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오늘도 강제 흡연 중입니다
아이들은 오늘도 강제 흡연 중입니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6.11.08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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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포커스] 길거리 흡연에 노출된 아이들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아이와 저는 매일 흡연하는 것과 똑같아요. 이게 흡연이 아니면 뭔가요?”


12개월 아이를 키우는 김소정(32, 서울 구로구) 씨.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매일 출근하다시피 신도림역 근처 복합쇼핑센터를 방문한다는 김 씨는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 때문에 “강제 흡연 중”이라며 곤혹스러워 했다.

 

김 씨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엄마들이 아이와 다니는 길이고, 근처에 큰 산부인과도 있어서 임산부들도 많이 다니는 길이다. 버젓이 금연공원이라 써 붙여져 있는데도 그 앞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흡연자들을 피해 도망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간접흡연의 폐해가 여전히 심각하다. 곳곳의 길거리는 여전히 담배연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금연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곳곳에서 벌어지는 길거리 흡연을 완전하게 막을 수 없어 길을 걷는 비흡연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건강에 취약한 아이들, 임산부까지 담배 연기에 무방비로 노출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 주변 소공원 앞에서 시민들이 흡연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엄마가 자녀를 품에 안고 지나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의 한 지하철역 주변 소공원 앞에서 시민들이 흡연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엄마가 자녀를 품에 안고 지나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기자가 지난 2일 찾아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근처의 한 공원 앞에는 흡연구역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공원 앞 커피자판기와 쓰레기통 4개가 놓인 구석진 장소에는 근처 회사 사람들, 길을 가던 사람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이마트 등이 입점한 복합쇼핑센터가 있어 가족 단위 사람들의 왕래가 잦지만, 흡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이 옷깃으로 코를 덮으며 담배 연기를 피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특히 아이와 함께 지나가는 부모들은 흡연자들과 최대한 거리를 두고 걸어가거나 빠른 걸음으로 뛰다시피 자리를 피했다.

 

이날 아기띠에 아이를 안고 길을 걷던 강시내(33) 씨도 흡연자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걸었다. 강 씨는 “담배 연기를 피하려고 멀리 돌아서 갈 때도 있다. 공원에 플래카드까지 걸어놨는데 그 앞에서 피니까 좀 그렇다”고 답답해했다. 담배 연기는 ‘이 공원은 금연구역입니다. 흡연 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공원 안까지 날아 들어갔다.


정부는 모든 음식점, 제과점, 호프집, 커피숍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함은 물론, 지하철과 버스정류장 10m 내, 금연공원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흡연이 적발될 경우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대부분의 일반 거리는 법으로 강제할 수도 없다. 거리의 간접흡연 피해는 고스란히 비흡연자들 개인의 몫이 된다.

 

그렇다고 당당하게 금연을 요구할 수도 없다. 시민들은 행여나 흡연자들과 마찰이 빚어질까 싶어 불편한 내색을 거둔다. 17개월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인데 솔직히 기분 나쁘다. 그래도 아이가 있으니 따로 항의하는 건 생각도 못한다. 그냥 안 마주치려고 빨리 지나간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8월에는 유모차를 끌고 가는 한 엄마가 금연구역 내에서 담배를 피던 한 남성에게 “담배를 꺼달라”고 요구했다가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원진영(39) 씨는 “아이도 그렇고, 저조차도 기분이 안 좋으니 흡연자들을 피해 다닌다”며 “특히 보행 중에 피면 (담배를 든) 어른의 손 위치가 딱 아이 머리 위치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산부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임신 6개월의 한 예비엄마는 “아기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되는데, 흡연자에게 뭐라 했다가 무슨 일이라도 날까봐 빨리 지나쳐버린다. 간접흡연은 흡연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피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전 세계적으로 간접흡연으로 인한 비흡연자의 사망은 연간 약 60만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사망률은 여성 47%, 아동 28%로 여성과 아동의 피해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간접흡연의 노출은 가장 위험한 환경성 건강위해의 하나로 지목되는 추세다.

 

간접흡연에 노출될 경우 250여 종 이상의 발암성 혹은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국제암연구소와 미국 연방의무감 보고서에 의하면 간접흡연 노출은 비흡연 성인의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 각종 암,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된다.

 

특히 위험한 건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중이염이나 기침, 쌕쌕거림, 가슴이 답답한 증상과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폐기능 부전, 감염을 포함한 하기도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신생아의 경우 저체중아 출산, 유아급사망증후군의 원인은 물론, 뇌종양, 림프종, 백혈병, 천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임산부의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에도 간접흡연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보고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은 “영국에서는 금연구역에서 흡연 시 매우 엄격하게 규제한다. 공공장소의 금연구역에서 흡연하게 되면 우리 돈으로 약 350만 원을 부과한다”며 “캐나다의 경우 흡연에 대한 규제가 꾸준히 강화되고 있어 노천카페까지 금연장소로 지정하는 추세이며, 아동 탑승 차량에 대해서는 흡연 금지를 시행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일부 지자체의 경우 간접흡연을 막기 위해 금연공원이나 버스정류장에 ‘금연벨’을 설치 운영하기도 한다. 금연벨은 벨을 누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피커로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장치다. 또한 각 지자체별로 흡연부스를 마련해 흡연자들이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간접흡연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막기 위해선 흡연자들의 의식 변화가 제일 중요할 수 있다.

 

서 회장은 “간접흡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내 주변 가족, 친구, 동료, 이웃 등 너무나 많다. 어떤 흡연자가 자기의 잘못된 습관을 위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을 강요할 수 있느냐”며 “국내 연구 중 어린이와 함께 탄 차 내 금연에 대해 흡연자의 94%가 찬성했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자신은 흡연을 하지만 자신의 아이를 간접흡연에서 보호하려는 애정을 가졌을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다른 주변 사람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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