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보면서 수유해도 되나요?
TV 보면서 수유해도 되나요?
  • 칼럼니스트 이기선
  • 승인 2018.06.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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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어떻게 이해할까] 수유보다 접촉이 중요합니다
남편에게 육아를 맡길 때에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젖을 먹이는 그 자체보다 먹일 때, 아기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베이비뉴스
남편에게 육아를 맡길 때에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젖을 먹이는 그 자체보다 먹일 때, 아기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베이비뉴스

Q. 8개월 아기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모유 수유를 하는데, 아기를 안고 수유하면 팔이 매우 아픕니다. 그래서 남편한테 수유를 맡겼더니, 아기를 바닥에 눕히고 우유병을 물린 채, TV를 보는 거예요. 세상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시선이 아기를 향해야지, TV에 있으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젖만 먹이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도 되는 걸까요?

A. 남편에게 육아를 맡기면, 참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필자도 그런 경험이 있다. 도대체 아인지, 어른인지 구분이 안가는 행동에, 참 철없어 하곤 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님들은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애 같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나 보다. 남편들이 바깥일은 어른스럽게 잘 하면서도, 집에서는 영 시원찮은 경우가 많다. 아이 좀 보라고 맡기고 잠깐 외출을 하면, 남편은 정말로 아이를 '보기'(see)만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은 '돌보라'(care)는 의미인데 말이다. 남편에게 육아를 맡길 때에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젖을 먹이는 그 자체보다 먹일 때, 아기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해리 할로우(H.Harlow) 박사의 아기원숭이 실험은 바로 이런 상황에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할로우는 두 개의 모형 엄마원숭이를 만들었다. 한 개는 철조망으로 만든 엄마원숭이고, 여기에 우유병을 달아놓았다. 또 한 개는 따뜻한 모포로 만든 엄마원숭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기원숭이를 데려다가 어떻게 놀이하고 생활하는 지를 관찰했다. 아기원숭이는 배고플 때는 철조망원숭이에게 가서 우유를 먹지만, 그 곳에 머물지 않는다. 우유를 먹고는 모포원숭이에게 가서 얼굴을 부비고 기대어 놀다가 잠이 들곤 했다.

애착이론으로 유명한 존 볼비(J. Bowlby) 박사는 시설의 아기들을 찾아가서 안아주곤 했는데, 그 아기들은 뻣뻣하게 손사래를 치며 심하게 울곤 했다. 시설에서는 주기적인 시간에 맞춰 정확한 수유를 하는데, 그 아기들은 왜 일반 가정의 아기들과 다를까? 사람을 반기거나 미소를 짓지 못할까?

볼비는 이 문제를 고민했다. 그 답을 수유가 아닌 접촉에서 찾았다. 할로우박사의 아기원숭이도 마찬가지이다. 수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뜻함으로 상호작용하는 접촉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엄마냄새를 가진 사람이 따뜻하게 접촉해주며 수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시설이나 철조망원숭이의 수유는 주기적으로 정확했지만, 따뜻하게 상호작용하는 접촉이 없었다.

아기에게 수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誤算)이다. 아기의 심정은 헤아리지 않는 단지 어른들의 편의에 따른 기계적인 육아이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이는 사람의 따뜻한 시선, 눈길, 손길을 느끼면서 먹어야 안전감을 갖는다. 시간에 맞춰서 우유만 나온다면, 그것은 기계적인 사육에 불과하다. ‘두 시간에 한 번씩’이라는 수유법칙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이런 엄마가 있다면, 말리고 싶다.

최근 아빠들의 육아가 대중적인 화두가 되면서 엄마보다 아빠의 육아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이지만, 사실 아빠는 엄마보다 본능적으로 육아기술이 부족하다. 엄마는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수유의 자세를 알고 있지만, 아빠들은 그렇지 않다. 먹이는 행위에만 몰두해서 어떻게든 먹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뭐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아기는 목표만 달성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이 더욱 중요하다. 젊은 워킹맘들도 방법보다는 목표에만 염두를 두는 경우가 있다. 아이의 욕구에 뭐라도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대리양육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아기의 욕구 충족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즉, 역할은 잘 하지만, 따뜻한 상호작용이 없는 엄마들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엄마들은 나름 열심히 살고, 육아도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기의 입장에서는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아기는 역할보다도 따뜻한 시선, 눈길, 포옹을 원한다. 아기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눈길, 스킨십이 없이는 아무리 화려한 역할에도 아기는 엄마를 느끼지 못한다.

워킹맘은 퇴근하면 곧장 주방으로 향한다.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와 세탁기를 돌리느라 바쁘다. 아기는 집에서도 여전히 엄마의 뒷모습만 본다. 엄마의 등짝만 보일 뿐, 자기를 향한 엄마의 표정은 알 수 없다. 이런 경우를 ‘심리적 부재감’이라고 한다. 엄마는 최선을 다한다고 자처하지만, 아기는 내심 불안하다. 엄마가 보여주는 따뜻한 접촉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이 계속 이어지면 아이는 우울해지고, 차후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엄마는 표정으로 아기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따뜻한 손길로 아기를 안아야 한다. 아빠도 마찬가지로 아기와 상호작용해야 한다. 아빠가 수유를 할 때에는 엄마가 직접 모유를 수유하는 자세로 아기를 안고, 아기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우유병을 물려야 한다. 우유를 먹는 아기에게 아빠의 말소리를 들려주고, 아기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표정과 눈길로 전달해야 한다. 아빠와의 애착은 이렇게 형성된다.

*칼럼니스트 이기선은 동덕여대에서 아동학(학석박사)을 공부하고, 메가원격평생교육원 아동학과 교수, 동덕여대와 서울한영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학교 밖에서는 부모교육전문가로,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자녀와 싸우지 마라」, 「꼬마영웅 레니」, 저서로는 「봄의 요정 보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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