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검진 대란', 내년 현실화되나
'영유아검진 대란', 내년 현실화되나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6.12.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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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의사VS복지부 줄다리기 팽팽, 부모만 '울상'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일부 소아청소년과 의원들이 영유아 건강검진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영유아 검진 대란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베이비뉴스
일부 소아청소년과 의원들이 영유아 건강검진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영유아 검진 대란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베이비뉴스


영유아 건강검진(이하 영유아 검진)을 둘러싼 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부 소아청소년과 의원들이 수가 인상 등 전면 개편을 요구하며 영유아 검진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영유아가 어린이집에 건강검진 결과통보서를 늦게 제출해도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부모 마음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당장 내년 1월부터 800여 곳의 소아청소년과 의원들이 일제히 영유아 건강검진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영유아 검진 대란은 현실화될 전망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로 구성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소청과의사회)는 영유아 검진의 전면 개선을 요구하며 내년부터 영유아 검진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지난 9일 기준 전체 소아청소년과 의원 4062개소 중 영유아 검진 지정취소를 희망한 기관은 800여개에 달하며, 실제 검진기관 취소 신청을 진행한 검진기관은 401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이 같은 행동은 보건당국의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시작됐다. 보건당국이 현장확인 조사에서 검진 결과지를 서류로 출력해 보관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지키지 않은 의사를 검찰에 고발, 처벌까지 받도록 한 것은 지나쳤다는 것. 소청과의사회 측은 진작부터 이 서류 보관의 문제점을 건의해왔는데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반발했고, 이를 계기로 영유아 검진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들고 나섰다.

소청과의사회는 9년째 시행되는 영유아 검진이 부모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되려면 전면 개편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화점식, 겉핥기식으로 진행되는 지금의 수준을 유지한다면 제대로 된 검진이 될 수 없다는 것.

영유아검진 검진항목별 주기 및 검진수가. ⓒ보건복지부
영유아검진 검진항목별 주기 및 검진수가. ⓒ보건복지부


영유아 검진은 영유아(0~6세 미만)의 발달 및 성장 이상 등을 조기 발견해 건강한 성장을 지원할 목적으로 생후 71개월까지 총 7차례 실시되고 있다. 검진항목은 신체계측(키, 몸무게 등), 문진 및 진찰(손전등 검사, 시각문진, 시력검사, 청각문진 등), 발달평가 및 상담, 건강교육 및 상담(안전사고 예방, 영양 등), 구강검진으로 구성된다.

검진은 1차(4~6개월), 2차(9~12개월), 3차(18~24개월), 4차(30~36개월), 5차(42~48개월), 6차(54~60개월) 7차(66~71개월)이며 시기에 따라 검진항목도 차이를 보인다.

소청과의사회 측은 “영유아 검진은 신체의 모든 부분이 이상한지를 체크하게 돼 있다. 눈 항목에 이상 없다는 것을 확인하려면 사시, 백내장도 확인해야 하는데, 이런 체크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런 항목의 개수가 16개나 되는데도, 현재의 검진 수가는 이 모든 것을 진행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육아와 관련된 항목도 마찬가지다. 소청과의사회 측은 “아이 키우는 부모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그냥 한번 물어보는, 쓸모없는 문항이 대다수”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문제점은 보건당국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영유아 검진 콘텐츠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소청과의사회는 ▲검진 수가 인상 ▲6개월 이전 아이 대상 육아상담 및 검진 확대 ▲검진 항목 개선 등 영유아 검진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소청과의사회 측은 “질병의 발견이 우선이 아닌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육아부분을 확대 개편해서 아이 키우는 부모를 제대로 도와줄 검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당장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내년도 예산편성이 마무리 된 상황에서 영유아 검진 수가 인상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복지부와 소청과의사회는 지난 9일 만남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내진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검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분석한 뒤 개선 여부를 판단하는 게 먼저”라며 별도 연구용역부터 진행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관련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향후 영유아건강검진 제도 및 건강보험공단의 검진기관 현지확인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관계자는 “결국 영유아 부모들이 불편을 겪지 않는 게 중요하다. 소청과의사회와 협의해서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교육부의 협조를 받아 시·도 및 교육청에 공문을 발송, 내년 초 어린이집·유치원에 건강검진 결과통보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입소에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조치한 상태다.

이에 따라 검진기관이 줄어 내년 초 검진을 받지 못하더라도 어린이집·유치원에 입소·재원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건강검진 결과통보서는 연중 아무 때나 1회에 한해 어린이집·유치원에 제출하면 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과 복지부의 줄다리기에 부모들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양측의 갈등이 커지면서 영유아 검진 대란으로 이어질까 불안해하고 있다. 당장 영유아 검진 예약을 받지 않겠다는 의원들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의원 측은 “내년 3월까지는 이미 받아놓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그 이후부터는 영유아 검진을 아예 안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약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엄마들이 자주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영유아 검진 예약을 불가능하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두 아이를 키운다는 한 엄마는 “자주 가는 병원에 영유아 검진을 예약하려니 안 된다고 한다. 어떻게 받아야 하냐”고 토로했다.

4개월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는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해서 검진만 기다렸는데, 이런 상황이 오니 혼란스럽다”며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 건강 체크하는 중요한 검진인 만큼 하루 속히 해결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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