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 증세 없는 복지가 진짜 원인"
"보육대란, 증세 없는 복지가 진짜 원인"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2.02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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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보육대란 긴급진단 긴급좌담회 개최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참여연대가 주최한 보육대란 '누리과정 누구의 책임인가?' 긴급좌담회에서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왼쪽)가 중앙과 지방의 복지 및 교육 역할 분담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참여연대가 주최한 보육대란 '누리과정 누구의 책임인가?' 긴급좌담회에서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왼쪽)가 중앙과 지방의 복지 및 교육 역할 분담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누리과정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지 않아 보육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교육청에 목적예비비 3000억 원을 먼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고에서 누리과정에 투입하는 돈마저 일부 교육청으로 제한하면서 갈등은 더 깊어진 모양새다. 이참에 보육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보육대란 긴급진단, 누리과정 누구의 책임인가 긴급좌담회’를 개최하고 보육대란의 원인이 무엇인지, 누가 나서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논의했다.


좌담회는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인 강병구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및 보육 역할 분담’을, 정창훈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과 지방의 재정분담 문제’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변호사는 ‘누리과정 예산 지방교육자치단체 전가’를 주제로 발제했다.


◇ 지방재정 열악…누리과정 예산 감당 어려워


보육대란은 결국 돈 문제다.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중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의 문제를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그래서 이번 좌담회는 재정 문제에 더 집중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을 교부했고, 이것으로 충분히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교육청과 지방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감당할 재정적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내며 충돌했고, 일부에서는 진실공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지방 재정이 누리과정을 부담하기에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진석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지방교육재정 전망을 보면 교부금이 1.8조 원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은 3.9조 원의 지방채 발행을 전제로 있는 것”이라며 “결국 7% 정도의 적자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정창훈 교수는 정부가 예측한 3.9조 원보다 더 많은 부채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지방재정의 전입금 증가분을 너무 낙관적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교육부가 2016년도 지자체 전입금을 예측할 때는 일단 2014년 정산분만 반영해야 하지만, 2015년 정산분과 올해 지방세 증가 예상분까지 모두 한꺼번에 반영해 1.8조 원이 상승한다고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 이대로 집행해도 될 만큼 지방재정은 괜찮은 걸까.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예산을 낭비하거나 방만하게 경영해서 문제가 생겼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지방재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지방정부가 예산 집행을 제대로 하면 재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방재정은 현재도 매우 열악한 상태이며 가용 재원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


이찬진 변호사는 “지방교육재정의 90.9%는 교직원 인건비, 학교 신.증설비, 학교 운영비, 지방채 상환 등이 경직성 경비로 추정되며, 가용 재원은 9.1% 수준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무상급식까지 건드려도 2조 원 정도밖에 안 된다. 폐지해도 절반밖에 재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직성 경비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는 교사 인건비를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엔 한국의 초․중․고 교육 환경이 아직도 열악하다.


김진석 교수는 “우리나라 교사 1인당 초등학교 학생 수는 2013년 기준으로 17.3명, 학급당 학생 수는 24명으로, OECD 평균인 15.2명, 21.2명에 비해 열악하다”고 말했다.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투자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 김 교수는 “학생 수의 감소를 교육재정 긴축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교육 환경 개선이라는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쓸 돈은 없고 써야 할 비용은 많으니 빚이 늘 수밖에 없다. 정창훈 교수는 “2016년 말에 누적 지방채는 20.3조 원이 예상된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36.3% 정도 되는 것이다. 지자체는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40%가 넘어가면 재정 위기 심각하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의 허구가 드러난 일


지방재정이 어려워진 것은 세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교부금 규모는 내국세의 20.27%로 고정돼 있다. 내국세의 규모에 따라 교부금이 영향을 받는 구조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된 감세 기조가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지면서 세금이 크게 줄었다.


강병구 교수는 “참여정부 5년 동안 내국세는 10.8% 증가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증가율이 5.1%를 기록했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는 -0.6%를 기록했다”며 “내국세가 줄면 교부금이 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주창해온 ‘증세 없는 복지’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았다.


정창훈 교수는 “재원 총량이 부족해 현재의 문제가 생겼다. 감세 정책을 쓰고, 경기가 부진하니까 세원이 충분하지 않다. 그런데 공약 사항은 많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일”이라고 평가했다.


강병구 교수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법인세 인상을 언급했다. 그는 “2014년에 삼성이 1조 8000억 원의 법인세를 공제받았다. 이런 부분만 해결해도 보육 문제는 깨끗이 해결할 수 있다. 세율을 인상하지 않고, 대기업과 고소득 자산가에게 주는 세재 혜택만 줄여도 지방재정 문제는 해결된다”고 말했다.


김진석 교수는 시민사회가 나서 허구적 논리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가 가지고 있는 허구성이 복지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드러나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에서 복지 정책 쏟아져 나올 때 허구적인 논리에 또다시 희생양 될 수 있다”며 “정책이 도입됐을 때 평가를 제대로 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재정 마련할 것인가 같은 대안까지 촉각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찬진 변호사는 당장 누리과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민사회가 취할 방안으로 헌법 소원을 제시했다. 정부가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누리과정 예산은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한다고 명시했으므로 교부금에는 누리과정 예산이 포함돼야 하는데, 교부금을 인상하지 않는 것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는 것. 이 변호사는 “이로 인해 누리과정 무상보육을 제공받지 못하는 유아들은 헌법 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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