와 기업에 계속 얘기했어요. ‘이런다고 변할까’ 싶었는데, 그 주장이 우리나라에 다 퍼졌어요. 하얀 딸기 우유가 나오는 걸 보고 놀랐죠. 유럽에서도 유전자조작(GMO) 식품을 제한하게 된 게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덕분이에요.


◇ 엄마는 선각자, 힘든 길은 함께 걷자


함혜경 : 그런데 이렇게 화학물질을 다 피하면서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원칙을 지킬 에너지를 얻기 어렵죠. 저 혼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바깥의 시간과 내 시간이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지금은 쉽게 하는 방법을 찾으면서 조절하려고 해요.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면서요. 그런데 문제를 들여다보면 버릴 게 없어요. 다 해야 할 것들이니까요.


남희정 : 생활 속 유해물질을 주제로 강의할 때는 저도 마음이 무거워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하거든요. 습관이 중요하고 가치가 중요한데, 자본의 논리가 사람들을 자꾸 바보로 만들어요. 소비를 통해 멋지게 옷을 입고 집을 꾸미는 걸 잘사는 거라고 몰아가죠. 스스로 잘 살피지 않으면 거기에 매몰돼서 ‘환경적으로 살려고 게 잘 못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환경적으로 살면 지저분해지거든요.


조영실 : 어찌 보면 정치 이야기랑 비슷해요. 다른 엄마들에게 생활 속에 이런 위험한 물질있다고 말했더니, “이것도 나쁘고, 저것도 나쁘다고 하면, 어떻게 다 따지고 사느냐”며 더 알고 싶지 않아했어요. 이런 운동이 보다 즐거워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죠. 가령 음식을 해 먹지 않아도, 외식해도 좋은, 건강하고 착한 식당을 서로 공유하는 식으로요.


박선언 : 직장맘들에게 밥을 해주는 건 어떨까요? 함께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 같아요.


남희정 : 저는 서로 용기를 북돋아 주도록 이런 모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함께 “우리는 환경적으로 사는 게 잘하는 거야, 잘 사는 거야” 하면서 가치만 잘 부여해도 힘이 되거든요. 때로는 ‘나 하나 천기저귀 쓴다고 바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살면서 화학물질로부터 완전히 안전할 수도 없고요. 또 잘 모르는 사람들의 “너는 왜 그렇게 살아?”라는 말 한마디에 기운이 빠지죠. 그래서 혼자는 힘들어요. 같이 하면 훨씬 즐겁게 할 수 있죠. 서로 “너 지금 참 잘하고 있어”하면 힘이 나잖아요.


그리고 엄마가 괴로우면 안 돼요. 그러면 금방 나가떨어져. ‘좋은 생활습관이 조금씩 몸에 익으면 내 아이는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10번 사용할 거 8번 쓰는 식으로 줄이는 것만 해도 좋아요.


원래 선각자의 길은 힘들다고 해요. 엄마들이 선각자라서 힘든 거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쉬운 방식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거예요.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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