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건강 밥상, 엄마가 지킨다
내 아이 건강 밥상, 엄마가 지킨다
  • 칼럼니스트 한희숙
  • 승인 2018.06.0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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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 육아일기 한 줄] 엄마가 친환경 유기농에 눈뜬 날

지난해 살충제 달걀 파동 당시 나는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다 그렇듯 나에게도 달걀은 요긴한 식재료였다. 맛 좋고 영양가 높고 요리하기도 간편하니 달걀 반찬은 아이 밥상에 빠지는 날이 드물었다. 그만큼 자주 먹는 식재료기에 일이천 원 비싸더라도 가급적이면 좋다는 달걀을 사 먹였다. 이름만으로도 막연히 안심되는 ‘동물복지’ ‘유기농’ ‘친환경’이라 이름 붙은 달걀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내가 믿고 선택한 제품은 살충제 달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비싼 선택을 했던 터라 배신감은 갑절로 다가왔다. 달걀 한 알조차 아이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없다는 데 대한 무력감도 밀려왔다.

달걀이 아이 밥상을 뒤흔든 뒤 몇 가지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중 하나는 엄마로서 아이 먹거리에 좀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으며 내가 아는 만큼 내 자식 밥상을 건강하게 채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로 GMO, 방사능, 식품첨가물, 성장촉진제로부터 안전한 생협을 골라 적극적으로 이용 중이다. 사실 아이에게 이것저것 가려 먹이다 보면 “우리 때는 아무거나 먹고도 잘 컸다”며 유난이란 듯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살충제 달걀을 포함해 유기농, 친환경 제품이 문제된 게 한두 번이냐며 얄궂은 조롱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가격이나 구매 편리성 등을 저울질하다 보면 이 제품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엄마 스스로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입이 짧은 아이를 둔 내 입장에서는 음식을 가려 먹여 아이가 덜 자라는 건 아닐까 위축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가 먹고 마시는 것들이 아이의 살과 피가 된다고 생각하면 아이 밥상은 안전한 먹거리로 채워야 한다.

이유식 시기_아기에게 좋은 것만 먹이겠다는 열정이 가득했다. ⓒ한희숙
이유식 시기_아기에게 좋은 것만 먹이겠다는 열정이 가득했다. ⓒ한희숙

첫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던 때를 떠올려본다. 어느 날인가 아이에게 완두콩을 맛 보여주겠다고 친환경 유기농 매장을 찾아가 완두콩 한 포대를 사와 손질해 먹였다. 안전성이 보장된 식재료들로 가장 안전한 엄마표 밥상을 만들어 먹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먹거리 관리가 느슨해진 게 사실이다. 좋다는 것으로 정성껏 한상 차렸는데 아이가 심드렁하면 그것만큼 애가 타는 일도 없다. 그러다 간이 세고 자극적인 시판 제품에 아이가 노출되면 엄마표 심심한 밥상에 아이 입맛이 돌 리 없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엄마는 지쳐서 요리에 손을 놓고 그사이 아이 입맛은 급격히 변해버린다.

우리 집도 다를 바가 없다. 이제 여섯 살, 만5세가 채 안 된 내 아이는 달콤한 맛을 무척 좋아한다. 좀처럼 살이 붙지 않아서 군것질을 과하게 허용한 게 화근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군것질 포장지 뒤에는 식품첨가물이 빼곡히 적혀 있다. 하나하나 눈으로 쫓다 보면 몹시 착잡해진다. 더 늦기 전에 아이에게 건강한 입맛을 되찾아줄 수 있을까?

그림책 「앗! 피자」의 한 장면. ⓒ사계절
그림책 「앗! 피자」의 한 장면. ⓒ사계절

그림책 「앗! 피자」(글/그림 정호선, 사계절)에는 아이에게 안전한 피자를 먹이려고 고군분투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엄마는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알리는 뉴스를 본 뒤 경각심을 느끼고 직접 피자를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피자를 만들기 위해 요리법을 찾고 안전한 식재료를 사러 마트에 들른다. “무농약인가?” “국내산 맞아요?” “가만, 첨가물이…” 합성치즈, 식품첨가물 등 위해한 것들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엄마는 많은 질문들을 바삐 쏟아낸다.

사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피자는 건강식과는 거리가 있다. 달콤하면서 짭짤하고 고소하며 기름진, 자극적인 그 맛으로 먹는 건데 몸에 좋은 피자를 만들겠다니 노력이 대단하다. 물론 엄마인 내 눈에 그리 보일 뿐 아이는 그런 엄마가 마뜩찮다. 심지어 자기 생일에 엄마표 피자를 선보인다니 아이로서는 맛없는 피자 때문에 파티를 망칠까 걱정이 크다. 과연 엄마는 건강도 챙기고 맛도 잡을 수 있을까? 엄마는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요리법 개발을 거듭했고 건강한 피자로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엄마의 노력과 의지로 아이 입맛을 건강하게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 어린 연령대의 유아라면 식습관을 형성해 나가는 시기에 있는 만큼 입맛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도 더 크다. 그러니 아이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엄마, 주 양육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아이들의 편식 습관 개선도 이래저래 엄마의 수고가 필요하다. 백지 상태의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특정 식재료의 질감, 향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내 경우에는 음식이나 식재료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요리할 때 아이의 참여를 유도하고 조리 과정도 설명해준다. 장볼 때 함께 가서 재료를 직접 살피고 선택하며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준다. 식재료가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손에 오는지 이야기 나누기도 놀이 같은 공부가 되어 유익하다. 이렇게 한다고 아이가 더 잘 먹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하는 게 엄마의 몫 아니겠는가.

그림책 「김밥은 왜 김밥이 되었을까?」의 한 페이지. ⓒ한림출판사
그림책 「김밥은 왜 김밥이 되었을까?」의 한 페이지. ⓒ한림출판사

그림책 「김밥은 왜 김밥이 되었을까?」(글 채인선, 그림 최은주, 한림출판사)에는 편식하는 아기 돼지들을 위해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김밥을 개발하는 엄마 돼지가 등장한다. 자식의 건강을 생각해 애를 쓰며 음식을 만드는 돼지 엄마 모습은 「앗! 피자」의 엄마와 닮아 있다. 정성껏 밥상을 차리고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고 아이와 씨름하는 내 모습 같기도 하다. 반갑게도 「김밥은 왜 김밥이 되었을까?」의 아이들은 엄마 마음을 알았는지 맛있게 김밥을 먹는다. 오늘도 엄마의 수고로 차려질 건강하고 안전한 밥상! 우리 아이들이 싹싹 맛있게 먹는다면 엄마로서 더 바랄 게 없겠다.

*칼럼니스트 한희숙은 좋은 그림책을 아이가 알아봐 주지 못할 때 발을 동동 구르는 아기엄마이다. 수년간 편집자로 남의 글만 만지다가 운 좋게 자기 글을 쓰게 된 아기엄마이기도 하다. 되짚어 육아일기 쓰기 딱 좋은 나이, 여섯 살 장난꾸러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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