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입에 올리기도 힘들 정도의 잔인한 범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대가 급변하고 사회가 더욱 다양해짐에 따라 예전에 없었던 질병들이 생기거나 없어지기도 하는데 이것이 꼭 신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물론 극악무도한 범죄들을 단지 정신병이라고 치부하여 형량을 가볍게 받는 것에 이용되거나 또 다른 범죄의 변명 거리를 만들어 주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비롯해 각종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욱 풍요롭고, 누릴 수 있는 것들도 많아지는 것 같아 보이는데 왜 자꾸 이렇게 끔찍하고 가슴 아픈 사건들이 늘어나는 것일까?
혹자는 이 모든 것이 ‘자기 통제 능력’ 과 관련이 있다고들 말한다. 욕구를 억제하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통제 능력은 어릴 때부터 학습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를 통제하는 것은 무엇일까?
컴퓨터, 노트북 등 개인 PC 시대를 넘어 이제는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를 찾기가 힘든 세상이다. 이제 겨우 세 돌이 갓 지난 우리 아이도 외식을 하거나 어른들끼리 대화를 할 때면 자연스럽게 패드를 눌러 본인이 보고 싶은 콘텐츠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어떤 때에는 그 속에 빠져 엄마가 부르는 것조차 듣지 못할 때가 많다. 나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으로 장을 보고, 은행 업무도 대신하다 보면 어쩌다 깜빡하는 순간에 아이의 존재조차 잊어버리는 경우마저 생긴다. 돌이켜 보면 정말 아찔한 순간들도 많지만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청소년들의 하교 시간에는 그 모습이 더욱 가관이다. 저마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메신저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길을 걷고 심지어 횡단보도도 건넌다. 지켜보는 내가 불안해 눈을 떼지 못할 지경이다.
스마트폰 자체가 우리의 통제 능력을 잃게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명의 발달은 분명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 주지만 때로는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잊고 살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갖고 싶은 것은 울고 떼를 써서라도 무조건 손에 넣으려고 하는 아이의 고집과 맞서 싸운 부모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이다. 잔소리하기 싫고 귀찮으니 아이가 원하는 것을 손에 쥐게 해주거나, 당장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급하게 다른 대안을 만들어 준다거나, 아니면 아예 무시하는 행동. 나 역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봤고, 또 그렇게 하는 방법들로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들도 종종 보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것이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부모는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앞서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부터 우선해야 한다. 다시 말해, 아이가 특정한 고집을 부리거나 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감정 표현을 할 때는 먼저 그 감정을 억압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 어떤 욕구에서 기인한 감정인지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집에 있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를 때 "매번 같은 장난감을 사면 어떻게 해? 이번에는 참아! 조금 이따가 아빠 오시면 이야기 해”라는 표현 대신 이렇게 말해보자.
"그럼 같이 한번 보자. 엄마 생각에는 다른 것을 고르거나 다음에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기다릴 수 있겠니? 엄마도 갖고 싶은 것이 많지만 참고 있거든. 참으면 다음에 또 다른 것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오니까.”
이런 방법으로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고, 그 다음 훈육으로 이어지는 것이 좋다. 행동에 대해 일관된 제한을 두어야 하고, 아이가 다른 대안을 제시할 경우 단호한 어투로 멈추거나 하지 말아야 함을 분명히 일러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이유 없이 짜증만 부리고, 울고, 집어던지고… 요즘 우리 아이 이상해요!’ 모두가 겪지만 시원한 해결책은 없는 육아기. 훗날 아이가 건강한 정신과 바른 마음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가 앞장서서 아이의 감정을 헤아려 주는 것. 이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제를 가르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 이런 마음은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받은 배려와 인정을 기반으로 한, 긍정적인 기운을 가득 전달받았을 때 더욱 확실하게 베풀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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