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아빠랑 건강검진 할 시간
3월, 아빠랑 건강검진 할 시간
  • 칼럼니스트 윤기혁
  • 승인 2019.02.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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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남편의 알쏭달쏭 육아수다] 아빠의 영유아건강검진표 작성하기

곧 3월이다. 우리 아이들은 새로이 초등학생이 되고, 유치원생이 된다. 또 처음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는 아이도 있겠다. 배움에 대한 변화는 차치하고 낯선 사람과의 만남, 익숙한 사람과의 이별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묘한 긴장감을 준다.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우리 아이가 낯선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등 경험하기 전에는 풀 수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평소 아이들과 충분히 교감하고 있는 아빠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걱정이 덜하겠지만, 회사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자녀와 상호작용할 시간이 없었던 아빠라면 걱정이 크겠다. 혹 이런 고민을 하는 아빠가 있다면 ‘영유아건강검진’을 직접 준비하는 것을 권한다.

아이와 친해지고 싶은 아빠라면 아내의 도움없이 직접 영유아건강검진을 준비해 보세요. ⓒ베이비뉴스
아이와 친해지고 싶은 아빠라면 아내의 도움없이 직접 영유아건강검진을 준비해 보세요. ⓒ베이비뉴스

영유아건강검진이란 생후 4개월부터 71개월까지 영유아를 대상으로 성장단계별 총 7차례(구강검진은 총 3차례) 건강검진을 진행하는 정부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출발에 영유아건강검진이라니, 너무 생뚱맞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볼 여력이 없었던 아빠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된다(또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제출해야 하니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평일에 자녀와 함께 소아청소년과를 찾아 영유아건강검진을 받으라는 말은 아니다. 그럼 주말에 하라고? 그것도 아니다. 주말에 예약해서 검진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직접 방문하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문진표'와 '발달선별검사지' 작성을 해보자.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인터넷 사이트 '건강iN'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면 웹 문진표와 발달선별검사지를 작성할 수 있다.

우선, ‘문진표’ 작성하기다. 태어났을 때 몸무게에서 현재까지 예방접종을 종류별로 몇 차례 했는지 기재해야 하므로 오랜만에 아기 건강수첩을 뒤적이게 된다. 60개월을 앞둔 둘째는 3.03kg으로 태어났고 머리둘레는 음…(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생략).

태어나 B형 간염 예방접종을 시작으로 만 1세에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12번이나 방문했다. 아빠인 내가 함께 병원에 간 기억을 꺼내려 안간힘을 써본다. 그러다보니 지금도 병원 가기를 꺼려하는 녀석의 울음소리와 버둥거리는 녀석에 당황했을 아내가 떠오른다.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의 일상을 관찰하다 보니, 아내는 더없이 고맙고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람을 다시 느끼게 된다.

다음으로는 ‘발달선별검사지’ 작성이다. 생후 54개월에서 60개월 사이의 영유아에 대해 검사지에는 건강발달은 물론이고 유치원이란 집단에서 사회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질문이 많다.

하루에 2시간 이상 TV·컴퓨터·스마트폰 등에 노출되는지, 가위로 종이에 그려진 선을 따라 오릴 수 있는지, 깨금발로 3회 이상 뛸 수 있는지, 2가지 내용이 포함된 지시문을 듣고 수행할 수 있는지, 또래와 차례나 규칙을 알아야 할 수 있는 게임을 하는지, 여럿이 함께하는 상황 설정 놀이를 하는지… 이와 같은 질문을 곱씹다 보면 내 아이가 얼마나 자랐는지 새삼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를 할 때 아내의 도움을 받지 않아야 한다. 또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때 가능한 아이와 함께 놀이로 다가가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것으로 청력을 검사한다. 나란히 책상에 앉아 종이에 동그라미·세모·네모를 그리고 이를 가위로 잘라 꾸미기 놀이를 하며 소근육 발달 등을 파악한다. 또 오른쪽 발을 들고 깨금발로 3번 이상 뛰기 시합을 해 오른쪽과 왼쪽을 구분하는지, 깨금발로 3회 이상 뛸 수 있는지, 2가지 지시어를 듣고 이해한 후 수행할 수 있는지 등을 한 번에 확인하는 등 아이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함께 행동하고 답을 찾는 것이다. 

이전에는 주말이면 근교로 함께 나들이 갈 계획을 세웠겠지만, 앞으론 아이의 건강검진을 준비하며 즐겁게 놀기도 하고 발달상황을 자세히 관찰하는 일정을 세울 수도 있겠다.

이러면 뭐가 좋을까? 우선 회사 일로 점점 집에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아이들과의 놀이에 활기가 없어지고 동화책 읽다가 잠이 들기도 하던 아빠가 일찍 퇴근하는 횟수가 잦아진다. 또 에너지가 소진되기 전 동화책 읽기를 완수하는 등 아빠가 가족 분위기 변화의 주체가 된다. 그동안 엄마만 찾던 아이는 슬금슬금 아빠에게로 다가오고 외출할 때도 엄마 아닌 아빠의 손을 잡는다. 종종 잠자리에서도 자신의 베개 옆에 아빠의 베개를 놓아준다. 둘째는 가끔 내가 첫째의 말을 듣느라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면 입을 삐죽 내밀며 아빠가 자신을 위로해주길 은근히 기다린다.

3월, 아빠와 영유아검진을 준비하며 그렇게 아빠는 사랑을 표현하고, 아이가 표현하는 사랑을 느낀다.

*칼럼니스트 윤기혁은 딸이 둘 있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완벽한 육아를 꿈꾸지만 매번 실패하는 아빠이기도 하지요. 육아하는 남성, 아빠, 남편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은밀한 속마음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저서로는 「육아의 온도(somo, 2014)」 「육아살롱 in 영화, 부모3.0(공저)(Sb, 2017)」이 있으며, (사)함께하는아버지들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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