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방법, 밑줄을 그었습니다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방법, 밑줄을 그었습니다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17.09.0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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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자매> 엄마에게 <엄마는 페미니스트>를 권하다

[연재]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혜숙 엄마. 혜자매(혜숙+혜경) 이야기가 담긴 <흔한 자매>(그림책공작소) 잘 봤어요. 우리 다자매(다은+다윤) 이야기 같아 크게 공감하며 봤답니다. 특히 큰아이가 많이 공감했어요. 동생 혜경이를 두고 '어느 별에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넌 분명 외계인일 거야'라고 말한 혜숙이처럼 큰아이도 동생을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외계인 취급을 하거든요.


혜숙이는 말하지요. 동생 혜경이는 '외계인도 귀찮아서' 우리 집에 두고 간 거라고. 아직 말을 잘 하지 못하는 동생에게 '시끄럽다'고 투덜대고, 자신이 아끼는 책에 낙서를 하는 동생을 미워하지요. 혜숙이가 사랑하는 인형 아마존 공주의 머리도 뽑아버린 동생에게 다시는 말도 하지 않을 거라 장담했지만, '모든 것을 함께 한' 자매가 그러기가 쉽나요?


인정하기 싫지만 가족 중에서 동생과 제일 닮았고, '제발 나 좀 내버려 둬'라고 할 만큼 귀찮지만 자매와 친구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 가는 혜숙이.


동생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좋고 나쁜 게 아니라 그냥 다르다'는 걸 깨치는 혜숙이를 보니, 언제 저렇게 컸을까 싶어 제가 다 뿌듯했답니다. 특히 '섞여 있는 우리 양말처럼 우리 이야기 속에는 너와 내가 함께 있어'라는 글을 읽을 때는 제 마음도 뭉클했어요. 마지막 눈물이 웃음으로 바뀌는 한 줄 반전이 있긴 했지만요.

요안나 에스트렐라의 <흔한 자매> 표지ⓒ. 그림책공작소
요안나 에스트렐라의 <흔한 자매> 표지ⓒ. 그림책공작소


그런데 제가 혜숙, 혜경이 엄마에게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에요. 제가 얻은 힌트를 좀 나누고 싶어서예요. 바로 <엄마는 페미니스트>(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 글, 민음사, 2017)라는,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이란 책에 나오는 내용이지요.


저자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작가인데, 2011년 <뉴요커>에서 뽑은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설사 20인'에 선정되었대요. 2014년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로 소위 페미니스트 작가로 거듭난 응고지 아디치에는 그의 친구 이제아웰레가 '딸을 페미니스트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해요.


아이를 키우는 누구라도 보면 좋을 이야기가 많지만, 특히 우리처럼 자매들을 키우는 엄마라면 한 번쯤 고민해볼 대목이 자주 눈에 띄었어요. 그 중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제안 3. '성 역할'은 완벽한 헛소리라고 가르칠 것.

"'너는 여자니까' 뭔가를 해야 한다거나 해선 안 된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마, '너는 여자니까'는 그 무엇에 대한 이유도 될 수 없어. 절대로.(중략) 치잘룸(친구의 딸 이름)이 성 역할이라는 개념을 내면화하도록 놔두지 말고 독립성을 가르쳐. 스스로 가지 앞가림을 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줘. 어떤 물건이 고장 났을 때 아이가 직접 고쳐 보게 시켜. 우리는 여자애들이 많은 것을 할 수 없다고 단정해 버리곤 하지. 치잘룸이 시도하게 해. 완벽하게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게 해. 블록이나 기차 같은 장난감을 사줘. 그리고 인형도 사 줘. 네가 원한다면."


제안 5. 독서를 가르칠 것.

"치잘룸이 책을 사랑하도록 가르쳐.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을 보이는 거야. 네가 책 읽는 모습을 아이가 본다면 독서가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중략) 책은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에 의문을 품도록, 자기표현을 하도록, 자기가 되고 싶은 게 무엇이든 그 꿈을 이루도록 도와줄 거야."


제안 8. 호감형이 되는 것을 거부하도록 가르칠 것.

"아이가 해야 할 일은 호감 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충만한 사람,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동등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아는 정직한 사람이 되는 거야.(중략) 용감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쳐. 자기 의견을 말하도록, 진짜 생각을 말하도록, 정직하게 말하도록 격려해줘. 그리고 아이가 그렇게 했을 때는 칭찬해줘. 특히 아이의 솔직한 입장이 하필 곤란하고 인기 없는 의견임에도 그것을 드러냈을 때 더 많이 칭찬해줘. 그리고 친절이 중요하다고 말해줘. 아이가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했을 때 칭찬해줘. 자기 것에 대한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도록 가르쳐."


제안 12. 성교육은 일찍부터 할 것.

"우리는 왜 생리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도록 키워진 걸까? 왜 생리혈이 치마에 묻으면 수치심을 느끼도록 키워진 걸까? 생리는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 아니야. 생리는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고, 생리가 없었다면 인류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야. 예전에 생리가 똥 같다고 말한 남자가 있었어. 난 이렇게 대꾸했지. 만약 그렇다면 그건 성스러운 똥일 거야. 생리가 없었다면 당신은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혜숙 엄마도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읽다보면 알 거예요. 저자의 말은 아이를 키우는 우리 같은 엄마들뿐만 아니라 아직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여자들도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라는 것을. 적어도 저는 그랬어요. 우리 다음에는 만나서 커피 한 잔 해요. 꼭이요.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엄마는 페미니스트> 표지. ⓒ민음사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엄마는 페미니스트> 표지. ⓒ민음사


제안 1. 충만한 사람이 될 것.

"엄마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멋진 선물이지만 엄마라는 말로만 자신을 정의해서는 안 돼. 충만한 사람이 되도록 해. 그게 네 아이에게도 이로울 거야.(중략) 네가 네 직업을 사랑할 필요도 없어. 네 직업이 너에게 주는 것만 사랑하면 돼. 일하기와 돈 벌기에서 오는 자신감과 충족감 말이야.(중략) 중요한 건 너 스스로 뭘 원하는 가이지 남들이 네가 뭘 원하길 바라느냐가 아니야. 엄마 노릇과 직장 생활이 공존할 수 없다는 생각은 거부해.(중략)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져.(중략)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 하지만 무엇보다도 충만한 사람으로 남는 것에 더 신경 써.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 너의 기본적인 욕구들을 채우도록 해. 그걸 '만능'이라고 생각하지 마... 나는 '만능' 여성에 대한 논쟁에는 관심이 없어. 왜냐하면 그것은 육아와 가사를 여자만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논쟁이기 때문이야... 가사와 육아는 성 중립적이어야 하고, 우리는 여자가 '만능'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바깥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부모들을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해."


제안 2. 같이할 것.

"때때로 엄마들은, 모든 것이 되어야 하고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배운 탓에, 아빠들의 역할을 축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어.(중략) 아빠가 돌보는 것이 애한테도 좋아. 그러니까 모른척하고, 너의 완벽주의를 꾹 누르고, 사회적으로 학습된 의무감을 진정시켜, 육아를 동등하게 분담해. '동등하게'가 무얼 의미하는가는 물론 너의 두 사람에게 달렸어. 서로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똑같이 주의를 기울이면서 맞춰 나가야 할 거야.(중략) 도움이라는 표현은 거부해. 추디(아빠)가 자기 아이를 돌보는 건 네 일을 '돕는' 것이 아니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지. 아빠들이 '돕고 있다'고 표현하면 육아는 엄마의 영역이고 아빠는 거기에 용감하게 뛰어드는 거라고 암시하는 것과 같아.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2017년 5월 1일)를 펴냈습니다. 두 딸과 함께 읽으며 울고 웃은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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