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가 뭔지 모르는 딸, 이걸 보면
'딸바보'가 뭔지 모르는 딸, 이걸 보면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15.11.20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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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영 글, 그림 <도도, 싹둑!>

[연재]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딸, 너 딸바보가 뭔지 알아?"

"아니 몰라."

"딸을 무척 아끼고 사랑하는 아빠 같은 사람을 부르는 별명 같은 거야."

"그래?"

"네 아빠가 딱 '딸바보'잖아. 그렇게 느낀 적 없어?"

"글쎄."

"뭐? 아빠가 알면 엄청 서운하겠다."

"음... 잠시만 좀 생각해보고. 밖에서 배드민턴할 때?"

 

'애 키워 봤자 소용없다'는 말을 하긴 아직 이르지만 딸, 이건 좀 너무해. 아빠가 널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데. 엄마가 질투할 만큼 그랬단 말야. 이제부터 엄마가 하는 말 잘 들어봐.

 

네가 엄마아빠에게 온 걸 처음 알았을 때, 아빠는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했어. 어찌나 좋은지 말야. 임신 초기 출혈도 있고, 입덧도 심해 16주가 되도록 변기통과 한 몸이 되다시피 했던 엄마 옆에는 늘 아빠가 있었어. 물론 아빠 퇴근 이후에. ^^;

 

그리고 이건 진짜인데... 네가 태어난 이후 아빠는 한번도 너의 외모를 평가한 적이 없어. 무조건 예쁘다고만 했지. 엄마는 아니었는데 말야. ㅋㅋ 그뿐인 줄 아니? 대부분 아이가 태어나면 아빠와 다른 방을 쓰게 된다고 하던데(다음날 출근해서 회사에서 일하는 아빠를 위한 배려라고 해. ㅡㅡ;), 아빠는 엄마 옆에서 널 계속 지켰단다. 엄마 혼자 힘들게 할 수 없다면서(네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이게 얼마나 큰 감동인지 알게 될 거야).

 

새벽에 네가 깨서 울면 달래고, 하루 종일 혼자 널 보느라 지친 엄마는 그냥 자게 두었지. 그리곤 팔이 저리도록 널 안아서 재운 게 아빠야. 아빠 역시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 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말이지. 매일매일 정시퇴근해서 집에 와 육아에 힘든 엄마를 제일 배려해준 것도 네 아빠고. 벌써 9년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그때 엄마가 쓴 육아일기도 찾아 보지 않았겠니. 중간중간 내용마다 "네 아빠는 정말 최고"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게 그 증거란다. 아빠가 있어서 엄마는 정말 든든했어.

 

이게 다가 아냐. 네 목욕은 돌이 될 때까지 아빠가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고, 집에서 재택근무 하는 엄마에게 늘 힘과 용기를 준 것도 아빠란다. 네가 20개월 때부터 어린이집에 갔으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린이집과 학교에 매일 너를 데려다 준 것도 아빠지. 네가 참여하는 각종 행사에 빠진 적도 없고 말야. 심지어 엄마도 시간이 없어 못 간 방과후학교 공개수업까지 가는 '딸바보'가 바로 아빠라고.

 

물론 아빠 회사가 집과 가까운 이유도 있지만, 가깝다고 다 그렇게 하는 건 아니란다. 세상에 만약 '딸바보 인증'이란 게 있다면 그건 당연히 아빠 몫일 거야. 그런데 기껏 배드민턴 할 때 정도라니. 내가 다 서운할라고 한다, 얘. 어머, 그런데 그림책 <도도, 싹뚝!>에도 아빠만큼 딸을 위하는 딸바보가 있네?

 

"우리 딸 머리가 이게 뭐요?" 따지러 간 아빠


도도, 싹둑! ⓒ사계절
도도, 싹둑! ⓒ사계절


엄마의 단발머리가 예뻐 보였던 도도. 가위를 들고 머리를 자르기 시작합니다. 하나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웬걸. 자를수록 양쪽 머리 길이가 잘 맞지 않아 자꾸 자꾸 머리가 짧아졌어요.

 

결국 엄마와 미용실에 간 도도. 이참에 파마를 해보지만 도도는 완성된 머리가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이날따라 집에 가는 길이 왜 그렇게 먼지. 집에 온 도도는 뭘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어요.

 

도도의 이런 마음을 알 리 없는 아빠는 퇴근 하고 집에 와 "너 머리가 왜 그래?" 하고 크게 웃습니다. 속상한 도도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미안한 마음이 든 아빠는 "(머리를 이렇게 만든) 미용실 주인을 혼내줘야겠다"고 도도를 달랩니다.

 

그러나 이미 시간은 늦어 미용실 문이 닫혔지 뭐예요. 그런데도 아빠는 주인 없는 미용실 앞에서 큰 소리로 외칩니다. "애 머리가 이게 뭐요? 우리 딸이 얼마나 예쁜데, 이제 어떡할 거냐고! 책임져요"라고. 도도는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창피했지만, 웃음이 났어요. 아빠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길, 도도는 아빠를 꼬옥 안았습니다.

 

도도아빠를 보며 아빠 생각이 나서 슬며시 웃음이 났어. 아빠라면 충분히 이러고도 남을 것 같았거든. 아니지, 아빠라면 머리 자른 것도 예쁘다고 했겠다. ㅋㅋ 너는 요즘 네 동생이 아빠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다 이유가 있어.


네 동생이 태어났을 때, 그 해 아빠는 너무 바빠서 네가 태어났을 때처럼 엄마와 동생을 돌봐줄 수 없었거든. 1년 12개월 동안 12일도 못 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엄마는 별로 서운하지 않았어. 네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니까. 지금 아빠가 동생을 많이 아끼는 건 그래서인지도 몰라.


어때? 이정도면 아빠 진짜 딸바보라 할 만하지? 그러니 딸, 절대 잊지마. 아빠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중에 사춘기가 오더라도 방 문 걸어 잠그고 안 나오기 없기다, 응?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로, 9살 다은, 5살 다윤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두 딸과 함께 읽으며 울고 웃은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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