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솔이 엄마' 김보영 아나운서의 워킹맘 다이어리
베이비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솔이 엄마 워킹맘 다이어리’의 김보영입니다.
새해 계획들은 잘 실천하고 계신지요? 저는 올해부터 일상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작년 말, 무려 12년 동안 진행해오던 뉴스에서 하차했거든요.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매일 같은 시간,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방송은 물론,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더 많은 엄마 동지들과 친해지려 합니다.
덕분에 저는 올해부터 ‘반(半) 전업주부’가 됐습니다. 매일 새벽 출근 할 곳이 없게 됐으니 그간 집안일을 도와주시던 이모님의 도움을 끊고 직접 가사를 챙기기로 마음 먹었지요. 일이 줄어든 만큼 조금 더 여유로워질거라, 그야말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분위기 있는 여자’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기대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했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 쉼 없이 일했건만,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지 물어오는 남편의 질문에 딱히 답할 말이 없습니다. 온종일 종종거리며 쓸고 닦아도 생색 안 나는 집안일은 어쩌다 잠시 게으름을 피울라치면 단번에 티가 납니다. 아침마다 딸들의 아침밥을 준비해주며 더욱 돈독해질 모녀 사이를 기대했건만, 오늘 아침에는 큰 딸의 반찬 투정에 “앞으로 너희들 밥은 너희가 챙겨먹어”라는 말도 안 되는 꾸지람까지 하고 말았지요.
이제야 깨닫습니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분위기 있는 여자’는 밖에서 일할 때나 가능하다는 것을요.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주부의 가사 노동을 돈으로 환산한 액수는 연 3745만원이라고 합니다(여성신문, 2017-01-24). 일용직 노동자의 평균임금인 ‘일용노임’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금액입니다(1일=10만2628원). 이제는 우리도 주부의 가사 노동을 가치 있는 경제활동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부에 불과하지만, 전업 주부들을 ‘맘충’이라 부르며 그들의 노고를 애써 폄하 하려는 이들에게 묻습니다. "어머니의 수고 없이 혼자 힘으로 자란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요. 온종일 집에 있어보니 비로소 그들의 희생과 수고를 느낍니다. 임금노동만이 가치 있는 경제활동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 엄마들의 ‘돌봄 노동’ 덕분에 이 모든 평범한 일상을 누려온 것 일 테니까요.
*칼럼니스트 김보영은 두 딸 솔이와 진이의 엄마이자 국회방송 아나운서로 <투데이 의정뉴스>, <TV, 도서관에 가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육아서 <대한민국 대표엄마 11인의 자녀교육법>을 내고 워킹맘을 위한 강연 및 기고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워킹맘 다이어리에 하고 싶은 이야기나 조언,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메일(bbopd@naver.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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