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8.03.26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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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모성애 #소유욕 #답정너 #엄마의고백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어린 시절 어른들을 만나면 꼭 한 번쯤은 들었던 질문이다. 대부분이 그랬겠지만 나 또한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엄마랑 있을 때는 ‘엄마’ 아빠랑 함께일 때는 ‘아빠’라고 대답해 겨우 위기를 모면했지만 두 분이 함께 계실 때는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질문자만 원망스럽게 쳐다볼 수밖에. 물론 누가 뭐라 하든 당당하게 ‘나는 엄마가 더 좋아요’라고 말해 아빠를 서운하게 만들어 버리는, 내 동생 같은 부류들도 있었다. 차라리 내가 후자였으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 질문이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편이라 자라는 내내 곤란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까마득한 옛일이 되고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언제 그런 기억이 있었지 싶을 정도로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아가만 보면 자꾸 묻고 싶어진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대체 이 두서없는 질문은 어디서 왔을까? 현답도 없을뿐더러 대답을 듣는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이 고전적인 물음 앞에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더군다나 나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

아이가 할 수 있는 게 늘어날수록 보고만 있어도 신기하고 조금만 앞서 가도 내 아이가 천재는 아닐까 심각하게 들뜨는가 하면 사진으로만 봤던 내 어린 시절을 닮은 모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건 아이 아빠도 마찬가지여서 본의 아니게 실랑이를 벌일 때도 있다. 나를 닮았다고, 나 어릴 때와 똑같다고.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아빠의 염색체와 엄마의 염색체가 만나 태어난 아기는 당연히 엄마와 아빠를 닮았을 것이다. 누구를 닮았다 주장한들 누구도 틀린 말이 아니지만 어쩌면 조금은 더 날 닮지 않았을까 우겨 보는 나의 이상한 고집을 천천히 뜯어 보자니 결국 이것 또한 욕심 아닌 욕심이다.

돌이켜보면 아이가 고집을 부린다든지 말썽을 피울 땐 ‘누굴 닮아서 이러냐’고 하면서 한참 예쁜 행동을 하거나 무언가를 잘할 때는 유난히 나를 닮은 것 같다고 말한다. 가끔 그건 아니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유년시절까지 마냥 좋은 것으로만 포장하고 싶은 내 욕심이 아마 좀 더 컸던 모양이다. 결국 반반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양쪽 부모의 사랑을 골고루 받고 자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가장 바람직한 일임에도 나의 무지한 모성애에서 비롯된 ‘내 것’ ‘내 소유’와 같은 욕심들이 과거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그게 중요한가요? ⓒ여상미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그게 중요한가요? ⓒ여상미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을 맨 처음 한 사람은 아마도 아이의 엄마는 아니었을까? 모성애가 유달리 강한 우리나라의 엄마들은 아이 스스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즉 서로 다른 인격체임을 인정하고 나와 분리해서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결여되어 있다고 한다. 요즘 생겨난 신조어 중에 ‘답정너’라는 말이 있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는 뜻의 줄임말이라고. 이제 내가 듣고 싶은 정답만 가지고 던지는 질문은 그만 두자!

세상 내 것이고만 싶은 아기에게는 아빠도, 조부모도, 친구도, 선생님도 있다. 아마 그 영역은 더 늘어날 것이고 그럴수록 엄마는 한 시라도 더 내 품에 두고 싶고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그 말을 듣기 위해 안달이 날 테지만 결국 가족 모두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건 그만큼 무한한 사랑이 아니겠는가. 자라면서 내가 느꼈던 부담을 아이에게 대물림 하지 말아야겠다. 괜스레 짓궂은 질문으로 아이의 대답을 구걸하기보단 엄마, 아빠 앞다투어 아이에게 먼저 고백하는 건 어떨까. 엄마는 네가 좋아. 아빠도 네가 정말 정말 좋아.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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