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안 돼요!” 하면 안 돼요?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안 돼요!” 하면 안 돼요?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8.06.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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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전쟁 #3세훈육 #안돼요 #불량엄마 #반성의자

“안 돼요.” 아이가 하루 중 엄마 아빠 다음으로 많이 하는 말이다. 아마 단어 외에 최초로 사용한 문장이기도 할 것이다. 아이가 생기고 태교를 하던 시절부터 내가 가장 경계하고 조심했던 것이 “안돼요”였는데 우려는 현실이 됐고 지금 나는 아이에게 툭하면 먼저 안 된다고 하는 엄마가 돼 버렸다. 이론으로 접할 때는 분명 자신있던 일이었는데 아이가 서고 뛰고 더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도처에 발견되는 위험한 요소들은 나를 더욱 예민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물이 흥건한 타일 바닥이라던가, 뾰족한 모서리, 아이를 짓누를 수 있는 무거운 소재의 생활용품들… 아이는 눈만 뜨면 이런 것들과 무방비 상태로 마주하니 핑계를 대자면 엄마는 아이의 신변 보호를 위해 최후의 외침으로 “안돼요”를 사용하는 것이다. 늘 옆에 찰떡처럼 붙어 있어주면 좋겠지만 집안일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육아맘은 일단 어떻게든 저지레부터 중단시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부정적인 뜻을 가진 “안돼요”의 남발을 줄여보고자 “멈춰요”나 “기다리세요”, ”잠깐만” 등으로 대체하려고 무던히 애를 써보았지만 이미 “안 돼요”에 길들여진 아이에게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이것만한 특효약이 없는 것이다.

종일 뭐가 그렇게 안 되는 일 투성이었던 건지 반복을 거듭하는 하루가 지나고 아이와 잠자리에 누운 시간이 되면 엄마로서 드는 자책감과 후회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럴 때는 “엄마가 미안해. 오늘은 ○○이가 다치고 위험할까 봐…” 끝도 없는 변명이 이어지지만 해가 밝으면 또 같은 일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이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안 돼요"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여상미
"안 돼요"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여상미

육아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안 돼요”를 너무 자주 하는 부모 밑에 자란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던데. 아직 마냥 어린아이라 내 품에만 두고 싶어서 아이 개인의 자존감이니 독립심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내가 아이의 자존감을 먼저 생각하지 못해서? 그다음 이어진 조언은 혹 “안 돼요”를 했더라도 위기 상황만 제지한 뒤 곧바로 아이에게 가서 왜 안 되는지 조곤조곤 (설령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의 경우 어느새 습관이 돼 버린 말을 하루아침에 바꾸지 못해 힘들어하기보단 좀 더 나와 맞는 후자 쪽을 택했다.

“안돼요”를 너무 많이 하는 소위 불량엄마. 가능하면 예쁘고 긍정적인 말들로 마치 그림책에 나오는 엄마처럼 우아하고 이성적이고 싶은데 우당탕탕 전쟁터처럼 시작되는 육아 현장에서는 훈육과 감정 조절 사이에서 늘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말귀를 조금 더 잘 알아듣기 시작한 최근에는 언젠가 TV 육아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반성 의자’ 시스템을 도입했다.

거창해 보이지만 집에서 조금 조용한 공간, 매번 같은 장소에 아이의 의자를 놔두고 잘못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을 때 잠시 그것에 대해 생각하며 앉아있게 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반전이다. 의자에 앉히자마자 뛰어나갈 줄 알았던 언성 한번 높이지 않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와 표정으로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고분고분 앉는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곧바로 아이가 의자에 앉게 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고 그것에 대해 혼자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을 주니 이내 운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2~3분은 골똘히 있는 것 같더니 몇 번 같은 행동이 반복되자 이 상황은 본인의 잘못으로 생기는 일임을 깨닫는다. 그래서인지 울음으로 엄마를 부르는 간격은 더 짧아졌다.

이때가 바로 엄마의 역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인데 우는 아이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칭찬과 용기 격려의 메시지를 아낌없이 퍼부어 주고 꼭 안아주는 것이다. 앉아서 고작 몇 초 동안 아이가 무슨 반성을 했겠는가 싶지만 “안 돼요”를 느린 화면으로 연장시킨 것 같은 이 패턴 속에서 결국 “안 돼요”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이상으로 지속력이 길다. 때론 말보다 행동이 가진 힘이 훨씬 더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것 또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있어 매번 지키기 쉽지 않다. 그럴 때면 다시 “안 돼요”를 외치겠지만 그렇다고 훈육을 전혀 하지 않을 수 없는 엄마의 입장에서 어떤 방법이든 다만 일관성 있게 중심을 잡으려 늘 노력한다면 때론 불량엄마인들 어떠랴. “안 돼요” 저는 그냥 할래요.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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