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가족들이 여기 와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만납시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 물 대신 발달장애인 부모의 눈물이 떨어졌다. 청와대 곁에서 “발달장애인은 국가의 책무”라는 구호를 외치며 부모 209명의 머리카락을 덜어낸 지 18일만의 일이다.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 촉구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실현 △주간활동서비스 제도화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 사업 확대 △발달장애인 주거지원·소득보장 대책 마련 등 아홉 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부모연대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지난 2일 삭발식 이후 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부모들은 그늘 하나 없는 청와대 앞마당에서 그대로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웃자란 짧은 머리카락을 연신 만져가며, 눈물을 훔쳐가며 간절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선포를 요구하며 삭발한 209인의 삭발자 선언문’을 통해 “장애란 한 가족이 짊어져야 하는 고통스런 짐이 아니라 한 사회 속에서 같이 품어야 할 일이라는 걸, 국가의 책무라는 걸 선포하라”면서 “어미 혼자서는 버거운 우리 아이의 삶을 사회가 함께 책임지자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삶을 한번이라도 들여다 봤다면 낮시간 활동, 일자리, 주거, 가족 지원, 자조단체 지원 등을 포함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가 제대로 된 나라의 한 국민으로서 왜 너무나도 당연한 요구인지 모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209명 삭발의 울림이, 3000명의 외침이 지척에 있는 청와대에 닿지 않았다면, 우리는 우리 마음이 닿을 더 큰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30일까지 응답이 없다면 우리는 그 날 끝장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청와대를 향해 투쟁 수위를 높일 것을 예고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인서비스 보편화하겠다, 직업·가족·의료 지원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공약대로 하면 치매 국가책임제처럼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민용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수석부회장은 “지역사회에서 차별당하지 않고 선택하면서 살아봤으면 좋겠다. 학교나 직업, 주거지 선택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는 한 번도 선택해보지 못했다. 부모들 중엔 다 한번쯤 죽고 싶고 실행에 옮긴 사람도 있을 거다. 짐을 왜 부모에게 넘기느냐”며 “세상의 주인인 국민이 승리하는 그 날까지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남연 서울 지부장도 발언시간에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 아니다. 제대로 살아야 가족도 살 수 있다. 문화나 관광시켜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장애인이 이 땅에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최저생계조건을 얘기하는 거다”라며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윤종술 회장, 민용순 수석부회장, 김남연 부회장 등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 5명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의견을 담은 호소문을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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