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최영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부가 내년부터 5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도입하기로 한 아동수당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여당과 야당 간의 내년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 5세 이하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편주의적 제도'에서 가구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선별주의 제도'로의 변경이 기정사실로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위 10%로 가구에 대한 역차별 논란뿐 아니라 소득이나 자산을 통한 대상자 선별과정의 비효율성, 무엇보다 '모든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나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훼손한 정략적 합의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야당이 주장하는 기본 논리는 부유층 아동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것보다 '제한된 자원을 저소득층 아동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고 형평성에 맞는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일면 타당한 주장처럼 보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저소득층 선별지원 중심의 복지제도를 운영하는 나라일수록 빈곤과 소득 불평등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일부 계층만을 위한 제도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어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 이로 인해 재정투입의 규모가 최소한으로 줄어들게 돼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적절한 수준의 지원을 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보편적 아동수당 재원 소요액, 우리나라 GDP의 0.2%에도 못 미쳐"
선별적인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계층 간 분열과 갈등도 문제다. 세금을 내는 고소득층과 복지수혜을 받는 저소득층이 뚜렷이 갈라지게 된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고 복지혜택도 받게 될 때 계층 간 통합이 가능해진다.
한편, 보편적 아동수당이 지급되더라도 저소득층 아동이나 장애아동 등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복지급여가 그대로 유지되어 계층 간 형평성이 훼손될 여지는 크지 않다. 그런데도 계층 간 형평성에 대해 우려가 된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비효율적인 자산조사를 통해 고소득층을 선별하는 것보다 고소득층에도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세금을 통해 회수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실제 아동수당을 도입한 선진국에서는 대체로 부모의 소득과는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로 ‘모든 아동은 차별 없이 국가의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철학 때문이다. 물론 몇 몇 국가에서는 재원문제로 일부 고소득층은 제외하고 지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재원 부족으로 인해 보편적 수당이 어렵다는 지적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OECD 국가들은 평균 GDP의 1.1%를 아동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정부의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안에 따른 재원 소요액은 우리나라 GDP의 0.2%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원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모든 사회복지제도를 보편적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출산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최소한 우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혜택은 가난한 집 아이, 부잣집 아이로 구분해서 제공하기보다는 의무교육이나 의무급식과 마찬가지로 모든 아이에게 공평하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여야는 아동수당제도 도입에 있어 정치적 득실이나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아동의 기본권 보장과 건강한 성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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