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예정일: 2009년 11월 10일
출산일: 2009년 10월 31일 오전7시 11분(초산)
아기체중: 3.34kg
분만형태: 자연분만(무통x, 촉진제x)
2009년 10월 30일 금요일 오후 1시 30분
생리통같은 아픔이 시작.
30분, 40분, 2시간. 대중없이 살짝살짝 아픔.
남편에게 이상하게 배가 살살 아프다고 전화함.
그전에는 하루에 한번 살짝 아프고 말았는데 하루종일 아픔.
낮잠 자다가 잠시 깰 정도의 아픔.
오후 9시경
남편이 오기 전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난 예지능력이 있나보다.)
남편 퇴근 후 미아삼거리로 맛난거 먹으러 갈겸 운동할겸
걸어 내려가는데 한 15분 마다 배가 너무 아파서
그냥 차를 가져가기로 함.
진통간격 계속 체크했는데 들쭉날쭉. 아직 예정일 한참전이라 출산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먹고 싶은 것을 먹겠다는 일념하에 미아삼거리에 가서 회를 먹음.
진진통은 간격이 정확하다는데 난 10분, 15분, 20분, 대중없음.
회 먹다가 아프면 찡그리고 쉬고, 먹다 쉬고….
회만 먹고 서둘러 집에 옴.
집에 와서 간격이 좀 줄어듦. 그래도 여전히 불규칙.
남편은 가진통일거라고 별거 아니라고 잠들고….
(이틀전에 병원에 갔을 때 아기가 전혀 안내려왔다고 예정일 넘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난 진통이 올때마다 화장실에 가서 앉아있다만 나오고….
꼭 배탈 난것처럼 배가 '싸~~'하게 아팠다.
자정
불규칙한 진통. 견딜만함.
남편은 여전히 쿨쿨.
새벽 1시~2시30분
진통이 5분, 10분, 들쭉날쭉하지만 간격이 확실히 줄어듦.
배가 너무 아파서 잠을 잘수가 없음.
자다가 아파서 깨고, 자다가 깨고.
혼자 거실가서 기어다니다 서서 다니다가
남편을 깨움.
"여보, 일단 병원에 가서 가진통이라고 하면 집에오자. 나 너무 아퍼…."
이때까지만해도 가진통으로 착각함.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아픈데 가진통이면 이런 가진통이 며칠 지속된다는데
미칠거 같았다.
더군다나 이슬도 없어서 진진통이라고 생각도 못함.
단지 견딜 수가 없어서 병원으로 가는길.
가는내내 남편은 진통시간 체크하는데 규칙적이지 않음.
진통이 올때마다 손잡이를 꽉 쥠.
새벽 3시20분경
병원 도착하니 더 아픈거 같음.
간호사 만나서 아프다고 주저앉았다.
부랴부랴 가족분만실 들어가서 옷갈아입고(옷갈아입을 때 보니 이슬이 비쳐있었다.)
누워서 태아심박수체크기와 태동기?(진통세기측정) 부착.
하늘보고 누워있으니 더 아픔.
간호사 들어오더니
"40% 진행됐네요. 정말 많이 참고 오셨어요. 오늘 오전중으로 낳겠어요."
'거봐~ 내가 마니 아프다고 했자나….'
각 시간마다 뭘 했는지 다 적어놨는데 어디다 뒀는지 몰겠다.
그냥 내 기억대로 적는다.
관장하고(오래 참을수록 좋다고10분이상 참으랬는데 1분지나고 바로 화장실로 직행)
그 순간에도 진통. 다시 침대에 누워 간호사한테 사정해서
옆으로 누웠다. 그나마 좀 덜아픈거 같아서.
진통이 올 때는 남편이 옆에서 안마해준다고 건드는것도
귀찮아서 하지 말라고 그러고….
새벽 5시 좀 넘어서는 자궁 거의 다 열렸다고 했다.
난 이때까지 자궁만 다 열리면 그냥 10분만에 낳는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애기가 밑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이때부터 진짜 고통은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진통이 오면 그냥 참으면 됐는데….
이 때 부터는 가장 센 진통이 오면 힘을 줘야 한다.
배도 아픈데 거기다가 힘을 주면 더 아프다.
복식호흡하다가 숨을 들이쉬고 그 순간 숨을 참은뒤.
힘을 끙.
난 숨 참을 만큼 다 참고 힘도 줄 만큼 다 줬는데.
"더더더…" 한다.
"산모님. 이렇게 힘주면 안돼요~ 더 힘주고 배에도 힘줘요."
'니가 해봐라 맘대로 되나.'
어쨌든 간호사가 옆에 있으면 안심이 되니깐 시키는대로 한다.
정말 죽을때까지 힘을 주고 숨을 내쉬는 순간
"한번 더"를 외친다.
그럼 난 숨 한번 딱 더 쉬고 다시 힘을 준다.(숨을 쉴 겨를도 없이 시킨다.)
2번씩 한세트다.
간호사는 힘을 줄때마다 내 윗배를 아주 세게 짓누른다.
애기 엉덩이를 밀어준다고.
진통올 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사람은 참 폐활량이 대단한 사람이다.
소리지르면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찍소리도 못하고 거의 죽을 지경이다.
눈물도 안난다. 숨이 차서.
계속 애기 머리 안보이냐고 물어봤는데 멀었다고 한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힘을 준다.
갑자기 분주해지고 제모하고.
의사선생님이 들어온다.
담당 여의사가 아니라 남자의사다.
부끄럽고 말고 할게 없다.
의사선생님이 들어온거 자체가 아기 머리가 보인다는 얘기였기때문에
무지 반가웠다.
그렇게 의사선생님이 들어오고 몇분 지나지 않아,
"오전 7시 11분. 출산하였습니다."
난 나온지도 몰랐다. ㅡㅡ^
그 후 아기를 나한테 안겨주는데
못생겼다.
힘들어서 얼른 데리고 가줬음 좋겠다.
이게 내새낀가 싶기도 하고.
남들은 품에 안으면 감동스러워서 눈물을 흘린다는데
남편이랑 나는 감정이 메말랐나보다.
남편도 탯줄 자르는 감동적인 순간을 기대했는데
하도 빨리 자르라고 재촉해서 감동은 커녕
나중에 남편에게 소감을 물어본 결과,
"곱창 자르는 기분이었어." ㅡㅡ^
그뒤 후처리 하는 과정에서
태반꺼내야 하고 등등. 배를 누르는데 진통만큼 아팠다.
2시간동안 침대에서 쉬는데
정말 목소리도 안나올정도로 기운이 없었다.
주말이라 무통주사도 못맞고 생으로 아팠다.
그래도 4시간 안걸려서 낳은건 행운이란다.
근데 둘째 낳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진통내내 외쳤다.
집에서 될 수 있으면 오래 아픈뒤 병원가길.
병원가면 꼼짝없이 하늘보고 누워있어야해서 더 아프다.
무통주사는 안맞아봐서 얼마나 덜 아픈지 모르겠는데
조리원에 와서 다른사람 얘기 들어보니
그 뒤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허리 안좋은 사람은 피하길….
우리 지안이는 처음에는 정말 못생기고 퉁퉁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이뻐지고 똘망똘망해진다. ㅎㅎ
다행이다. 예정일보다 10일 빨리 낳았지만
지안이는 3.34kg이다.
예정일 채웠으면 4kg가 넘어갔을거라고 하신다.
출산. 여성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자 축복.
그 당시에는 죽을 것만 같던 그 고통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는데,
일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견딜만한 고통이었던것 같다.
흔히 말하는 배속에서 칼춤 추는 것 같다는 고통까지는 아니었다.
한참을 잊고 있었던 출산후기를 다시 더듬어서 생각하니 고통은 싹 사라지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공주님을 얻은 행복만 남는다.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저도 애기낳고나서 왜이렇게 못생겼냐..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