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없으면 병상 없애라’ 병원인력 셧다운제 촉구
‘인력 없으면 병상 없애라’ 병원인력 셧다운제 촉구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1.3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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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본 신생아 중환자실 제도 개선 토론회 열려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본 신생아 중환자실 제도 개선 마련과 병원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 사건으로 사망한 신생아들과 최근 잇단 화재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토론회를 시작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본 신생아 중환자실 제도 개선 마련과 병원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 사건으로 사망한 신생아들과 최근 잇단 화재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토론회를 시작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제일 큰 문제는 결국 인력문제다. 우리나라도 인력 기준 셧다운제를 도입해야 한다. 간호사나 전공의 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병상을 확 줄여버리는 제도다. 이대목동병원의 인력관리는 정말 엉망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본 신생아 중환자실 제도 개선 마련과 병원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 정의당 ‘정의로운복지국가본부장’인 윤소하 국회의원과 정의당 건강정치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계기로 의료 환경의 구조적 문제를 논의하고 대안을 만들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토론회에서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통해 확인된 문제점 중 하나로 병원의 고질적인 인력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리고 그 대책으로, 병원 인력이 일시적으로라도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병상을 줄이거나 폐쇄하게 하는 ‘셧다운제’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 “인력기준 안 지키면 중환자실 폐쇄 또는 병상 축소하도록”

의료 환경의 문제점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우선 이대목동병원의 ‘문제해결 능력 상실’을 지적했다. 정 국장은 “사회가 병원에 요구하는 것은 치료 도중 어쩔 수 없이 환자가 사망하거나 장애를 얻게 되는 경우 이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대목동병원의 놀라운 점은 사건 원인에 대해 본인들이 말을 하지 못하고 경찰이나 질병관리본부에게 원인 해석을 넘겼다는 것”이라며, “이대목동병원의 무책임과 무능력을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이런 병원을 어떻게 제대로 된 병원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며, “같은 의료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이어 강조한 것은 고질적인 인력문제. 정 국장은 “사고 당일 16명의 신생아를 2명의 당직 간호사와 1명의 당직의(전공의)가 돌보고 있었다”며, “신생아 중환자실이 성인 중환자실에 비해 노동강도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심각한 인력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적정 인력에 대한 기준 마련뿐 아니라 인력 확보가 되지 않을 경우 중환자실 침상을 조정하는 조치 등이 필요했음에도 병원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정 국장은 그 대책으로 간호사나 전공의 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병상을 줄여버리는 인력 기준 ‘셧다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국장이 지적한 또 다른 문제는 이화여대의료원의 영리적 운영. 정 국장은 “이대목동병원이 마곡에 신병원 건립하며 ‘럭셔리 병원’이라 홍보하려 한 바 있다”며, “환자를 잘 치료하겠다는 게 병원의 목표가 돼야 하는데 병원으로 돈 벌어보겠다고 하는 것이 참 부끄럽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그밖에도 ‘감염관리의 취약성’과 ‘비영리법인 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발제를 마쳤다.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본 신생아 중환자실 제도 개선 마련과 병원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주관한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본 신생아 중환자실 제도 개선 마련과 병원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주관한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단언컨대 경찰 조사는 사건의 실체와 전모 밝히지 못한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는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 주제는 제도 개선 방안이었다. 먼저 지적한 것은 최고경영진의 책임성. 이 연구원은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리면 말 그대로 깃털만 날리는 것에 불과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시스템을 실패로 이끈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인력 기준에 대한 구체안. 이 연구원은 “인력 기준은 24시간 1년 내내 지켜야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1년에 한 번 평가만 통과하면 땡”이라며, “인력이 기준에서 하나라도 비면 그 병동을 운영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외국의 인력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인력 기준 하한선을 정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의료기관은 중환자실을 폐쇄하거나 병상을 축소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셧다운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정부의 직접 개입 수단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의료기관에 의해 자율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는 인증평가만으로는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꾀하기 힘들다”며, “직접적으로 감염 관리의 구조, 과정, 결과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행정명령 등이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원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에 대한 몇 가지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우선 “단언컨대 경찰의 조사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실체와 전모를 밝히지 못한다”며, “경찰은 현행법 위반 여부만을 조사할 따름이라, 최악의 경우에는 죽은 사람은 있되 죄를 물을 사람은 없게 될 수도 있다. 경찰 조사와 별개로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총체적으로 조사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사건 이후 대한의사협회의 태도에 유감을 표하며 “의사협회가 전문가 단체로서 의료인 개인을 보호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지금은 이대목동병원까지 두둔하고 있다”며, “더욱이 이 사건이 정부의 문제, 수가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것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의사협회 측 “이대목동병원 문제해결 능력 없다? 동의 못해”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시민권력을 통한 의료기관 통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대표는 “민간 중심의 공급 인프라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특히 외부간섭을 최소화하고 자율성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짙어 공적개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시장의 자율경쟁 하에서 퇴출되는 것도 아니고 정부의 규제도 안 먹히고. 그런 어중간한 상황에서 병원들은 단물만 빨아먹고 있다”며, “시민의 권력을 통해 의료기관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대목동병원의 조직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경찰은 병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공의가 빠지면 병원이 안 돌아가는 상태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발제자들과 같이 ‘인력 기준 셧다운제’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구체적으로는 “신생아 중환자실 관련 인력 기준 하한선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인력 관련 의료수가 또한 선진국 수준에 맞춘 후, 이를 준수하지 않을 시에는 책임자를 형사처벌 하거나 신생아 중환자실 폐쇄 또는 병상을 축소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측 토론자로 참석한 은병욱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부교수는 이대목동병원이 문제해결 능력이 없다는 발제자들의 주장에 반박했다. 은 교수는 “이대목동병원에도 감염관리 전문가들이 분명히 있고 자체적으로 조사한 내용을 질병관리본부에게 넘긴 것으로 안다”며, “단지 경찰 수사가 압수수색으로 이어지면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경찰이 주치의의 얼굴을 공개하고 (주치의의) 건강상태가 안 좋은데도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경찰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혐의사실을 수일 간격으로 언론에 유포하는 것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은 교수는 이를 “의료진에 대한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정부의 후속대책이 지나치게 규제 중심으로, 의무와 처벌이 핵심이라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본 신생아 중환자실 제도 개선 마련과 병원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 진행을 맡은 김종명 정의당 건강정치위원회 위원장.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본 신생아 중환자실 제도 개선 마련과 병원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 진행을 맡은 김종명 정의당 건강정치위원회 위원장.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제도적 문제 지적,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면죄부 결코 아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최은영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진정한 환자안전 대책은 인력 수급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직접간호를 하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인력 수급 대책을 요구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과장은 병원 평가의 방식과 기준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인력 수급 문제도 필연적으로 해야 돼야 한다”고 공감했다. 덧붙여 이번 사건을 “철저히 유가족의 입장에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진행을 맡은 김종명 정의당 건강정치위원회 위원장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면죄부로 여겨지는 것을 경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사건의 경우 제도의 문제로만 일반화시키기에 어려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분명 있다”며, “이대목동병원의 특수한 조건과 일반적인 제도의 문제들을 같이 짚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제자인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도 “이번 사건의 원인에서, 이대목동병원만의 특수성과 제도적 보편성 중에 특수성이 9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제도적 보편성에 대한 얘기가 잘못 받아들여지면 해당 병원이나 의료인들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물타기가 되는 것이라서, 결코 그것이 아님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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