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서로를 칭찬하는 양육
부모가 서로를 칭찬하는 양육
  • 칼럼니스트 최명희
  • 승인 2018.07.3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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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안 되는 아이] 아이 앞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최악'

Q. 우리 부부의 양육법이 달라서 번번이 부딪힙니다. 서로의 양육방법이 틀리다고 싸운 적이 여러 번 있어요. 어떻게 맞춰야 할까요?

부모가 서로를 존중하고 위하면 아이는 저절로 그 밝고 따뜻한 공간으로 걸어 들어온다 ⓒ베이비뉴스
부모가 서로를 존중하고 위하면 아이는 저절로 그 밝고 따뜻한 공간으로 걸어 들어온다 ⓒ베이비뉴스

◇ 서로의 부모역할에 대한 갑론을박

부모들은 서너 살짜리 아이를 키우면서도 마음고생을 많이 한다. 앞으로 남은 그 긴 세월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벌써 눈물바람이다. 아이의 모든 것이 걱정이다. 세 살짜리가 물건을 아무 때나 던진다고 걱정하고 네 살짜리가 고집을 부린다고 걱정한다. 그 걱정을 깊이 들어주다보면 그 끝자락에는 배우자의 부모 역할에 대한 불만에 닿아 있다. 엄마는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아빠가 이를 다 망친다고 하고, 아빠는 그 반대로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가 봐도 부모 역할 하는 것이 마땅치 않을 것이다.

아직 서너 해밖에 하지 않은 일이니 서툴고 실패를 거듭할 것이 분명하다. 내 남편도 어린 아들과 심리전을 벌이는 나를 보고 '유아교육을 전공해서 양육은 잘할 줄 알았다'며 혀를 찼다. 나는 또 반대로 남편이 일찍 아버지를 여의어서 롤모델이 없는 것이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어느 집이나 비슷하다. 누구나 자기 부모외에 다른 부모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한 가지의 부모상을 가지고 자기가 옳다고 갑론을박한다.

◇ 양육방법의 다름을 받아들이기

부모 역할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엄마와 아빠가 늘 같은 편일 필요는 없다. 그러면 아이는 항상 일방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아이가 마음 둘 곳이 없다. 부모는 아이에 대해 감정에 휘말려 쉽게 허용해버리기도 하고, 생기지도 않을 걱정을 미리 하면서 아이와 소용없는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자식이란 부모의 마음 한가운데에 들어앉아서 늘 부모를 흔들어놓기 때문이다.

그럴 때 부모는 상대방이 놓치는 부분을 슬쩍 메워주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왜 그렇게 하느냐고 탓하지 말고 내가 대신 아이를 안아주면 된다. 내가 하는 방법과 다르더라도 겉으로 드러난 상대방의 행동을 보기보다는 숨겨진 마음을 읽어줘야 한다. 두 사람의 양육방법에 다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고, 사랑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다.

◇ 서로를 칭찬하는 양육

자녀교육은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모가 서로를 존중하고 위하면 아이는 저절로 그 밝고 따뜻한 공간으로 걸어 들어온다. 서로의 부모 역할을 칭찬해주면 고래가 춤을 추듯 부모 역량이 성장한다. 각자의 부모 역할을 각자 알아서 반성하면 된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남이 칭찬해주고 본인이 반성할 때 인간은 가장 잘 성장한다. 남을 탓하고 자신이 겸손치 못하면 그보다 못한 교육이 없다. 아이를 잘 가르치기 이전에 부모가 서로를 깊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 자녀에게 존경받는 방법

혜민 스님의 말씀 중에, 아버지들이 자녀로부터 존경받기 위해서는 아내를 사랑하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아내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충고가 아닐 수 없다. 부모교육에서 이 말을 하면 어머니들은 영락없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받아적었다. 나는 언젠가는 아버지교육에 꼭 써먹겠다고 기억해뒀다. 그리고 어떤 기업체의 아버지교육에서 강의 중 아주 드라마틱한 순간에 진지하게 말했다.

“자녀에게 존경을 받고 싶으시죠? 그렇다면 먼저 아내를 사랑하세요. 혜민 스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주섬주섬 분위기를 수습하려는데 앞자리의 한 아버지가 손을 들더니 말했다.

“교수님, 그건 혜민 스님이 결혼을 안 해봐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그제야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아내들이여, 각자 잠시 반성해보자. 남편들이여, 그 반대의 입장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칼럼니스트 최명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30여 년간 유아교육 현장과 보육정책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했다. 현재는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생애초기의 삶을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인 영유아와 그들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부모, 교사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나누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많이 읽히는 저서로 「아이와 통하고 싶다」, 「교사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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