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소질 없으니 예쁘게 키워 시집 잘 보내라뇨?
공부 소질 없으니 예쁘게 키워 시집 잘 보내라뇨?
  • 칼럼니스트 김보영
  • 승인 2017.06.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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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선생님의 시대착오적 생각에 깜짝 놀라

[연재] '솔이 엄마' 김보영 아나운서의 워킹맘 다이어리

 

최근 한 잡지와 워킹맘에 대한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오가던 중 기자가 질문했습니다.

 

“워킹맘의 가장 큰 어려움과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저는 일하는 엄마를 위한 정책과 제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과 육아와 가사를 단지 여성의 몫으로만 보는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답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젊은 엄마들부터 아들, 딸을 구별해서 키워서는 안 된다는 말과 함께요.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한 지인이 제게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학부모 상담 중 “아무개는 공부에는 소질이 없는듯하니 예쁘게 키워서 나중에 좋은 남편 만날 수 있도록 기도나 열심히 하시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아이 엄마는 고작 아홉 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공부 소질 운운하는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여자아이는 예쁘게 키워서 시집만 잘 가면 된다’는 선생님 생각이 더욱 서운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초등학교 여자 아이 학부모에게 “딸은 예쁘게 키워 좋은 남편 만나는 게 최고”라는 말을 하는 담임선생님이 존재하는 현실. ⓒ베이비뉴스
초등학교 여자 아이 학부모에게 “딸은 예쁘게 키워 좋은 남편 만나는 게 최고”라는 말을 하는 담임선생님이 존재하는 현실. ⓒ베이비뉴스

 

무려 ‘4차 산업 혁명’을 목전에 둔 요즘 시대에도 여전히, 남자는 바깥일을 여자는 집안일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설사 여자가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 호의적이라 하더라도, 육아와 가사 역시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지요.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어쩐지 여자만 더 살기 힘든 세상이 됐다’는 여성들의 넋두리는 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 또한 사회에서 조금 더 일에 욕심을 낼라치면 이런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김보영 아나운서, 왜 그리 열심히 살아? 남편이 돈 잘 벌지 않아?”

 

남편이 돈 잘 벌면, 여자는 일 할 필요 없나요? 여자는 꿈을 가지면 안 되는 건가요?

 

‘여자는 자고로 예쁘게 자라서 돈 잘 버는 남자를 만나는 게 제일이다.’ 이런 고루한 생각들이 존재하는 한 일하는 여성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아무리 세월이 흐른대도 결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딸들이 훗날 아들과 똑같이 제 역할을 해 내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올바른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리천장’이라는 단어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칼럼니스트 김보영은 두 딸 솔이와 진이의 엄마이자, 방송인,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현재 국회방송 <TV, 도서관에 가다>, 맘스라디오 <우아한부킹>을 진행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대한민국 대표엄마 11인의 자녀교육법>이 있습니다. 현재 <초등 학부모를 위한 국어교육법>을 집필하며 관련 강연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의 및 의견은 bbopd@naver.com으로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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