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이익 위해 공공성 붕괴… '원인은 정부다'
유치원 이익 위해 공공성 붕괴… '원인은 정부다'
  • 기고=김신애
  • 승인 2018.10.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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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 발언문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20일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열고, 최근 비리 유치원 사태와 관련해 ▲한유총 및 교육당국 책임자 처벌 ▲에듀파인 무조건 도입 ▲국공립 단설 유치원 확충을 요구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신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가 집회 현장에서 발언한 발언문을 옮깁니다. - 편집자 말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20일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열었다 ⓒ정치하는엄마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20일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열었다 ⓒ정치하는엄마들

저는 다섯 살 네 살 두 아이의 엄마 김신애입니다. 지난해 9월 한유총의 일방적인 집단 휴원 선언에 반발한 평범한 부모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제가 느꼈던 분노는 다른 엄마 아빠들도 똑같이 느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떳떳하지 못한 것이 많길래 저렇게 회계감사 도입에 집단 휴원이라는 카드를 꺼낼까 의심만 하고 있었는데,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전국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을 대상으로 '비리 유치원 명단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 첫 정보공개청구 신청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느 부서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방법도 헷갈리다 보니, 아이들을 재우고 시작한 일이 새벽녘에나 끝나곤 했습니다.

정보공개청구 신청만 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라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청구 신청 내용을 확인하려는 전화가 전국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을 통해 하루에 수십 통씩 걸려왔습니다. 일상 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많은 전화와 문자를 받다보니, 나중에는 어느 지역 교육청과 통화를 했는지 기억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등기도 많이 받았는데요, 우편배달 하시는 분께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서 등기가 많이 오냐'고 묻기도 하셨습니다.

그중 가장 헷갈리고 지금도 일일이 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각 지역별로 상이한 감사 부서와 통일되지 않은 감사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는 교육청에서 경기도 전체 유치원을 감사하고 있었고, 부산은 교육청이 아닌 각 지역의 교육지원청에서 유치원을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모르니까 전국 모든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중복으로 정보공개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문자와 전화, 등기 '폭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적발 사항을 공개한 자료의 서식도 모두 다 달랐습니다.

◇ 교육부 높으신 분들, 국민의 관심이 꺼지기를 기다리지 마십시오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은 답변은, 전남을 제외하고 모두 ‘비리 유치원 명단 비공개’였습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비리 유치원 명단이 공개되어 그 유치원들이 받는 영업적인 불이익보다, 그런 유치원인지 모르고 원비를 내는 학부모들이 받는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명단 공개 행정소송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 계신 분들은 혹시 아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보공개청구 답변을 받은 후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네, 저는 몰랐습니다. 그 기간을 넘겨버려서 결국 다시 전국의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신청을 했습니다. 정말 험난한 여정이죠? 자비 없이 쏟아지는 전화연결을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서, 옆에 계시는 장하나 활동가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답변은 ‘비공개’로 똑같았습니다. 옆에 계신 장하나 활동가는 국무조정실을, 그리고 저는 한창 아동학대 피해 사례가 줄줄이 보도되었던 인천교육청을 상대로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을 진행하였습니다.

답변으로 받은 비공개 이유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대한 법률 제9조 제1항 5호에 관련된 사항으로써 정보 공개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5호는 "감사, 감독, 검사, 시험, 규제, 입찰, 계약, 기술개발,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 검토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 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입니다. 즉, 비리 유치원 명단이 공개될 경우 유치원 업무의 연구 및 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반대로 비리 유치원의 비리를 알지 못하고 '원비가 우리 아이들 유아교육에 알맞게 잘 쓰이겠지' 하고 수십만 원씩 유치원에 원비를 내는 학부모가 받는 불이익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치원의 영업이익을 위해 학부모의 알 권리가 박탈되어, 공공성이 무너지는 상황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까요?

◇ 유기농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는 것보다 중요한 일

저는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립 유치원이라는 것이 처음 생길 때에는 초기 투자비용이 아까워 개인의 돈으로 유치원을 설립하게 하지 않았습니까! 오죽하면 최순실도 1980년대 초반 아무 자격 없이 유치원을 차렸겠습니까! 시간이 지나며 유치원이 교육부 소속으로 되어 ‘학교’라는 개념이 생기게 되니, 이것은 개인의 것도, 나라의 것도 아니게 된 것입니다. 

이때라도 정식 ‘학교’라는 개념을 완벽하게 잘 적용하여, 국공립 유치원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 타이밍을 놓치고 아무런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은 모호한 정부의 입장이, 지금껏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사리사욕을 충분히 채울 수 있도록 방치한 것입니다. 유아교육은 비지니스가 아닙니다.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교육 분야입니다. 이 점을 가장 잘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교육부 높은 자리에 앉아 계신 분들은 지금 아마 이렇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상황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척하며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사라질 때까지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지금은 대통령도 잘못이 있으면 국민들이 단합하여 물러나게 하는 시대입니다.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꺼지기를 기다리지 마십시오.

교육부는 이번에 비공개라고 답변한 사안에 대하여 이미 ‘비공개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라는 법률 자문을 받았음을 알고 있습니다. 적발 기관 명단을 비공개함으로써 보호되는 이익과, 그 공개로 보호되는 국민의 알 권리 등을 비교할 경우, 국민의 알 권리를 포함한 공익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 기억하십시오. 학부모들이 내는 분노의 소리를 더 이상 무시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 고모, 이모, 삼촌, 할머니, 할아버지 등 모든 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함께 연대하여 이번 비리 유치원, 비리 어린이집 명단 공개에 힘을 합쳐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과 관련된 일입니다. 유기농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고, 재미난 여행을 가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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