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 딸기 따봐. 빨갛게 잘 익었어.” 시각장애를 가진 부인은 남편의 손에 이끌려 잘 익은 딸기를 따서 맛본다.
아내 최지연(34) 씨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어렸을 적, 뇌수막염으로 시력을 잃어 시각장애인 1급 판정을 받았다. 남편의 도움을 받아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남편 오영기(33) 씨도 겨우 형체를 분간할 정도의 시력을 가진 시각장애인 2급이다. 항상 이들 부부 곁에는 3살 된 딸 서은이가 있다.
지난 17일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이 케이제이아이대부금융 유한회사의 후원으로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봉상리 수미마을에서 실시한 시각장애인가족 딸기 따기 문화체험에서 이들 가족을 만났다.
모든 아빠, 엄마가 그렇듯 오영기 최지연 씨 부부도 딸 서은이의 교육을 위해 체험학습을 찾았다. 오 씨는 “문화체험에 자주 참가는 못하지만 가끔 올 때면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 주말이라 쉬고 쉽지만 아이 교육을 위해 체험학습에 함께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가족은 서은이네를 포함해 총 11가족. 유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시각장애인 가족들이 참가했다. 체험학습 참가자들은 잘 익은 딸기 구별법과 딸기 따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비닐하우스로 들어가 직접 딸기를 땄다.
오 씨는 자원봉사자에게 딸을 맡기고 눈이 안 보이는 아내에게 손을 내줬다. 오 씨는 가끔 서은이를 찾으며 “다 가지고 갈 수 없어. 먹는 게 남는 거야”라고 말을 건넬 뿐, 오히려 서은이가 아빠, 엄마를 자신의 시야에 두려고 했다. 호기심 많은 나이에 이리저리 돌아다닐 법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 씨는 “제 맘대로 뛰어놀 나이지만 오히려 우리를 먼저 챙길 정도로 아이가 생각이 깊어 기쁘지만 한편으로 슬프다. 어느 장애인 가족이나 이런 것은 다 갖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여느 부모들처럼 남편 오 씨와 아내 최 씨에겐 서은이의 육아와 교육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더욱이 최근 오 씨는 나사렛대학교 병원 수기치료사로, 최 씨는 헬스키퍼로 맞벌이를 시작하게 되면서 아이의 육아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다.
오 씨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제가 출근하면 아내가 혼자 육아를 할 수 없어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았다. 지금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고, 아내도 일을 시작했는데 어린이집 운영 시간이 출근 시간과 맞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오 씨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혹여 서은이가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얻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서은이가 아직은 괜찮지만 혹시나 이상이 있을까봐 1년에 1~2번씩 검사를 한다. 지난 2월 달 검사에서 괜찮다고 나와 안심했지만 항상 걱정이다. 혹시나 안 좋은 것을 물려줄까봐….”
오 씨는 “아이가 열이 날 때마다 걱정이다. 하지만 체온계만 해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가 나오는 것이 없다. 장애인 가정을 위해 정치인들이 4·11 총선에서 내세운 공약들만이라도 지켜줬으면 좋겠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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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든 장애인이 아니든 부모마음이 어찌 다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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