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사기꾼 '그린워싱'] '천연'을 믿지마세요
[친환경 사기꾼 '그린워싱'] '천연'을 믿지마세요
  • 윤지아 기자
  • 승인 2016.11.28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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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천연 성분, 천연 제품으로 둔갑 관련 기준 및 제도 미비…상시 감시체계 구축해야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특집기획] 친환경 사기꾼 '그린워싱'

2016년 대한민국에는 친환경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큰 이슈가 되면서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된 탓도 있지만, 일상생활 용품인 치약, 샴푸, 에어컨 살균제, 차량용 필터 등에서도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함유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안전한 친환경 제품을 찾기에 혈안이 됐다.

하지만 친환경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 역시 크다. 그린워싱이란 기업이 친환경경영을 하고 있지 않으면서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즉 '천연 제품'이라고 광고 하지만, 천연 성분은 1% 남짓 담겨 있는 경우를 ‘그린워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실 예로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지난해 총 110개 제품에 대해 '그린워싱'으로 적발했지만 시정명령이 전부 이행되지 않아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그린워싱’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친환경의 탈을 쓴 '그린워싱'은 내 옆에, 그리고 아이 주변에 맴돌고 있다. 베이비뉴스는 친환경 사기꾼 그린워싱이 어떤 형태로 자리하고 있는지, 그 숨겨져 있는 진실을 파헤쳐본다.

<기사 싣는 순서>
① '천연'을 믿지마세요
② 이거 진짜 '유기농' 맞아요?
③ ‘친환경’ 제품은 어디서 왔을까?
④ ‘ECO’ 그린마케팅의 진실
⑤ 믿고 살 수 있는 천연 제품, 언제쯤 탄생할까

‘99.99% 천연유래성분으로 만들어진 로션’
‘70% 이상의 유기농 성분 함유’
‘꽃에서 추출한 천연 유래 성분이 피부 보호막을 형성’
‘화학성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유래계면활성제와 여러 가지 천연 성분을 사용해 두피에 수분 및 영양을 공급’

모두 ‘천연’을 내세운 제품의 광고 문구다. 화장품, 세제, 장난감, 공산품 등 우리 주변에 ‘천연’이라는 이름을 내건 제품은 수없이 많다. 그러다보니 '천연'이라는 글자만 보고 제품을 고르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이 '천연'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천연'이 맞는 것일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기업이 홍보하는 광고를 그대로 믿었다가는 예측하지 못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습기살균제 사태 당시 '인체에 무해한 성분을 사용해 안전', ‘99.99% 어린이게도 안심’이라는 광고를 통해 많은 피해자가 양산됐던 것처럼 말이다.

◇ ‘천연’에 대한 규제, 없다?!

제품 마케팅으로 흔히 사용되는 ‘천연(天然)’이란 용어는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아니한 상태’를 뜻한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화학물질과는 반대되는 의미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를 비롯한 화학물질의 유해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보다 안전한 천연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천연성분으로 만들어졌다’ 광고하는 상품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됐다. 허나 이 또한 의심해봐야 한다. 별다른 법적 규제 수단 없이 판매·유통되고 있어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제품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화장품법 제13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22조는 화장품에서 ‘기능성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이 아닌 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그밖에 사실과 다르게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인식하도록 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별다른 인증체제가 없는 천연 화장품은 제도를 어기더라도 관련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경고조치를 받는 것에 그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엄마들은 일상 속에서 천연, 유기농, 오가닉 등 그린마케팅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엄마들은 일상 속에서 천연, 유기농, 오가닉 등 그린마케팅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가족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천연 제품을 사용하는 비누나 세제 역시, 기업 스스로 제품을 점검하고 KC인증마크를 붙여 판매되는 ‘안전품질표시제품’으로 분류되고 있어 소비자 스스로가 천연 성분이 얼마큼 담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현행법상 화장비누는 안전, 품질표시 대상 공산품(44종목)중 화학부분에 표시돼 별도의 인증 없이도 안전관리법상의 표시사항을 준수했다는 표기만으로 판매할 수 있다.

이는 영유아용 세제도 마찬가지. 합성세제, 천연세제 중 합성세제는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 제2조제9호 및 같은법 시행규칙 제2조에 따라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인 생활화학가정용품(제6부 합성세제)에 해당돼 관리되는 반면, 천연세제는 합성 계면활성제가 포함되지 않은 순 비누분만 함유된 제품으로, 합성세제에 해당되지 않아 비교적 관리체계가 허술하다.

이에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이정임 선임연구위원은 "어린이용품, 식음료제품 등 ‘천연’ 마케팅으로 팔리는 생활용품에 대한 관리 강화 및 주기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주기적인 단속과 감독을 강화해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 '천연 화장품' = '유기농 화장품'?

그동안 소비자들은 천연화장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엄마들의 경우 아이에게 아토피, 튼살, 두드러기 등이 생기면 바르던 스킨케어 제품에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서라고 판단하고 천연 화장품으로 시선을 돌린다. 주로 엄마들이 천연 화장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곳은 육아 커뮤니티. 그러다보니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 십개씩 천연 화장품에 대한 질문과 후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 아기보습크림을 사기 위해 천연 제품을 선택했다는 한 엄마는 "안전한 천연 유기농성분으로 만들어진 아기보습크림이라고 해서 믿고 사용할 수 있어 안심이네요! 저도 우리 아기 이걸로 피부 관리 해주려고요"라며 천연 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아기크림, 유아크림이 종류가 워낙 많아서 아이 피부에 맞는 크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사용해보기도 전에 겉면에 적혀있는 자연보습이라는 말이 참 끌리더라고요"라고 말한 한 엄마는 사용해보지도 않은 채 천연 제품이라는 것만으로도 만족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엄마들이 열광하는 천연 화장품의 이면에는 천연 마케팅이 숨어있다. 국내 현행 화장품법령에는 원료 구성 중 일부가 식물추출물이나 식물오일 등 천연 성분을 사용한 화장품을 천연 화장품이라 일컫고 있다. 화장품법상 공식적인 기준이나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1%만 성분이 함유돼 있어도 ‘천연’ 화장품인 셈이다.

천연 화장품을 관리 감독하는 관계부처인 식약처는 제품의 안전을 검사하는 것은 제조사의 책임으로 보고 일부 위반 제조사에는 경고조치를 하는 것에 그친다. 결국 소비자가 전 성분을 일일이 확인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

이 같은 현 제도에 대해 식약처는 “이 같은 천연 화장품 가이드라인 부재로 인한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지만 섣불리 기준을 만드는 것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천연화장품의 수위를 정부 차원에서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며 “내년 2월 중 천연화장품을 규제할 외부 기관이나 인증마크 등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방안을 발표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년에 발표할 방안이 단순 ‘가이드라인’ 수준이 될지 그보다 높은 수준이 될지는 미확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안전센터 소비자안전국 식의약안전팀 관계자는 "유기농화장품 여부를 심사·확인하는 절차가 부재함에 따라 유기농을 표방한 비유기농 화장품 천연일반화가 가능하다"며 "소비자들이 자연주의를 표방하거나 천연성분을 사용한 비유기농 제품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이 녹색표시 그린워싱 모니터링 사례로 발표한 그린워싱 위반 제품. 인증명칭 있지만 마크 및 설명 없는 제품, 성분·표시가 있지만 출처 등 관련 근거 제시 하지 않은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이 녹색표시 그린워싱 모니터링 사례로 발표한 그린워싱 위반 제품. 인증명칭 있지만 마크 및 설명 없는 제품, 성분·표시가 있지만 출처 등 관련 근거 제시 하지 않은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 천연 표방한 수많은 제품… 전문가들 "소비자들이 알 수 있는 천연 기준 명확히 해야"

한국소비자원의 '녹색표시 그린워싱 모니터링 및 개선'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 표시 제품의 46.4%가 허위·과장 표현을 하거나 중요 정보를 누락한 친환경위장제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서 한국소비자원은 기업들이 사용하는 그린워싱 유형으로 ▲상충효과 감추기 ▲증거 불충분 ▲애매모호한 주장 ▲관련성 없는 주장 ▲거짓말 ▲유해상품 정당화 ▲부적절한 인증라벨 등이 담긴 ‘그린워싱이 보이는 7가지 죄악’을 소개하고 소비자들에 주의를 당부 했다.

특히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제품을 뒷받침하는 정보나 제3자의 인증도 없이 'All natural'이라고 주장하는 제품이 해당되는 ‘증거 불충분’과 ‘무독성 Non-toxic’이라는 문구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제품을 가리키는 ‘애매모호한 주장’, 인증되지 않은 인증마크 도용, 인증서와 비슷한 이미지를 부착해 공인된 상품처럼 위장하는 수법 등을 주의해야 한다”며 “천연, 자연, 무~, 저~, 유기농 등의 막연한 표현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광고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천연 제품에 대한 애매한 법 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품에 대한 관계부처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 좋은 화장품 나쁜 화장품’의 저자이자 NIC화장품연구소 이은주 대표는 “소비자들의 천연·유기농 제품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낮은 편”이라며 운을 뗐다.

“천연 식물 추출물도 재배과정에서 화학성분이 들어가면 ‘천연’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는 일찍이 천연·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명확한 용어를 정리하고 자체 기준을 정해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천연, 유기농 등의 용어가 존재하고 그로인한 가격상승이 이뤄진다면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이정임 연구원 역시 “천연 제품이 올바른 정보 제공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 개발 및 홍보를 통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환경 관련 마크의 인지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안전한 천연 제품이 만들어 지려면 생산자의 환경 친화적 인식전환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허위·과대광고 단속 및 인증마크 주기적인 시장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린워싱 관련 신고 및 환불, 보상 등 민원기관의 지정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제품의 환경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뉴얼 마련 등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끝으로 이 연구원은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 관리를 위한 지표를 설정하고 단속의 강화가 필요하다”며 “지역 기반의 ‘그린워싱 감시단’ 등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천연 제품 관리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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