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청정지역, 진짜 제주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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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7.28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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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제주의 맛·생태·역사를 만나는 진짜 제주도여행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여름휴가철 국내 최고의 인기 관광지는 단연코 제주도다. 그런데 제주에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너무 깨끗해서 좋아"라고 한다. 그 볼 것 많다는 제주도가 정말 깨끗한 섬으로서의 가치가 전부일까? 획일화된 패키지 여행과 블로그 맛집탐방으로는 느낄 수 없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제주만의 역사, 생태, 맛을 만나보자.

◇ 제주사람의 삶

“우리나라와 중국만 점에 의한 관광, 즉 사진찍기와 구경하기로 점철된 여행을 하고 있어요. 관광은 면에 의한 관광, 관광객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야 합니다.”

27년차 여행 가이드 김영훈 대표가 생각하는 관광철학이다.

김 대표의 말처럼 이번 여행은 달랐다. 인터넷과 대화한 여행이 아니라 제주도 토박이인 뭉치 여행사의 김영훈 대표와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를 쓴 김형훈 작가, 두 명의 제주 사람이 제주를 소개해서다.

지역사람과 대화하고 역사를 배우는 것. 제주인의 삶의 지혜와 아픈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이 이번 일정의 가장 큰 수확이다.

▲ 환해장성도 막지 못한 4·3사건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4·3사건은 제주시 북쪽 해안가에 위치한 조그만 시골마을인 화북동 동마을도 덮쳤다. 지금은 평화롭기 그지 없는 그곳에서 김 작가의 아버지인 김주전(82) 옹은 4·3사건에 휘말린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줬다.

김주전(82) 옹이 4·3사건에 휘말렸던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이정윤 기자 ⓒ 베이비뉴스
김주전(82) 옹이 4·3사건에 휘말렸던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이정윤 기자 ⓒ 베이비뉴스

“1948년, 내가 13살 때 였어요. 큰형이 산에서 삐라를 뿌리다 걸렸어요. 그뒤 경찰에서 내가 태어난 집을 불태워버렸어요. 큰형, 작은형, 큰형수, 작은 형수가 비운을 달리했고 내 아버지 시체를 길에서 찾아야 했지.”

악몽은 가족들의 이유없는 죽음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해군에 입대했던  김주전 옹은 통신장까지 진급했는데 연좌제로 제대신청 권고가 들어온 것. 하지만 끝까지 노력한 끝에 다른 직무로 옮겨 만기제대 할 수 있었다.

지금도 고질병인 빨갱이 프레임은 이때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이날 만난 제주 사람 중 4·3사건을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바라보는 이는 없었다. 이유도 모른 체 제주시민이 살육당했던 현장으로 새기며, 지금도 대를 물려가며 비극의 순간을 역사에 제대로 남기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의 흔적. 바닷가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잡았다. 이정윤 기자 ⓒ 베이비뉴스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의 흔적. 바닷가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잡았다. 이정윤 기자 ⓒ 베이비뉴스

동마을에서 서쪽으로 길을 가다보면 또다른 4·3사건의 흔적이 눈에 보인다. 4·3유적지로 지정된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이다. 바닷가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배기에 자리했던 이 67개호의 바닷가 마을은 1949년 1월 4일과 5일 양일에 걸쳐 온 마을이 불살라졌다. 지금은 돌로 구역을 나눈 집터와 올레(거리에서 집으로 연결된 돌로 만든 골목), 무성한 풀만 확인할 수 있었다.

곤을동 바닷가에 있는 '곤을동 환해장성'. 이정윤 기자 ⓒ 베이비뉴스
곤을동 바닷가에 있는 '곤을동 환해장성'. 이정윤 기자 ⓒ 베이비뉴스


곤을동 바닷가에는 까마득히 먼 옛날 쌓은 환해장성도 만날 수 있다. 환해장성은 바다로 침입해오는 적에 대비하기 위해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제주 해안가를 따라 쌓은 돌담성이다. 제주 해안가를 모두 휘감은 장대한 길이로, 김상헌의 ‘남사록’(1601)에는 “탐라 때 쌓은 만리장성”이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했다. 지금은 제주도 19개 마을에 흔적만이 남아있는데 곤을동의 것이 비교적 양호하게 남아있다고 한다.

환해장성은 일자로 곧게 뻗은 성곽이 아니다. 네모반듯한 돌을 차곡차곡 올린 형태가 아니라 제각각인 크기의 돌을 울퉁불퉁 쌓았다. 환해장성은 주변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해 만든 제주 전통의 돌담 쌓는 방식을 이용했다.

제주 돌담은 바람의 방향을 분산시키기 위해 구불구불 쌓았다. 그래서 바람이 오면 비틀비틀 흔들린다. 돌을 쌓는 법도 특이하다. 돌을 여덟 번 굴리다 보면 주변 돌과 딱 맞는 지점을 찾아 지는데 이런 방식으로 계속 돌을 쌓아나간다. 그래서 다 쌓여진 돌담의 돌 하나를 빼도 다른 돌들이 주변 돌들과 맞물려 있어 담이 무너지지 않는다.

외부의 침략을 막기 위한 장벽 바로 안쪽에 산 사람들이 내부인에 의해 죽임을 당한 현장. 곤을동의 돌은 역사의 아픔을 전하는 상징으로 묵묵히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 화산이 만든 제주 생태

▲ 아부오름

구좌읍 송당리 마을에 있는 아부오름. 소들이 등산로까지 점령했다. 이정윤 기자 ⓒ 베이비뉴스
구좌읍 송당리 마을에 있는 아부오름. 소들이 등산로까지 점령했다. 이정윤 기자 ⓒ 베이비뉴스

요즘 제주도를 소개하는 매스컴은 너도 나도 ‘오름’을 다룬다. 그동안 ‘제주도’ 하면 ‘한라산’을 떠올렸지만, 이제 '오름'을 떠올릴 정도다. 아마 조금 더 지나면 한라산의 명성은 제주도 지역 소주 ‘한라산’에 밀릴 수도 있지 않을까.

대외적인 명성뿐 아니라 토박이인 김 작가조차도 “제주도에 오면 한라산 말고 오름을 추천합니다. 마을마다 오름이 하나씩 있을 정도로 많은데 360여 개 정도 있다고 해요. 1년에 하나씩 올라야 다 가볼 수 있는 정도죠”라고 말할 정도다.

땀이 비가 오도록 쏟아지는 날씨에 ‘아부오름’을 올랐다. 구좌읍 송당리 마을에 있는 아부오름은 5분만 걸으면 정상을 밟을 정도로 낮은 오름이다. 정상에는 함지박 같은 굼부리(분화구)가 파여있으며, 인공으로 둥그렇게 삼나무가 심어져 있다.

천리길 같았던 언덕을 오르고 나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며 시원한 전망이 펼쳐진다. 오름도 정상은 풀밭, 언덕 아래 전경도 초록천지라 마음이 상쾌해지는 찰나, ‘철퍽’ 소똥을 밟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연타로 같이 간 일행들도 영광의 신고식을 치뤘다.

이곳 오름은 사람 뿐 아니라 소들에게도 열린 공간이다. 그래서일까, 등산로 입구에는 소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구불구불하게 길을 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때가 맞으면 일부 등산로를 점령한 소떼를 구경할 수 있다.

시원한 곳을 찾고 싶다면 아부오름에서 차량으로 북서쪽으로 20여 분을 달려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숲이 맞이한다. 선흘곶 동백동산은 용암이 지표를 흐른 대지 위에 생긴 용암언덕 위 양치류와 난대성 상록수가 울창한 숲이다.

◇ 맛집 검색은 이제 그만, 향토음식을 찾아서

외국인을 초청해 한국음식을 대접한다면 알려줄 사항이 많다. 그중에서도 상추에 밥을 싸먹는 문화는 배우지 않는다면 상상할 수 없는 발상이다.

제주에서 오랜만에 식문화를 배우는 타지인이 됐다. 제주 사람은 밥을 먹을 때 콩잎에 싸서 먹기를 좋아한다. 콩잎은 한갈래에 뻗친 세 장의 잎이 특징인데, 줄기를 톡톡 끊어 세장을 한데 모아 밥을 올리고 맬젓(멸치젓), 갈치젓 등의 젓갈을 올려 싸먹기도 한다. 국물 음식에는 잘게 자른 땡초를 넣어 간을 맞춰서 먹는 것도 특징이다.

한 술 뜨면 국물을 탈탈 비우게 만드는 접짝뼈국. ⓒ 베이비뉴스
한 술 뜨면 국물을 탈탈 비우게 만드는 접짝뼈국. ⓒ 베이비뉴스

‘접짝뼈국’은 제주에서도 아는 사람만 먹는 음식이다. 돼지 앞다리뼈를 하루동안 팔팔 고은 후 잘게 썬 무를 넣고 메밀가루, 쌀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국이다.

맛은 아주 농축된 곰탕과 흡사하다. 일반 국처럼 또르르 떨어지지 않고 입술에 찐득히 달라붙는 국물을 뜨다보면 괜시리 힘이 불끈 솟는 듯 하다. 국물을 다 비워내고 빈 바닥을 보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또 다른 추천음식은 고기 국수다.

“고기 국수는 낮에 먹는 게 아니에요. 제주 사람들은 술을 먹고 마지막에 고기 국수를 먹고 헤어집니다. 3차, 4차까지 간다면 고기 국수죠. 그래서 진짜 고기 국수 집은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잠깐 열었다가 닫아요.”

늦은 밤에 먹어야 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김 작가는 점심시간에 국수집으로 데려갔다. 제주음식 인기키워드에 있는 ‘고기 국수’, 생전 처음 먹어본 접짝뼈국처럼 '처음'이 주는 놀라움은 없지만 이상하게도 자꾸만 손이 가는 깔끔한 맛이다.

제주도에서도 일부 횟집에서만 가끔 들어온다는 솔치회도 놓칠 순 없다. 솔치는 아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좀더 삐죽삐죽하고 왠지 심통난 듯한 무시무시한 인상을 가졌다. 지느러미에 독가시가 있는데 손질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먹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회 매니아들은 각종 인맥을 동원해 솔치가 횟집에 들어왔는지 꼭 문의해 보자.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 여행TIP

김형훈 작가와 뭉치 여행사가 함께 떠나는 ‘제주 작가와 함께 떠나는 제주문화투어’는 얼마전 한국여행업협회의 2016~2017년 우수여행상품으로 인증받은 관광 프로그램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뭉치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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