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함께하는 남자, 남자답지 못하다?
육아 함께하는 남자, 남자답지 못하다?
  • 칼럼니스트 정옥예
  • 승인 2011.10.11 14:21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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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돕는다는 소극적 개념이 아니라 적극적 마음가짐 필요해

[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KBS 개그콘서트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을 보다가 육아분담에 대한 정의를 보고 공감이 가서 한동안 남편과 함께 깔깔 거리고 웃었다.

 

- 상체는 엄마, 하체는 아빠: 먹이는 것은 엄마가, 치우는 것은 아빠가 맡는다.

 

- 새벽에 아이가 자다 깼을 때 어떻게?: 10달 동안 엄마가 품고 있었으니 생후 10달간은 아빠가. 그 이후는 아이가 먼저 부르는 사람이 맡는다.

 

나는 전업주부이다. 낮에는 남편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나는 낮 시간 동안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한다. 그렇다면 퇴근 후나 주말에는? 과연 50:50의 육아분담이 이뤄질까?

 

전업주부이든 워킹맘이든 육아의 주체는 대개 엄마이다. 남편의 역할은 도와주는 사람 정도? 그러니 남편의 육아의 몫이 30%만 되도 굉장히 좋은 아빠이자 남편이라는 칭찬을 듣는다. 여성의 육아의 몫이 30%라면 그 엄마는 뭔가 해야 할 일을 못하는 취급을 받는다.

 

참 불공평하다. 둘의 아기이고 체력도 남자가 더 좋은데…. 아기가 물을 엎지르거나 사고를 치면 달려가는 사람은 언제나 엄마이다. 새벽에 아이가 자다 깨서 울면 일어나서 안아주는 사람은 대개 엄마이다.(애정남의 정의처럼 이후 남자들의 의식도 바뀌길 바래본다.) 외출해서 엄마가 기저귀를 갈아주면 당연한 일이고 남편이 갈아주면 자상한 아빠이다.

 

엄마 품에서만 아기가 잠 든다는 핑계는 하지 말기! ⓒ정옥예
엄마 품에서만 아기가 잠 든다는 핑계는 하지 말기! ⓒ정옥예

 

우리 남편은 집안일을 참 잘 도와주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서 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부탁하면 잘해준다.) 살림을 하고 아기를 키워본 엄마들은 알 것이다. 설거지, 아기 목욕, 밥 먹이기 이외에도 하루 종일 얼마나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기를 돌보면서도 집안을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 졸졸 쫒아 다니며 장난감 통에 장난감을 얼마나 많이 넣어야 하는지,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얼마나 많은 집안일이 숨어있는지.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왔을 때 보이는 정리된 집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찬을 하기 위해 남편에게 아기 돌보기를 맡긴 후 요리를 끝내고 보면 집안은 이미 난장판이다. 남편의 생각은 ‘어차피 어질러질 건데 한꺼번에 치우지 뭐~’ 아기 교육에도 좋고, 어찌 보면 일리 있는 말이지만 나는 성격상 그러질 못한다. 그러다보니 몸이 피곤하다.

 

“아기 목욕 좀 시켜줘요!” 임신 후 큰 아이의 목욕을 거의 시키는 남편이기에 목욕시키는 실력은 수준급이다. 나도 못하는 아기 머리 뒤로 젖혀서 샤워기로 머리 감기기의 신공을 펼치는 정도이니. 하지만 목욕을 시킨 후 목욕탕에 가보면 아기 바쓰와 샴푸는 여기저기, 장난감도 여기저기. 그만큼도 도와줌에 감사함을 느끼며 욕실정리를 한다.

 

가끔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아기와 함께하는 목욕이 너무 좋다고 얘기하는 남편. ⓒ정옥예
가끔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아기와 함께하는 목욕이 너무 좋다고 얘기하는 남편. ⓒ정옥예

 

시대가 바뀌었다. 하지만 남자들의 육아에 대한 의식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아기는 옆에서 울건 말건 과자를 먹으며 티비를 보는 남자들이 아직도 존재하며, 냄새나는 아기 기저귀를 왜 남자가 갈아야 느냐며 되묻는 막돼먹은 남편들이 아직도 있다. 심지어 밖에서 돈벌고 와서 피곤해 죽겠는데 집에까지 와서 아기를 봐야 하나며 투덜대는 남편도 있다. 아기 목욕시키는 것? 무서워서 못한다며 피하는 남편도 있다.

 

반대로 엄마보다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아기를 봐주는 남편도 있다. 육아카페에 가보면 퇴근 후 육아는 전부 남편이 맡는다고 자랑하는 엄마들도 있다. 아기 목욕시키기, 밥먹이기,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등등. 하지만 그 글을 본다면 시어머니는 ‘우리 아들 장하다. 기특하다’라고 말할까? 아직 우리 시대 육아분담의 현주소이다. 그런 남편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여자들도 있겠지만 한심하게 바라보는 남자들도 있을 것이다. 남자 망신 다 시킨다며….

 

이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엄청난 시각차가 존재할 것이다. 난 우리남편이 자랑스럽다. ⓒ정옥예
이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엄청난 시각차가 존재할 것이다. 난 우리남편이 자랑스럽다. ⓒ정옥예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내 아이를 위해 육아분담의 주체가 돼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 왜 창피한 일이고, 남자답지 못한 일일까? 남자다움이라는 것의 의미를 잘못 배운 못난 남자들의 투덜거림이라고 해두자.

남편은 육아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다. 함께 해야 할 아름다운 일이다. 내 아이의 성장을 함께 하며 함께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의 아내도 그렇게 작은 아기의 목욕시키기는 처음에는 무서웠으며, 기저귀 갈기도 해본 적 전혀 없다. 새벽에 일어나 우는 아기를 돌보는 것이 잠이 없어서가 절대 아니다. 육아의 기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남편도 아내만큼 잘 할 수 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되기 전. 먼저 한마디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여보 하루 종일 아기 보느라 힘들었지? 오늘 목욕은 내가 씻겨볼게. 당신이 좀 가르쳐줘.”

 

지안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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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m**** 2011-10-15 12:23:00
부탁들어주는 남편
대부분 부탁을 해야 마지못해 해 주는 남편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안과 밖이 틀린 남자들...

가정이 있고 사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동참해 주

se**** 2011-10-12 23:32:00
육아는 부부가 함께 해야하는 일
육아는 정말 엄마의 몫이 아닌 아빠와 엄마가 함께 하는것이죠.
요즘은 아빠와

b**** 2011-10-12 16:52:00
더~ 남자답고~
멋진거죠~
남자답게 여자를

song**** 2011-10-12 11:38:00
혼자 낳은것이 아니니..
남편들 사회생활 힘든건 알지만.. 아내들도 집에서 하루종일 힘들답니

wo**** 2011-10-12 10:45:00
요즘은
도와주지 않는 남자들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분들도
많아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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