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닭을 몰랐다" 살충제 달걀 재앙의 원인은?
"우리는 닭을 몰랐다" 살충제 달걀 재앙의 원인은?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7.09.01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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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키워 이득 남기는 계산법만 추구한 이기심의 결과

[특별기고] 장은이 언니네텃밭 무안공동체 사무장

 

ⓒ장은이
ⓒ장은이

 

달걀 때문에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걱정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반성, 대안, 이런 말로만 그치지 말고 정말 좀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저희가 알게 된 것은 사람들이 정말 닭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일단 사먹는 소비자는 알 턱이 없고, 키우는 이들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닭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닭을 키워 이득을 남기는 계산법’을 아는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닭을 키워본 경험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마당이 넓은 집에 닭을 풀어서 키웠습니다. 마당 한쪽에는 퇴비 더미가 있었습니다. 닭은 일단 부지런했습니다. 퇴비 더미를 파헤치면 그 속에 온갖 종류의 고급 단백질이 숨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요. 지렁이, 땅강아지, 구더기, 굼벵이 등 인류의 미래식량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급 단백질을 이미 선점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들은 이 퇴비 더미를 헤치는 데 비상한 재주가 있습니다. 한 이틀만 가만 놔두면 온 마당에 퇴비가 쫙 깔릴 정도입니다.


이 녀석들은 섬유질 섭취도 열심히 합니다. 마당의 풀을 싹싹 깨끗이 뜯어 먹습니다. 대나무 잎을 먹는 동물은 판다라고 알고 있는데, 닭도 어릴 때부터 댓잎을 주면 그 뻣뻣한 잎을 잘도 뜯어 먹습니다.


또 이들은 잠자리를 고르는 데도 무척 신중합니다. 땅바닥이나 구석진 곳은 들짐승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무에 오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높은 나무에 오르지도 않습니다. 지붕보다 약간 높은 정도로, 들짐승이 올라올 수 없을 ‘낭창한’ 가지를 골랐습니다.


만약에 개가 감나무 밑에 묶여 있는 경우라면 닭들은 반드시 그 감나무에 올라가서 잡니다. 닭을 해치는 어떤 짐승도 그 나무에는 접근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태풍이 들이닥친 밤, 걱정이 돼서 손전등을 들고 닭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이파리도 날려버리는 태풍에 맞서서 나뭇가지에 앉아 버티는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장은이
ⓒ장은이

 

◇ 자연과 인간이 공생한다는 생각으로 농사와 먹거리 대해주길

 

이런 닭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집니다. 알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싸돌아 댕기던’ 닭이 은밀한 장소를 찾아서 식음을 전폐하고 알 품기에 전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병아리가 나오면 정말 지극으로 돌봅니다. 병아리들이 솜털을 벗고 제법 날갯짓을 할 수 있을 때가 오면 닭은 본격적인 자녀교육에 돌입합니다. 어미는 가장 낮은 가지에 앉아서 자식들을 부릅니다. 모두가 올라올 때까지 계속 소리칩니다. 자식들은 될 때까지 도전해서 올라갑니다. 그럼 어미는 그 다음 가지로, 새끼들도 또 그 다음 가지로, 이렇게 며칠을 하고 나면 닭들은 나뭇가지에 줄지어서 앉게 됩니다. 전깃줄의 참새마냥. 이렇게 닭들의 세대는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이 닭들의 야생생활은 왜 인간과 함께 이뤄지는 걸까요? 일단 인간이 주는 먹이가 맛이 좋습니다.  쌀밥은 우리만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닭들도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노릿노릿’ 잘 구운 생선, 잘 삶은 고기, 잘 무친 나물 등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은 닭들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사람과 같이 사는 게 그래도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닭을 키우면 ‘그까짓 닭, 대충 사료 주고 약 주고 달걀 주워먹다가 잡아먹으면 되지’ 했던 생각이 싹 사라져버리게 됩니다. 사실 축산이라는 말 자체가 그런 뜻인 것도 같습니다. 가령 사료 1킬로그램을 투입해서 얼마의 시간 동안 고기 몇 그램을 얻고 달걀을 몇 개를 얻어낼 수 있는가 하는 계산법 말이죠. 그러니 공산업처럼 축산업이라 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살충제 달걀, AI, 구제역…. 이런 문제들은 닭(동물)이 자연에 반하는 방식으로 사육되면서 생겨난 재앙입니다. 현대식 축산은 ‘저비용 고효율’로 값싼 달걀을 더 빠른 시간에 더 많이 생산해내고자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소비해왔습니다.

 
이제는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정책 입안자 모든 분들이 자연(동물)과 인간이 공생한다는 생각으로 농사와 먹거리를 대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성장한 닭들이 낳은 달걀을 소비자가 적정한 가격에 사먹으면 생산자도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지요. 닭에게 고마운 생각까지 하게 된다면 우리 마음까지도 행복할 겁니다.

 

*언니네텃밭은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여성농민 생산자 협동조합입니다. 장은이 언니네텃밭 무안공동체 사무장은 무안군여성농업인센터 센터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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