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명절풍속, 며느리 잡는 명절은 이제 그만!
신(新) 명절풍속, 며느리 잡는 명절은 이제 그만!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9.21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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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전하는 행복한 추석 이야기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미혼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는 참 많다. 그중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과도한 명절 노동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명절에는 푸짐한 차례상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직 며느리들만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柿)라는 예법을 갖추기 위해 갖은 음식을 마련했다.


며느리들의 어깨에 짐을 지웠던 명절에도 새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추석연휴기간이었던 지난 13~17일 인천공항을 이용한 사람은 약 79만 명으로 역대 명절 연휴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 단위 여행객은 전년보다 20.3%나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음식장만에 대한 부담도 줄고 있다. G마켓이 추석 전 1주일(8월 25~31일)간 진행한 완제품차례상 주문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전 기간보다 주문량이 51%나 증가했다.


통계자료가 증명하듯 명절을 보낸 며느리의 미담도 점점 증가하고 추세다. 지난 추석을 즐겁게 보냈던 엄마들의 사연을 통해 급변하고 있는 신新 명절풍속을 들여다 봤다.

 

명절이 며느리 희생의 장에서 가족 화합의 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 베이비뉴스
명절이 며느리 희생의 장에서 가족 화합의 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 베이비뉴스

 

◇ “명절 음식, 아직도 옛날처럼 하면 안 되죠”

김혜원(32, 경남 김해시) 씨는 "옛날처럼 죽어라 여자들만 음식하고 제사상 차리고 그런 집은 요즘은 욕먹기 일쑤래요. 세상이 어느 시대인데 남자들도 손 있고 발 있으면 도와야 해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2남 1녀 집안에 막내며느리로 시집을 갔다. 첫째 아주버님은 장가를 가지 않아 며느리는 김 씨 혼자다. 하지만 며느리가 혼자라고 해서 명절에 김 씨의 고생이 배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든든한 지원군들 덕택이다.


“명절이면 저희 신랑, 아주버님이 두 손 두 발 다 도우세요. 제가 며느리이긴 하지만 음식하면서 스트레스가 없어요. 아주버님과 신랑이 잘 도와주고 어머님은 음식을 거의 다 해놓고 음식 할 것 없으니 오지 말라고 하세요. 그래도 명절은 가족들과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음식 만드는 재미가 있어 찾아뵙죠.”


이번 추석에도 김 씨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신랑은 아기를 보고, 아주버님과 시어머니, 김 씨는 음식을 맡아서 역할분담을 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시어머니가 모든 음식 장만을 끝내서 김 씨는 튀김만 만들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부모님 얼굴도 제대로 못 보는 게 요즘 세상이죠. 명절이라도 얼굴 찌푸리지 않고 오순도순 얼굴 보며 가족과 함께 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 “차례상에 카스테라가 딱!”


부산에 사는 결혼 4년차 주부 민나진 씨는 시댁이 제주도다. 민 씨는 큰형님의 음식솜씨를 기대하며 매번 여행가는 기분으로 시댁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추석 전날에 시댁을 찾아요. 미리 형님이 준비해 놓은 완자부터 빚어 굽고, 깻잎 싼 완자를 구워내고, 산적, 두부도 굽고, 전을 완성하면 제사음식 준비 끝! 오후 2시면 자유부인이 돼요.”


민 씨의 시댁은 따로 튀김을 하지 않는다. 대신 빵을 준비한다.


민 씨는 “시댁은 튀김을 안 만들어요. 대신 빵을 준비해서 차례상에 올리는데 길다란 카스테라랑 머핀도 올리고 크림빵도 올리는 게 아주 특이해요. 제사상에 빵을 올리는 걸 처음 봤는데 그 사이즈 또한 아주 대단해요”라면서 “제사 다 지내면 제사음식을 다 나눠서 한 짐씩 챙겨가요. 모두 다 똑같이 완자부터 빵까지 가져가죠”라고 말했다.
 
민 씨 시댁은 제사를 간소화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사촌형, 삼촌집, 고모할머니집까지 돌고 돌아 총 4군데나 가야 한다. 하지만 민 씨는 집집마다 음식이 맛있어 고생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명절기간이 즐거운 여행을 하는 것만 같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추석에 탕국이 아닌 미역국을 끓여요. 보말 미역국은 진짜 묘한 맛이 있어요. 제주도만 가면 살쪄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가는 집집마다 음식이 맛있는데 역시 삼다수가 물맛이 끝내주나 봐요. 또 제주도 가서 세수만 하면 남편이 저보고 예쁘다고 해요. 애 둘 낳고 체중이 늘었는데도 예쁘단 소리가 듣기 좋아서 전 항상 추석이나 설에 제주도 내려가는 게 여행가는 것 같고 신이 나요.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물 때문에 예뻐져서 오니까요.”

 

◇ “이번 명절엔 여행 가요”


추석 전 인터넷 육아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추석 여행계획 글도 심심찮게 올라왔다.


최근에는 명절의 의무에서 벗어나 여행을 가는 시부모님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이디 thi***의 시댁은 명절마다 해외여행을 간다.


“제 주변에서 제가 명절 보내는 걸 부러워해요. 시댁 부모님은 명절마다 해외여행을 가셔서 전 명절을 안지내요. 국내로라도 남편이랑 여행을 가죠. 정말 복 받은 것 맞죠? 진짜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하는 맘도 들고 그래서 더 남편한테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네요.”


시댁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부부끼리 여행을 준비하는 커플도 많았다. 아이디 eun***은 시댁 몰래 남편과 추석 해외여행을 준비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추석 연휴에 평창 호텔에서 1박 하기로 했어요. 남편이 추석연휴에 쉬다 오자면서 호텔 예약한 걸 말해주더라고요. 작년 추석은 여행 간다고 (시댁에) 잘못 말했다가 욕 조금 들은 후에는 여행 얘기는 안 꺼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먼저 우리끼리만 가자고 그러니 엄청 들뜨네요. 혹시라도 실수로 가족들한테 말하면 안 되니까 입단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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