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최대성 기자】
봄인가 싶더니 벌써 한해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베이비뉴스 사진팀은 지난 1년간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위해 다양한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돌아보면 맑은 아이들의 눈망울에 즐겁고 행복한 순간도 있었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슬픈 현장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소중한 순간들이 카메라에 빼곡히 쌓였습니다. 많은 사진 중에서도 따뜻한 울림을 주는 10장의 사진을 추려봤습니다.
장면 1. 눈물바다
지난 5월 23일 가정의 달을 맞이해 베이비뉴스가 마련한 예비맘클래스에서 포착된 눈물입니다. '두 엄마의 이야기'란 주제로 엄마와 딸들이 서로를 향한 편지를 읽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편지지에 빼곡히 적힌 속마음을 떨리는 목소리로 읽던 딸은 결국 눈물을 보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도 결국 눈물을 흘립니다. 애틋한 사연에 공감한 다른 예비맘들도 눈물을 훔칩니다. "너도 자식 낳으면 내 마음을 알 거다." 사춘기에 접어든 자식이 속을 썩일 때마다 농담처럼 타박하시던 엄마의 단골 멘트입니다. 어릴 때는 그저 잔소리로만 들리던 그 말이 결혼하고 아이를 가진 지금에서야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돌아왔습니다.
장면 2. 요즘 아이들
"도대체 임산부 배려석은 어디에?" 임산부 배려석이 설치된 버스는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습니다. 정류장에 앉아 수차례 버스를 보낸 끝에 발견한 6620 버스. 약 1시간 동안 많은 시민이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그리고 임산부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습니다. 어쩌면 그 사람들로 인해 실제 배려를 받아야 할 초기 임산부들이 불편을 겪었을 수 있습니다. '배려석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아직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한 순간이었습니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버스에 올랐습니다. 동시에 임산부 배려석이 비워졌지만, 그 자리에 앉는 학생들은 없었습니다. 요즘 아이들, 생각 없는 어른들보다 낫습니다.
장면 3. 무지개를 잡아볼까?
'세상에서 가장 큰 놀이터'인 서울어린이대공원에는 음악 분수대가 있습니다. 해마다 뜨거운 여름이 되면 다양한 음악에 맞춰 솟아오른 분수가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춥니다. 해가 늬엇늬엇 넘어가던 6월의 늦은 오후였습니다. 햇빛이 물줄기에 산란돼 무지개가 생겼습니다. 분수 주변의 많은 어른들이 무심코 바라만 보던 그때. 아이들은 분수 바닥에 닿은 무지개 끝을 잡아보겠다고 난리입니다. 얼마 안가 잦아든 물줄기에 무지개가 사라졌지만 흩어진 무지개 조각을 찾으려는 동심은 많은 생각을 남겼습니다.
장면 4. 아이컨텍
다양한 외국인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라고 부르기엔 아직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여름이 시작되던 7월 초 인도네시아에서 온 재스민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엄마와 함께 두 번째로 놀러 온 어린이대공원은 세 살배기 아이에겐 많이 낯설었습니다. 겁먹은 표정의 재스민에 먼저 손을 내민 건 비슷한 또래의 귀여운 남자아이였습니다. 인상 깊었던 아이컨텍 후 재스민은 다른 아이들과 자연스레 섞일 수 있었습니다. 소통의 부재는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아이들처럼 꾸밈없는 아이컨텍이 먼저가 아닐까요?
장면 5. 가늠할 수 없는 분노
"꽃으로도 아이들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8월 4일 부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은 꽃 같은 아이들에게 토사물을 먹이는 등 엽기적인 행태로 많은 부모의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앞에서 어머니들이 첫 시위를 한 날. 현장은 학대당한 자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어머니들의 자괴감과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없는 원장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아픈 마음을 이기지 못해 풀썩 주저앉은 한 어머니의 모습이 사진에 슬프게 담겼습니다.
장면 6. 바퀴달린 사나이
"배드민턴도 함께 치고 자전거도 가르칩니다." 가을이 시작되던 9월. 6살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박대운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열 살 아들과 일곱 살 딸이 당당하게 살길 바라는 그는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대부분을 하려 노력합니다. 배드민턴은 그렇다 치고, 자전거는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했습니다. 퇴근 후 아파트 주차장에서 딸아이를 만난 바퀴달린 아빠는 익숙하게 네 발 자전거를 잡아줍니다. 당당한 장애부모, 당당한 아이의 뒷모습이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장면 7. 하늘 높이 떠오른 동심
추석을 며칠 앞둔 9월 28일 광화문 광장입니다. 근처 어린이집에서 연날리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아이가 세상 행복한 얼굴로 무표정한 어른들 사이를 내달립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해맑은 동심이 하늘 높이 떠올랐습니다.
장면 8. 딸바보 아빠의 로망
가을이 무르익은 10월 17일 오후 서울 공릉동 경춘선철길공원에서 7살 별이(태명)가 아빠의 손을 잡고 철길을 걷고 있습니다. 딸바보 아빠라면 한 번쯤 떠올릴 모습입니다. 태명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입니다.
장면 9. 진눈깨비
한파가 계속되던 12월 초. 기상청의 눈 소식에 명동을 찾았습니다. 언제나 많은 인파로 붐비는 명동거리에 도착했으나 기대했던 함박눈 대신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우산을 꺼내 들고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때. 비처럼 쏟아지는 진눈깨비에 참새처럼 좋아하는 외국 아이를 만났습니다. 동심에 국적은 없나 봅니다.
장면 10. 등굣길 하이파이브
올해 최강 한파가 휘몰아친 12월 12일 서울의 오전. 초등학교 정문 앞의 횡단보도에서 한 경찰 아저씨(이제완 노원경찰서 당현지구대 하계2 치안센터장)가 일일이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등교를 돕고 있습니다. 든든한 경찰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 아이들과 통했는지 뒤늦게 횡단보도를 지나던 류관서(중현초 5학년) 군이 가볍게 점프하며 손바닥을 마주칩니다. 최강 한파도 얼리지 못하는 것이 아이들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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