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도 사랑도 양념반, 후라이드반으로 하세요.
육아도 사랑도 양념반, 후라이드반으로 하세요.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6.03.02 0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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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정명학] 부부는 기차선로와 같이 평행하게 나아가야

[연재] 문선종의 '아빠 정명학’


부부는 대등하다. ⓒ알랭 드 보통
부부는 대등하다. ⓒ알랭 드 보통


30개월을 넘은 딸 서율이는 말문이 터지면서 아내와 있었던 일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합니다. 특히 1층에는 아이의 외증조할머니가 살고 계시고, 2층에는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지라 비밀이 없지요. 하루는 아내와 다투었는데 녀석이 "할머니 엄마, 아빠 싸웠어" "엄마 삐졌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아내와 이야기하다 언성이 높아졌는데 “또! 또! 시작이야” 라고 합니다.


어디서 배웠는지 기특하기도 하면서 “아! 이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유치원 교사인 아내는 "부부싸움은 아이가 공포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며 서로 싸우지 말자"고 이야기했지만 우리 부부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다투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서로에게 화를 낸다는 것은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경우는 “나에게 신경을 좀 써줘”이고, 저의 경우는 “아이에게 좀 신경을 써줘”이다보니 서로 다툼이 일어났던 것이죠.


아이들 앞에서 찬물도 못 마신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문선종 그림
아이들 앞에서 찬물도 못 마신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문선종 그림

육아도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안 되나요?
 
딸 아이를 임신한 당시 딸인지 아들인지 몰랐던 아내가 이야기했습니다. “딸 낳으면 나보다 더 사랑하겠지? 그러면 안 돼!” 라고 말이죠. 그러지 않겠다고 했지만 딸아이 서율이를 보면 너무 예뻐서 끼고 살았습니다. 아내는 유치원 교사로 일도 많고, 저녁에는 아이를 거의 돌볼 수 없어 저녁부터 잠들기 전까지의 육아는 저의 담당이었습니다.

아내는 집에 오면 잠들기 바빴죠. 결국 업고, 달래고, 밤에 우유 먹이는 것은 저의 몫이 되었고, 서율이도 어느새 아빠만 찾게 된 것입니다. 울 때도 ‘아빠~’ 하며 웁니다. 애착관계가 엄마보다 아빠에게 강하게 생긴 것입니다. 목욕탕 갈 때도 남탕을 고수합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내에게 보여주어야 할 관심이 아이에게 간 것이죠. 아내는 솔직한 성격이라 ‘섭섭하다’는 말을 했지만 저는 체력이 방전될 정도로 힘에 부쳤습니다. 치킨을 시켜 먹으면 저는 양념을 아내는 후라이드를 먹는데 치킨을 먹다 ‘우리도 반반씩 하자!’라고 웃으며 말했지요. 저도 아내도 서로에게 반, 아이에게 반 사랑과 관심을 주자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아이와 못 놀아주는 아내의 주말 벼락치기 놀이는 아빠를 힘들게 만든다. ⓒ문선종
평소 아이와 못 놀아주는 아내의 주말 벼락치기 놀이는 아빠를 힘들게 만든다. ⓒ문선종

아빠와 엄마, 아이 어떻게 서로 사랑해야 하나?
 
파울로 코엘료의 ‘오자히르’라는 소설에 나온 기차선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책 186페이지의 내용을 잠시 보겠습니다.

“너희 두 사람이 결혼하면, 너희는 남은 평생 동안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너희는 나란한 두 선로처럼 늘 같은 거리를 유지하며 나란히 나아갈 것이다. 서로 조금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려 한다면, 그건 규칙에 반하는 일이다. 이상적이 되어라. 미래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라. 너희들 사이엔 출발역에서부터 종착역에 이르기까지 내내 같은 거리가 존재한다. 사랑이 변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 처음에 그것이 커지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도중에 약해지도록 하지도 마라. 그러는 건 극도로 위험한 짓이다.”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기차선로처럼 서로의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고 시간이 없더라도 결혼을 통해 우리가 결정한 육아나 일들을 해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혹은 서로에게 육아를 미루고 있는 건 아닌지? 서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로 협력적인 부부가 된다면 기차는 탈선하지 않고 옳은 방향으로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공주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외동아들인 탓일까?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4년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딸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사업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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