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면생리대 주문 폭발..."배송은 두달 후에나"
[르포] 면생리대 주문 폭발..."배송은 두달 후에나"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7.08.31 1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회용생리대 매장 한산...대안용품 찾아 나선 여성들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파동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생리대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여성 소비자들은 일회용 생리대에 등을 돌리고 있다. 불편해도 안전한 면생리대, 생리컵을 구매하려는 손길이 분주해진 것. 화학물질 공포에 대한 정부의 늦장 대응에 소비자들이 스스로 대안 생리대를 찾아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여성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하다. 이유주 기자 ⓒ베이비뉴스
여성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하다. 이유주 기자 ⓒ베이비뉴스


◇ 면생리대로 눈길 돌린 여성들


지난 29일 오후 관악구의 한 대형마트 일회용 생리대 코너. 릴리안 제품이 모두 빠졌지만 여성 소비자들의 발길은 뜸했다. '1+1' 행사와 더불어 가격 할인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람이 많은 대형마트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30여 분 동안 생리대 코너를 방문한 소비자는 단 4명에 불과했다.


"사려니까 진짜 살 게 없네요."


생리대 코너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김정희(가명·방배동·47) 씨는 "릴리안 제품을 얼마 쓰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더 이상 어떤 제품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수십 가지의 생리대 제품 중 어느 것 하나 선뜻 집어 쇼핑 카트에 넣지 못했다.


김 씨는 "우리나라 일회용 생리대는 정말 괜찮은 게 없는 것 같다"며 "불편해도 면생리대를 써야 할지…"라고 말 끝을 흐렸다. 김 씨는 생리대를 한참 살펴보다 결국 두세 가지 제품을 집어 자리를 떠났다. 발길을 옮기는 김 씨의 표정은 여전히 못 미더운 듯했다.

 

매장의 면생리대는 여성들의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이미 수 일 전 동이 나버렸다. 이유주 기자 ⓒ베이비뉴스
매장의 면생리대는 여성들의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이미 수 일 전 동이 나버렸다. 이유주 기자 ⓒ베이비뉴스


30일 오후 동작구의 한 드러그스토어(Drug Store)에서 만난 이은경(가명·27·사당동) 씨도 김 씨와 같은 고민을 하다 결국 면생리대로 눈길을 돌렸다. 이 씨는 "면생리대를 써볼까 하고 사러 왔는데, 역시나 이미 다 품절됐다. 온라인에서는 주문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이 씨의 말처럼 이 매장의 면생리대는 여성들의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이미 수 일 전 동이 나버렸다. 이 씨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산했던 대형마트 일회용 생리대 코너와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31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베이비엑스포'에서도 면생리대는 육아용품 못지않게 팔렸다. 면으로 만든 수유용 패드, 산모패드와 더불어 면기저귀도 마찬가지. 친환경 제품을 이용하고 싶은 엄마들의 욕구가 강하게 느껴졌다.


이날 면생리대 세트를 구매한 육아맘 김현아(40·판교) 씨는 "요즘 생리대 문제로 시끄러워서 다시 면생리대를 구매했다. 번거롭긴 하지만, 냄새도 안 나고 생리통도 없고 혈도 깨끗하게 나온다"며 "아기도 건강을 위해 면기저귀로 키웠다"고 말했다. 

 

31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베이비엑스포'에서도 면생리대는 육아용품 못지않게 팔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31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베이비엑스포'에서도 면생리대는 육아용품 못지않게 팔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면생리대는 이미 품절…"배송은 두 달 후에나 가능"


면생리대 인기는 온라인에서도 뜨겁다.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는 H 면생리대 브랜드는 최근 폭주한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말 생리대 파동 이후 주문 건수가 최대 10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H 면생리대는 홈페이지에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주문량을 넘었다. 최대한 빠른 배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 25일부터 주문한 건에 대해서는 두 달 후인 11월 중 발송된다고 공지했다. 서울 반포동 고속터미널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목, 금 양일간만 운영한다고 공지를 내건 상태.


다른 브랜드의 오픈마켓 상황도 비슷하다. J 면생리대 브랜드도 "29일 이후 주문 건은 10월 이후에나 배송된다"고 공지를 했다.


결국 지연되는 배송을 기다리지 못한 일부 여성들은 직접 면생리대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여성 및 육아맘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면생리대 만들기 특강 들으실 분', '면생리대 만들기 동영상 공유', '면생리대 만들기 재능기부해요' 등의 글들이 늘었다. 여성들은 유기농 원단부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손수 바느질한 만큼 더욱 믿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초등학생 딸을 둔 엄마 박진희(가명·전남 화순) 씨는 "요즘은 믿고 먹고, 쓰기가 너무 힘들다. 예민한 딸을 위해 면생리대를 천천히 준비했다"며 "만들어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딸이 건강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면생리대와 더불어 생리컵 직구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질 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는 생리컵은 아직 국내에 판매 허가가 나지 않아 해외 직구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지만 이미 많은 여성들이 구매해 온라인 후기가 넘쳐나는 상황. 실제로 한 해외배송대행서비스 업체에 따르면 생리대 유해성 파동 후인 지난 18~24일 생리컵 구매량은 전주 대비 470% 정도 상승했다.


◇ "이번 기회에 안전장치 높여나가야"


식약처는 생리대 전수조사와 관련해 지난 29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조사 대상 성분 10종, 분석방법, 위해평가 방법 등을 확정했다. 이 평가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안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한 발 느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릴리안 생리대를 쓰고 생식기와 관련한 부작용을 겪었다는 피해 사례는 지난해부터 다수 제기됐고, 지난 3월에는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 유해성 시험 결과를 공개됐으나 정부의 별다른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지난 28일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릴리안'을 비롯해 2007년부터 신고·요청한 75개 품목 모두 안전성·유효성 심사자료 제출이 면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9년 이후에는 식약처에 1082건의 생리대 신고·허가 요청이 들어왔지만 안전성·유효성 검사를 받은 생리대는 단 4개(0.4%)에 불과했다. 식약처가 생리대 제조사가 품질관리를 위한 기준규격을 제대로 지켰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 정부의 허술한 감독 체계는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다.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아직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라 생리대에 관해 말하기 굉장히 민감하다"면서도 "더 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안전장치를 높여 나가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