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나는 놀이터가 크고 놀이기구도 많으면 좋아요.” (부암, 이서연)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신수, 한규은)
“동물원같이 동물과 함께 놀 수 있는 어린이집이 좋아요.” (이웃사랑, 쿠도세린)
“동생들과 같이 놀 수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싶어요.” (맑은내, 양이수)
아이들은 과연 어떤 어린이집에서 생활하고 싶을까? 아이들이 그림을 통해 밝힌 ‘이런 어린이집이 좋아요’ 프로젝트를 통해 이같은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영유아 권리존중 보육을 위한 비영리단체 ‘아이들이행복한세상’(대표 유정은)은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2주간 유아들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어 나가는 데 유아들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아이들이 말하는 이런 어린이집이 좋아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이 그린 1612개 그림이 모였다. 그리고 교사들은 그림에 대한 아이의 설명을 듣고 2233개 키워드를 받아 적었다.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아이들이 원하는 어린이집은 ‘놀이를 많이 하는 어린이집’이 3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동식물이 있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어린이집'(동물·식물·자연)이 22.5%, '사람이 함께하는 어린이집'(선생님, 친구, 가족)이 14.8%, '행복하고 즐거운 어린이집'(행복, 즐거운, 사랑)이 8.8%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6~7세 유아를 대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어린이집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교사가 아이들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받아 적어 키워드로 분석한 것이다.
◇ "어린이집 인가 조건으로 실외놀이터 설치 의무화해야"
‘아이들이행복한세상’ 측은 키워드 분석을 바탕으로 ‘놀이터 설치 확대’와 놀이를 함께 하는 ‘충분한 교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어린이집에서 영유아가 신나게 놀기 위해서는 넓은 실내의 보육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실외놀이터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어린이집의 21.6%만 자체 실외놀이터가 있다”면서 “영유아보육법에 실외놀이터 설치가 보육정원 50인 이상인 경우로만 돼 있고, 인근 100m 이내에 놀이터가 있으면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인근 놀이터 이용 시 교사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고의 위험이 있어 자주 외부의 실외놀이터를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설 어린이집의 인가 조건으로 실외놀이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하며 자체 놀이터를 설치하기 어려운 아파트형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단지 내 놀이터가 연접하는 조건으로 인가하는 것으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유아의 발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영유아가 편안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이 갖추어져야 하며 영유아를 보살피면서 영유아의 요구를 들어주고 영유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놀 수 있는 충분한 교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고문은 30일 베이비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린이집 아이들 그림을 보면서 놀이, 자연, 사람 순으로 균형 있게 결과가 나온 데 대해 놀랐다. ‘우리 아이들의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으니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해 주려고 한다”며 “아이들의 의사를 반영해 교육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동기유발도 되고 생동감 있어 아이들이 신바람 난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아이들이 원하는 어린이집에 대해 그림을 그린 이후 변화와 관련해 “아이들의 바람을 반영해 미끄럼틀을 실내로 들여오고, 부모님이 집에서 키우는 물고기를 보내오는가 하면, 부모님과 아이들이 힘을 모아 꽃밭을 만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고문은 “아이가 어리다고 해서 어른들의 생각대로만 할 게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하자는 것도 아니"라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이를 반영해 보육과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아이가 말한 의견이 실천되면 얼마나 신이 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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