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18%'만 지킨 약속… 무엇이 문제였나
지자체 '18%'만 지킨 약속… 무엇이 문제였나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2.1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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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아이’의 비극, 어떻게 막을까②] 시 예산 확보 따라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이행 달라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지난해 잇따라 발생한 차량 내 영유아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연말까지 전국의 어린이집 통학차량을 대상으로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Sleeping Child Check)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새해가 한 달 지난 현재, 당시 약속대로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가 완료됐을까.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는 어느 정도까지 완료됐는지, 정부가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도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점검해봤다. - 기자 말

지난해 7월 20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 방문해 현장 점검에 나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보건복지부
지난해 7월 20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 방문해 현장 점검에 나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보건복지부

기록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7월, 어린 아이가 차량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두 차례 발생했다. 같은 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두 사건을 두고 “유사 사례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완전히 해결할 대책을 세워 신속히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4일 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내놨다. 이 자리에서 어린이집 통학차량 내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도입을 발표하고 사업의 연내 완료를 약속했다. 

베이비뉴스는 지난 2일 보도한 1편 기사 “아이 생명 지키겠다던 대통령의 약속, 얼마나 지켜졌을까”에서 장치 설치 현황을 점검했다. 어린이집 통학차량 내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가 모두 완료됐다고 밝힌 곳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특별자치시와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등 세 곳뿐이었다. 

나머지 시도는 대체로 ‘설치는 완료했지만 현황을 취합 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4월부터 바뀐 도로교통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100% 설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사업 완료시점을 묻는 베이비뉴스의 질문에 “3월에 (취합)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4월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을 어겼을 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연말 완료를 약속했던 사업은 3월 개학으로 한 번 미뤄졌고,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는 4월까지 다시 한 번 미뤄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 ‘중앙-시·도-자치구’ 3단계 거치는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 사업

어린이집 통학차량 내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 사업은 보건복지부(중앙정부)-시·도-자치군·구 등 세 단계를 거친다. 중앙정부가 차량 한 대당 국고보조금 10만 원을 교부하고, 시·도와 자치군·구에서 추가로 설치비용을 지원한다. 장치 업체 선정과 설치 점검 등은 각 자치구가 위임받아 진행했다. 

시·도에서 장치 설치가 필요한 통학차량의 수요조사를 하면 각 지역별로 예산 규모가 정해진다. 이를 토대로 중앙정부에 보고하면 중앙정부는 국고보조금을 교부함과 동시에, 각 시·도는 국비와 매칭할 비용을 마련한다. 

부산, 대구, 울산 등은 추가경정(추경) 예산으로 확보했다. 이들 지자체는 시의회에서 추경 예산안이 통과하기까지 한 달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서울의 경우는 이번 사업에,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보급예산에서 남은 금액을 활용했다. 

복지부는 이같은 절차를 고려해 연내 계획을 다음과 같이 세웠다. 지난해 9월 시·도에서 장치 선택과 국고보조금 신청을 마무리하면, 10월부터 11월까지 보조금을 각 지자체에 나눠 준 후, 11월부터 12월까지 장치 설치현황을 점검하며 설치를 완료한다는 것이다. 

베이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복지부 담당자는 이 사업을 두고 “복지부 내에서 잘 되고 있는 사업”이라고까지 평가했지만, 2018년까지 설치를 완료하겠다는 약속은 왜 지켜지기 어려웠을까. 

어린이집 통학차량 내 방치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 설치 사업은 지난해 설치 완료를 약속했지만 올 1월 기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통학차량 내 방치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 설치 사업은 지난해 설치 완료를 약속했지만 올 1월 기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 11월·12월에야 통과된 추경 예산… 구비 매칭 땐 시간 더 걸려

대구 달서구 사례는 중앙정부 예산 사업이 자치군·구로 내려갈 때까지 많은 절차를 거치고 또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구시 담당자는 지난달 25일 베이비뉴스의 질문에 “달서구를 제외한 모든 구에 설치가 완료됐다”고 답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윤 대구 달서구의원은 “2018년 내에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됐다”고 달서구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구시는 이번 사업에 한 대당 국비 10만 원, 시비 7만 원에, 구·군비 7만 원을 지원했다. ‘어린이집 통학차량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 사업비는 대구시의 3차 추경안에 포함됐고, 이 안건은 대구시의회에서 지난해 10월 26일에 제출돼 다음 달인 11월 29일에 의결됐다. 

지난해 9월 7일에 있었던 회의 중 5분 발언에서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도입을 언급했다는 김 의원은 “보육 담당자에게 ‘예산이 올해(2019년)에 편성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설치 현황을 취합 중”이라고 밝힌 부산시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했다. 더불어민주당 구경민 부산시의원은 “매칭할 시 예산을 추경으로 확보해야 했다”며 “본예산에서 반영하지 못한 부분은 추경 예산으로 연말에 챙긴다”고 답했다.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장치 설치 예산 1억 원이 포함된 부산시 2018년도 3회 추경 예산안은 12월 14일에서야 시의회에서 의결됐다.

구 의원은 “구비까지 매칭하는 사업이었다면 지난 연내에는 안 되고 올해 상반기에 사업을 완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사업 도입에 의회에서 집권 여당이든 아니든 이견이 없어 예산 심의가 됐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1월에 발표한 카드뉴스에서 어린이집 통학차량 내 안전장치 설치 지원 사업을 2018년 예산에 편성했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1월에 발표한 카드뉴스에서 어린이집 통학차량 내 안전장치 설치 지원 사업을 2018년 예산에 편성했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

◇ 광주 “사업 예산 이미 확보”… 울산 “추경 예산안 빠른 처리 덕”

지난해 7월 기준 지자체 수요조사에서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 대상 통학차량은 2만 5656대. 이 중 994대에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를 마무리한 광주광역시에 사업을 제때 완료한 요인을 물었다. 

광주시는 시의회의 예산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시간을 아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베이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광주시 사업 담당자는 “사고 발생 전부터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 예산을 확보했다”며 “오히려 국비가 내려온다고 해서 기다리다가 도입이 지연된 셈”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2018년 예산안에 “어린이집 중 통학차량 운행 시설에 안전벨, 동작 감지센서 등 차량 안전장치 설치를 지원”하는 차량안전장치 설치지원 사업을 신규 편성했다. 총 예산 3억 원 규모로, 차량 한 대당 평균 25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이 사업이 지난해 7월 사고 이후 국가 사업으로 바뀌면서 상황도 변했다. 국고보조금이 내려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시의 사업 예산을 바로 자치구에 교부했다. 때문에 빠른 진행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9월 중에 국비 교부신청을 했고, 국비와 시비 매칭이 끝나 교부가 된 시점은 10월경이었다. 사업 담당자는 “의회가 열리기 전에 예산을 사용할 수 있었다”며 “의회 승인을 받았다면 사업이 늦어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모든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100% 설치 완료했다고 답한 울산시는 어땠을까.

울산시 관계자는 “시비 확보가 빨리 돼서 신속한 예산집행이 가능했다”고 답변했다. 12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10월 17일에 국·시비 매칭이 끝나 각 구·군에 교부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의회가 이번 사업 비용이 포함된 2회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킨 시점은 지난해 9월 20일. 담당자는 “10만 원을 군비로 추가 매칭한 울주군도 군비 확보가 제때 돼 연내 설치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두고 “다른 사업보다 빠듯하게 진행됐다”며 “당시에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근거가 없어 다른 시도 담당자들도 사업 진행에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 사업을 국·시비 매칭형태로 5개월 만에 완료하는 것은 정말 무리한 계획이었을까. 베이비뉴스의 이 같은 질문에 익명을 요구한 전직 지자체 보육담당자는 “시·군·구 의회 일정에 따라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크고, 자치구·군 보육 담당자의 잦은 보직 이동도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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