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는 인맥?' 일부 어린이집 대기순번 '뒤죽박죽'
'입소는 인맥?' 일부 어린이집 대기순번 '뒤죽박죽'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7.02.2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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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순번 아이 먼저 입소되기도…부모들 "성의 보여야 하냐" 불만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전미희(30·여) 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웃 언니와 함께 같은 어린이집에 입소대기 신청을 했는데, 순번이 앞인 자신의 아이 대신 언니의 아이가 입소 기회를 얻은 것이다. 전 씨는 “알고 보니 언니는 매번 어린이집을 찾아가서 자리가 나면 꼭 먼저 연락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며 “당연히 아이 순서가 오면 입소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우리보다 후순위 아이가 된 것을 보고 황당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어린이집에 찾아가 성의를 보일 걸 그랬다”고 토로했다.

아이 차례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전 씨로서는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전 씨는 “이럴 거면 인터넷으로 입소 신청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기다리는 부모들만 바보 되는 꼴”이라며 “어린이집에 전화해서 따질까도 생각했지만, 친한 언니 아이이기도 하고 또 나중에라도 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지 몰라 가만히 있는 중”이라고 답답해했다.

온라인으로 어린이집 입소 대기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어린이집은 대기 순번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온라인으로 어린이집 입소 대기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어린이집은 대기 순번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입소 대기 아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온라인 입소 대기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어린이집은 입소 대기 순번을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 입소 관리를 원장의 권한으로 여기며 뒷순번 아이를 앞순번 아이보다 먼저 입소시키는 상황까지 발생해 부모들의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어린이집 입소는 지정 사이트를 통해 대기 신청을 하고 아이 순번에 따라 차례대로 입소하는 시스템이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보육포털(iseoul.seoul.go.kr)에서, 그 외 전국 지역은 2014년부터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www.childcare.go.kr)을 통해 입소 대기 신청이 이뤄지고 있다. 직장·부모협동어린이집을 제외한 전체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연중 수시로 가능하며 재원중인 아이는 2곳, 미 재원중인 아이는 3곳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보호자는 자신이 신청한 어린이집의 대기자가 몇 명인지, 순번이 몇 번인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기 순번은 자녀수나 맞벌이·한부모 가정·다문화 가정·장애부모 등의 여부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이 같은 입소 대기 시스템은 기존 수기 장부로 관리하던 입소대기자 명단을 온라인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입소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모의 어린이집 선택 및 이용이 용이해졌다.

하지만 일부 어린이집이 온라인 입소 대기 시스템의 대기 순번을 지키지 않고 원아 모집을 하는 경우가 있어 부모들의 불만이 적잖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수영(39·가명) 씨는 “딸과 같은 반 아이가 이사를 가서 자리가 비었는데, 그 자리에 이사 간 아이 친구가 들어왔더라. 중간에 자리가 나면 아는 사람을 통해 입소하는 경우가 있다던데 사실이었다”며 “우리 아이는 꼬박 기다리며 입소했는데 배가 아프더라. 결국 사회 뿐 아니라 어린이집도 인맥이 중요하다”고 씁쓸해했다.

입소 앞순번 아이의 입소 확정을 짓지 않은 상태에서 뒷순번 아이에게 입소 안내를 해 혼란을 빚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김원희(38) 씨는 서울 중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의 입소 안내 전화를 받고 기쁜 마음에 상담 약속까지 잡았다. 하지만 한시간 뒤 어린이집 측은 “연락이 안됐던 앞순번 아이의 부모와 다시 연락이 돼 그 아이가 입소하기로 했다”며 김 씨 아이의 입소 취소 통보를 전했다.

김 씨는 “제가 어린이집 전화를 받고 바로 입소 신청서류를 냈다면 우리 아이가 들어갔다고 하더라. 그럼 순번이 무슨 의미고 온라인 입소 신청은 왜 하냐”며 “민원을 제기하자 어린이집은 다시 입소가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다. 이미 신뢰가 깨진 상태라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돈벌이로만 보고 정원을 채우려는 몰상식한 어린이집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입소를 기다리는 부모에게 희망고문을 시키지 못하게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아보육법 제28조는 모든 어린이집(직장·부모협동어린이집 제외)은 반드시 입소 우선 순위를 준수해 보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린이집 입소 문제를 일일이 확인하고 막을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미비하다. 특히 입소 대기 시스템과 재원생 시스템을 연동해 대기 순번에 맞춰 입소가 가능한 복지부 운영 시스템과 달리, 서울시는 부모들이 직접 피해 사실을 알아채지 않는 이상 입소 순번이 바뀌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입소 대기자 중 어떤 아동이 입소 등록을 하는지 시스템적으로 확인이 안 된다”며 “대신 어린이집 원장이 입소자 명부를 출력, 비치해 다른 부모도 입소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때 순번이 어긴 게 발견돼 신고가 들어오면 어린이집에 지도 점검을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이 지자체의 점검에서 규정 위반이 적발되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와 최대 6개월의 운영정지 명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부모들은 불이익을 받을까봐 신고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시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부터 복지부와 입소대기 시스템 통합을 추진 중”이라며 “누적된 입소대기 자료를 정비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서울시민들도 복지부 입소 대기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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