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첫째 딸한테 예쁜 가방을 사주셨더라고요. 정말 감사하죠."
5살 김민지(가명·부천) 양은 며칠 전 외할머니로부터 캐릭터가 그려진 공주 핸드백을 받았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미리 받은 선물이다. 민지 양의 아빠 김규민(가명·37) 씨는 "요즘은 조부모가 손주를 자주 보고, 육아파트너로 아이를 같이 키워주시는 경우도 많으니 어린이날과 같은 기념일을 쉽게 지나치지 않는 것 같다"며 "항상 장모님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손주를 위해 지갑을 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늘고 있다. 최근 '에잇포켓'(한 아이에게 부모, 조부모는 물론 삼촌, 이모 등 친척이 지갑을 연다는 의미)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특히나 조부모의 영향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한 달 동안 온라인 쇼핑몰 옥션이 장난감·교육완구·인형 등 어린이날 대표 선물 카테고리에 대한 연령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5060세대 구매량이 3년 전 동기 대비 품목별로 최대 2배 이상 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60대 구매 신장률이 74%로 가장 높았고, 50대가 41%로 그 뒤를 이었다. 50~60대 구매량이 증가하면서 구매 비중 또한 3년 동안 8%에서 15%로 2배 가까이 커졌다.
반면 40대 소비자는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어린이날 주 소비층으로 인식됐던 20~30대는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G마켓 상황도 비슷하다. 3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 4월 장난감 구매율이 2015년 동기 대비 50대는 54%, 60대는 82%까지 증가했다. 40대도 35%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20대와 30대는 각각 22%, 26% 감소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조부모의 입김은 세다. 3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대형마트 내 아동복 브랜드 점원은 "평소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지 않지만 명절이나 어린이날 등 특정일에는 손주와 와서 5~10만 원대 옷을 많이 사간다"고 전했다.
같은 마트 키즈 신발 브랜드 점원은 "엄마보다는 조부모님이 손녀 손자들 신발을 통 크게 사주는 경우가 많다"며 "어린이날 미리 사가는 경우도 많았고, 오는 어린이날에 또 한바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맞벌이 등으로 증가한 황혼육아와 관련이 있다. 이옥 덕성여대 아동가족학과 명예교수는 "과거에 비해 맞벌이 자녀를 원조하기 위한 손주 양육지원이 늘어났다. 조부모가 실제로 육아를 담당하는 만큼 아이와 접촉이 많아지는 것이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육아정책연구소의 육아정책포럼 '맞벌이 가구의 가정 내 보육 실태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조부모 육아 참여율이 2012년 50%에서 2016년 63.8%로 증가해 맞벌이 부부 10쌍 중 6쌍이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저출산으로) 손주를 귀하게 생각하다보니 손주에게 관심이 높아지고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5060세대가 아직 건강하고, 자녀 세대보다 물질적으로 여력도 있고 또 자녀를 돕겠다는 생각이 종합적으로 물질적인 소비현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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