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새 임원진이 출범하는 자리에서 민간 보육이 겪는 위기가 "예산을 탓하는 정부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육인들은 "보육 공공성 강화에 앞서, 보육의 질 자체를 떨어뜨리는 낮은 표준보육비용‧보육료‧누리과정 지원단가 등을 현실성 있게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1년 사이 민간 271곳 폐원…보육 위기 앞에 여야 없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이하 한민련)은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제8대 한민련 임원단 취임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정춘숙, 전재수 의원,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 등 국회의원과, 한민련 전·현직 임원, 회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국공립어린이집 원장 출신인 최도자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민간어린이집이 겪는 위기를 설명했다. 최 의원은 “어린이집은 살 수가 없다”며 “지난해 민간어린이집 271곳이 폐원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도 중요하지만 기존 어린이집들이 폐원을 많이 하는데 살아갈 방안을 국가가 고민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 같은 발언은 누리과정, 보육료 등 관련 예산이 동결되거나 현실에 맞지 않아 어린이집 원장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은 2013년 이후 동결된 지 5년이 지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육료 현실화와 표준보육시간 도입 등 함께 챙겨야 할 일에 힘을 보태달라”고 이날 참석한 동료 국회의원에게 호소했다.
◇ “아동수당 2조 3000억 원, 민간보육에 풀면 100% 국공립화 가능”
장진환 6, 7대 전임 회장은 격려사에서 민간어린이집이 느끼는 위기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며 이번 임원진이 분발해달라고 당부했다. 장 전 회장은 “민간보육은 시설재원 보육아동 145만 명 중 75만 명을 보육한다”며 “민간어린이집이 양질로 보육할 수 있을 때 대한민국 보육이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장 전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핵심보육정책 5개년 계획에서 보육 공공성 강화를 달성하기 위해 국공립어린이집 40% 확충을 해결책으로 든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년 동안 40%이상 국공립으로 만든다고 한다면 2018년도에 이미 예산이 배정돼 있어야 하는데, 5년 동안 필요한 예산에 40%도 배정돼 있지 않다”며 “(이런 예산 계획으로는) 5년 후에 국공립이 40%까지 확충될 수도 없거니와, 40%가 확충된다고 가정해도 60%의 사립‧민간시설에 다니는 아동과 부모가 받는 차별은 어떻게 해결할지 혜안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6년 전 물가로 조사했지만 아직 그 수준도 미치지 못하는 표준보육비용과 올 9월 실시하기로 한 아동수당에도 쓴 소리를 했다. 장 전 회장은 “아동수당 예산 2조 3000억 원을 가지면 전국에 있는 사립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에 다니는 모든 아동에게 한 달 21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모든 시설이 국공립화가 된다. 왜 정부는 예산타령만 하고 있느냐”고 주장했다.
◇ “보육 책임은 모든 부처에…정책에 맞는 예산이 확보돼야”
더불어민주당 전재진 직능본부장은 누리과정 예산 중앙정부 전액 책임과 보육료 인상을 문재인 정부의 성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보육계가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누리과정 지원단가 인상을 거론했다.
합의문은 지난해 12월 4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18예산안을 협상하면서 발표한 내용으로, “2019년 이후 누리과정 지방교육자치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은 2018년 규모를 초과할 수 없다”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조건에 따르면, 2018년부터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고로 부담하지만 2019년 이후에는 누리과정 지원 단가를 인상하면 인상분은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전 본부장은 누리과정과 관련한 3당 합의를 깨는데 힘 써달라고 당부했다. 전 본부장은 “3당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내용, 꼭 3당 방문해서 파기해 달라”며 “이걸 깨서 중앙정부가 25만 원으로 누리과정 지원단가를 올리는 방안이 실현될 수 있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곽문혁 신임 한민련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저출산과 보육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민간어린이집은 끊임없는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하고 “보육 전반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수요자가 부모가 아니라 아이여야 하고, 운영자가 국가가 아니라 원장이어야 하며, 책임자는 원장이 아니라 국가가 돼야 한다”며 “예산에 맞춘 정책이 아니라 정책에 맞는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보육의 책임이 복지부는 물론 정부 전 부처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누리과정 교육비는 교육부, 미세먼지는 환경부, 숲교육은 산림청이 관장하는 등 이처럼 전 부처가 보육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전체 정부 부처가 영유아 보육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과 예산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이솝우화 ‘바람과 해님’을 인용하며 “해님의 지혜로 민간 보육 현안을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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