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임산부의 날' 공식 기념식이 열렸던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 앞에서는 만삭의 임산부가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을 확대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9월 30일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이 "지하철 내 노약자 석에 핑크색 임산부석을 배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주요 지하철 노선의 임산부 배려석이 운행 시스템도 다르고, 홍보도 부족해 정작 임산부들이 마음 편하게 이용하기에는 힘들다라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시행은 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는 임산부 배려석의 실태를 살펴보자.
▲ 한 사람의 상상이 현실이 되다. 하지만...
2009년 5월 한 시민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천만상상 오아시스' 홈페이지에 “임산부들이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일반석과 노약자석에 한자리씩 임산부 좌석(배려좌석)을 지정하고 색 및 스티커로 구별해 임산부를 지키며, 아름다운 출산환경을 도모하자"는 의견을 제안했다.
당시 서울 시내를 가르는 주요 지하철 공사들은 흔히 노약자석(교통약자석-객차 양 끝에 3개 좌석씩 있는 총 12석)이라고 알려진 좌석 외에 객차 한량 당 7석을 '교통약자 배려석'으로 추가로 지정해 운행하던 중이었다.
한 시민의 제안 이후, 지하철 5~8호선을 운행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10년 전동차 객실의자에 교통약자석과 교통약자배려석, 일반석의 색상을 달리 적용해 구분했고, 교통약자 배려석 중 1석을 임산부 지정석으로 지정해 총 1,560석에 임산부 픽토그램을 부착했다.
하지만 교통약자 배려석의 시트 색상의 차이가 미미해 일반인들은 거의 구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 임산부만은 배려할 수 없다는 저출산 시대
그러나 별도의 임산부 배려석 지정 없이 교통약자 배려석만 시행하고 있는 지하철공사 측이 더 많다.
서울메트로는 2007년부터 교통약자석 12석 외 교통약자 배려석 7석을 운영해 왔지만 별도의 임산부 전용 배려석은 운행하지 않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노약자와 임신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등을 위한 교통약자 배려석을 시행하고 손잡이를 낮추는 등 배려하고 있다. 하지만 형평성의 문제로 임산부만을 위한 지정석은 없다"고 밝혔다.
2009년 개통한 '서울메트로 9호선'도 현재 객차 양 끝에 3석 짜리 좌석을 '교통약자 배려석'으로 지정해 노란색 의자로 색상을 구분하고 픽토그램을 부착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임신부 전용 배려석은 운행하고 있지 않다. 서울메트로 9호선 관계자는 "특정집단만을 배려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서울시 도시교통부 관계자는 "임신부 지정좌석이 없는 지하철 공사는 현재 운영방안을 검토 중으로 올해 말 결정할 예정이다. 비용 확보의 문제도 있다. 또한 9호선은 민자 시설로 참여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시가 강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임산부 배려석을 핑크색으로 도색해달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굳이 꼭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
▲ 지하철보다는 잘 시행되는 버스, 하지만...
지하철과 대중교통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버스는 어떨까?
서울시내를 오가는 버스회사는 모두 60여 개로 내리는 문 가까이에 분홍색 커버를 씌운 임신부 좌석을 따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버스운송조합의 관계자는 "서울시가 시행하는 '여성이 행복한 도시'의 사업 일환으로 지난해 초부터 시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도 권역을 이어주는 광역버스에는 별도의 임산부 지정석이 마련돼 있지 않다. 경기도청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현실적으로는 시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광역버스가 원래 전승객 좌석제이기 때문에 별도의 임산부 지정석이 없다"고 답했다. 원래 모든 승객이 앉아서 다녀야 하는 버스이기 때문에 별도의 지정이 필요 없다는 것.
▲ 임산부 배려석 실효 및 정착 위한 정부 노력 절실
13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아기를 제일 적게 낳고, 미혼여성의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꼽혀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을 무색케 했다.
많은 임산부들이 '임산부 배려석'에 관해 사람들의 인식부족으로 이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배가 부르지 않은 초기 임산부의 경우 육안으로는 임신 여부를 구별할 수 없지만 호르몬의 영향으로 만삭의 임산부만큼 몸이 힘들어 좌석 양보가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임산부를 위한 작은 배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저출산시대 출산장려 정책'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생각케 하는 현실이다.
여전히 '천만상상 오아시스'에는 임산부의 대중교통 이용과 관련해서 "초기 임산부부터 지원금이 지급되는 '고운맘카드'에 교통기능을 추가해 지원금이 나오는 기간 동안 버스나 지하철에 카드를 대면 '임산부입니다'라는 방송이 나왔으면 좋겠다(아이디 'tricat')", "임산부 출산지원 선불교통카드를 시에서 발행해 버스 탑승시 버스 기사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을 수 있도록 안내하면 좋겠다(아이디 'choiss0')" 등의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효성 있는 '임산부 배려석'의 운영을 위해 '천만인이 상상한 기발한 아이디어'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캠페인, 기발한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임신했을때 양보 한번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도 굳이 입밖으로 내뱉지 못했던건...너만 임신해봤냐 하는 소리 들을까.....말도 못꺼내봤네요..
임산부가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